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尹정부, 野가 던진 이슈에 매몰.. 대통령, 국민통합 큰그림 그려야"

박양수 2022. 8. 1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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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윤석열' 평가 내릴 리더십 없어
대통령 100일밖에 안돼 학습 시간 부족
정치 잘 몰라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해
대통령실 체제 문제 때문에 지지율 하락
좋은 인재 모시려면 삼고초려 마음 필요
능력 가진 사람 잘 쓸 수 있는 능력 중요
출근길 약식 회견 소통 방식부터 바꿔야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박동욱기자 fufus@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①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전문] 출범 100일(8월17일)을 코앞에 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자 총체적인 난맥상을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혹자는 '보수의 위기'를 걱정한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에 대해선 지인 편중 인사와 인사 검증 실패 등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관련한 비판적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발(發) 내홍과 민생 현안과 관련된 정책혼선도 민심 이반의 동인(動因)으로 꼽힌다. 여권 내에선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근본적인 혁신을 통한 지지율 반등에 실패할 경우 정권 초기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개혁과제 동력을 상실하게 되고, 차기 총선 실패와 함께 '레임덕'에 빠져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와는 반대로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당내 갈등적 요소를 조기 청산하고, 인적 쇄신에 성공할 경우 지지율 반등과 함께 국정개혁 추진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본다. 디지털타임스는 '출범 100일'을 맞은 윤 정부의 안착과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보완해야 할 필요충분 조건은 무엇인지 정치평론가와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짚어본다.

대담=박양수 콘텐츠에디터

홍성걸 국민대 교수(행정학과)는 보수우파적 논객이지만, 이념적 지향과 가치판단에 있어 좌우를 가리지 않고 직설을 아끼지 않는 학자다. 극단적 진영논리가 팽배한 국내 정치 지형에서 편중되지 않은 그의 고언을 귀담아 듣는 이들이 많다. 대중적 호응도 역시 매우 높다. 홍 교수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당내의 소위 '윤핵관(윤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 그룹을 저격한 이준석 대표의 발언 여파에 대해 "언젠간 터질 일인데 오히려 지금 정리하고 가는 게 낫다"고 했다. 이번 일로 정치 혁신의 과제를 확 부각시킴으로써 '이준석 리스크'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공천제도 개편을 통해 젊고 신박한 젊은이를 발굴하는 세대 교체의 기회로 활용할 것을 충고했다.

홍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현 상황이 위기라는 말에 결코 동의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정치적 리더십을 강화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위기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더 큰 그림을 그리고, 각 분야에서 전권을 맡겨서 문제를 해결해 나갈 능력을 갖춘 인재를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반드시 모셔와야 하는 일이다.

홍 교수는 윤 정부의 대통령실에 대해선 "이슈 선점을 못한 채 야당의 던지는 이슈에 매몰돼 방향성을 잃었다"며 쓴소리를 했다. 과거 운동권 인사들이 주축이 된 야당은 '프레임 씌우기'나 '선동적 이슈' 만들기에 능수능란하다. 따라서 야당에 대한 대응은 정당에 맡겨놓고 대통령실은 보다 큰 국민적 이슈, 가령 중국과의 문제, 공급망 등의 핵심 이슈를 만들어 치고 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여의도 정치'에 매몰돼선 안된다는 충고다.

홍 교수는 정치인 또는 대통령으로서의 윤석열의 리더십에 대해 "아직 이렇다 할 평가를 내릴 만한 리더십이 없다"고 말했다. 이제 겨우 정치 입문 1년, 대통령 된 지 100일밖에 안 된 윤 대통령에게서 리더십 발휘를 기대하기엔 시간적 여유나, 학습할 시간이 너무 적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사실상 아직 정치와 정당을 잘 모른다고 봐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에 좌절하고, 경제적 실패 등으로 불만이 극에 달한 국민에 의해 불려 나온 셈이죠. 그래서 시행착오도 많았죠. 이준석 대표는 그런 대통령 후보한테 '연습문제를 낸다', '비단 주머니 3개를 드리겠다'고 했어요. 36살 젊은 애가 60살 넘은 대통령 후보를 마치 고양이가 쥐를 갖고 놀 듯 하는데도, 윤 대통령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건 정치를 잘 몰랐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지요."

사실 윤 대통령은 공익을 대변하는 검사로서 살아온 역정 자체를 보더라도 옳고 그름이 명확한 사람이다. 특히 피의자를 소환해서 자백을 받아내야 하는 게 특수부 검사의 직업적 속성상 때로는 고압적으로, 때로는 위압적으로 나가야 한다. 하지만 정치인을 다르다. 속이 뒤집어질지언정 겉으론 웃어야 하는 직업이다. 윤 대통령은 그런 것에는 아직 익숙하지 못한 건 어찌보면 당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100일도 안된 윤 정부가 역대 정권 중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데에는 제 역할을 못하는 대통령실 체제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설치하는 문제만 해도 그래요. 경찰국은 행안부 조직법에 치안업무를 행안부 장관이 광장하기 위해서라고 분명하게 돼 있어요. 애초에 경찰국을 통해서 치안사무를 하겠다는 게 아니었어요. 치안사무는 경찰청의 업무에요. 경찰청이 그 업무를 잘 하는지 못하는지 등을 관장하려고 경찰국을 두는 것인데, 그 말을 제대로 못하고 쓸데없이 '쿠데타'라고 한 것이죠. 올바른 얘기를 하면서도 여론이 훨씬 나빠진 것입니다. 다만 장관이 그렇게 했을 때 비서실장이나 국무총리가 '그건 잘못됐다'고 사과부터 하고, '경찰국은 경찰청 지원 조직이지 치안 업무를 하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어야 하는데 그냥 계속 끌려간 거에요.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 됐어요."

