"고3 수험생 같았죠"..바닥 찍던 예비 FA, '0.431' 반전 드라마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드래프트 앞둔 고3 수험생 같았어요. 그때 진짜 야구를 못했거든요."
NC 다이노스 내야수 노진혁(33)은 악몽 같은 전반기를 보냈다. 예비 FA 시즌이자 생애 처음 주장을 맡은 시즌이었는데, 공격과 수비 어느 하나 마음처럼 되는 게 없었다. 전반기 55경기에서 타율 0.243(181타수 44안타), 5홈런, 28타점에 그치며 아쉬움 가득한 시간만 흘렀다. 팀마저 9위로 전반기를 마무리하자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결국 노진혁은 후반기 시작과 함께 안방마님 양의지(35)에게 주장 완장을 넘겼다. 노진혁도 팀도 살기 위해서였다. 양의지 역시 올해 예비 FA 시즌이고, 노진혁과 마찬가지로 전반기에 급작스러운 컨디션 난조를 겪어 애를 먹었으나 그동안 팀을 이끈 리더답게 기꺼이 희생을 선택했다.
노진혁은 "처음 주장을 맡았는데 나도 팀도 성적이 안 좋으니까 그것만큼 스트레스가 없더라. 솔직히 주장이 그렇게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안 했었는데,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주장을 누가 하나 했는데, (양)의지 형이 한다고 해서 안심이 되면서도 눈치가 많이 보였다. 우리 팀은 아직 의지 형이 기둥을 잡아주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뒤 노진혁은 180도 다른 타자가 됐다. 후반기 17경기 타율 0.431(65타수 28안타)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70명 가운데 1위에 올랐다. OPS는 1.125에 이른다. 강인권 NC 감독대행은 "이제야 노진혁이 본인다운 타격을 한다"며 안도했다.
반전 드라마를 쓴 뒤에야 그동안 마음고생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노진혁은 "내가 의지 형보다 클래스가 낮은 선수라고 해도 슬럼프를 3개월까지 겪은 적은 없었다. 진짜 길어야 2개월이었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 고3병을 겪는 것 같았다. 고3 때 야구를 진짜 못했었는데, 드래프트를 앞둔 고3 수험생 같았다(노진혁은 광주동성고를 졸업하고 성균관대에 진학한 뒤 2012년 신생팀 NC에 특별지명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예비 FA의 무게감도 조금은 덜었다. 노진혁은 "성적 자체가 내 값어치라 생각해서 초반에 못할 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일단 FA는 둘째 치고 야구를 못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지금도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최대한 지금의 감을 유지해보려 하고 있다. 이제는 그래도 조금은 편해진 것 같다"고 밝혔다.
본인과 함께 팀이 반등해 2배로 기뻤다. NC는 후반기 11승5패1무 승률 0.688로 2위를 달리며 9위에서 8위로 올라섰다. 6위 롯데 자이언츠, 7위 두산 베어스와 경기차 없이 줄을 서 있는 상태라 한번 연승 흐름을 타면 순식간에 순위를 뒤집을 수 있다. 5위 KIA 타이거즈와는 5경기차라 남은 44경기에서 사력을 다하면 5강 기적을 쓸 여지는 남아 있다.
노진혁은 "겨울에 이야기할 때 우리가 나쁜 멤버가 아니니까 5강 싸움은 확실히 될 줄 알았다. 막상 개막하니 그렇지 않아 위축이 많이 됐다. 이제야 우리가 생각한 모습들이 보여서 요즘은 야구 할 맛이 난다. 내가 주장할 때 딱히 어떤 말을 할 수 없었던 게, 주축인 고참들이 야구를 못했다. 이제 고참들이 자기 색깔대로 야구를 하니까 기분 좋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5강이) 쉽진 않아도 야구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일단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하자는 주장의 메시지가 있었다. 5등이면 쫓길 것 같은데, 쫓아가는 상황이라 더 재미있는 것도 같다. 꼴찌부터 지금까지 올라왔으니까. 마지막에 웃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할 때까지는 최선을 다하는 게 우리 임무고 팬들께 보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부진한 동안 같이 고민하며 기다려준 코치진을 향한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노진혁은 "감독님, 타격코치님, 수비코치님 특히 세 분이 고생을 많이 하셨다. 타격코치님은 얼굴에 스트레스가 보였다(웃음). 올라와야 할 선수가 안 올라오니까 죄송했다. 지금은 그때 생각하면 정말 죄송하고 감사할 따름"이라며 후반기는 코치진의 속을 썩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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