홍 교수는 윤 정부의 인사 정책에도 비판적 점수를 매겼다. 그는 "적절한 사람이 적절한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아는 사람만 쓰다보니 정말 능력있는 사람을 더 이상 찾지 않는다"고 했다.

"좋은 인재를 어떻게라도 모시려면 그야말로 삼고초려를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윤 대통령은 태도와 언행에서 점수가 깎여요. 경제 정책도 그래요. 지금 경제정책은 방향도 그렇고, 제대로 가고 있거든요. 그런데 국민은 경제정책이 잘못됐다고 해요. 그런데 뭘 잘못했냐고 하면 별로 얘기를 못해요."

윤 대통령이 대국민 소통 창구로 활용해온 출근길 약식 회견(도어스테핑)의 방식이 바뀌어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홍 교수는 "역대 어느 대통령도 거의 매일 출근길에 기자를 만나 현안에 대해 자기 생각을 가감 없이 얘기한 이가 없었다"며 "국민 입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짐작하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했다.

"윤석열이란 사람은 그동안의 정치 경력이나 경험이 부족하고, 속마음을 감출 이유가 그동안 전혀 없던 사람이죠. 그러다 보니 정치적으로 볼 때 많은 실책이 나오는 것입니다. 말 한 마디 잘하면 천냥빚을 갚는다고 했는데, 잘못해서 만냥의 빚을 쌓고 있는 거에요. 정권이 바뀌었는데, 전 정권이 아무리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전 정권과 비교하는 것, 이건 대통령이 해선 안될 일입니다. 국민한테서 '계속 전 정권 핑계 대고 있냐'고 욕 먹을 게 뻔한데도 아직도 판단을 못하고 있어요."

윤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 사이에서 오간 '내부총질' 문자도 마찬가지다. 홍 교수는 "솔직히 얘기하자면 대선 기간에 이준석 대표가 두 번 세 번씩 당무를 이탈해서 대통령 후보에게 '너 나 아니면 대통령 못 돼"라고 협박을 한 것 아닌가. 후보 입장에선 미워 죽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정치인으로선 해선 안되는 행동"이라고 했다. 뛰어난 정무적 감각을 갖추고, 여당과의 관계 조율도 할 수 있는 정무 수석의 존재가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다.

"어느 대통령도 자신이 모든 능력을 다 갖출 수 없습니다. 자기에게 부족한 부분을 가진 사람을 찾아서 잘 쓸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박정희 대통령이나 광주 문제 때문에 욕을 먹는 전두환 대통령은 사람을 잘 썼어요.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이 잘 아는 사람 쓴 건 아닙니다. 백방으로 수소문해서 그 분야에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불러다 썼지요."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 "국가를 위해서 도와달라"는 친필 편지를 썼다고 한다. 미국 연구소에서 우리보다 3배 넘는 연봉을 받고 있던 이공계 학자들이 대통령의 친필에 감동 받아 고국으로 달려왔다는 것이다. 전두환 정부가 그 당시 40대 초반의 나이에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를 마친 이들을 모셔왔는데, 이들은 정권과는 전혀 개인적 인연이 없던 사람들이다.

홍 교수는 지금 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라고 했다.

"안타까운 건 대통령이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큰 위기가 뭐겠어요. 경제 양극화, 소득 양극화 등 경제적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죠. 갈기갈기 찢어져 있는 국민을 어떻게 통합시킬 것인가도 중요합니다. 정치인들은 국민의 갈등을 이용만 하지 통합하려는 노력을 안 합니다. 입으로는 통합시킨다고 하지만 실제로 행동이나 말은 전혀 그런 게 아니에요. 얼마 전 수해 났을 때도 대통령이 서초동에 있었다고 비난하고 나섰는데, 그건 비판도 아니고 비난입니다."

홍 교수는 대통령실의 이슈 선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야당의 '프레임 씌우기'에 대응하자면 열이면 열, 질 수밖에 없어요. 왜냐면 야당에선 어떤 식으로 반응을 보일지 예상하고 하는 것이거든요. 그런 대응은 정당에 맡기는 거에요. 대통령실은 남이 만들어놓은 이슈에 발을 담글 게 아니라 이슈를 선점해 나가야 합니다. 지금 윤 정부의 대통령실이 잘못하고 있는 게 계속 이슈를 선점 당하는 것이에요. 이 시기에 필요한 핵심 이슈를 만들어 치고 나가려면 국민과 소통해야 되는 데 국민의 지지율은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국민을 적으로 돌린 것이지요. 가뜩이나 170석 여소야대인데. 국민들의 지지가 없으면 뭘 할 수 있겠어요. 국민의 지지가 있어야 야당이 극심하게 반대 해도 국민이 확 원하면 야당이 어쩔 수 없이 쫓아갈 수밖에 없는 거 아니겠어요. 국민의 지지는 그야말로 필요충분조건인데, 그것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전제부터 틀려버린거죠."

노동문제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부는 보수 우파 정부이기 때문에 기업들을 우군으로 볼 수 있다. 경제 정책을 통해 훨씬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경제 성과의 핵심은 기업과 노동이다. 그런데 윤 정부는 노동문제에 대해서도 계속 끌려가는 모양새다. 홍 교수는 "노동 운동의 정상화가 지금 절실하다. 그런데 민주노총이 국민경제를 갉아먹고, 집단 이기주의로 인해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이슈를 얼마든지 만들어 나갈수 있다"며 "그런데 그것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선 포용해야 한다고 했다. 홍 교수는 "윤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을 편히 쉬시게 놔드려 할 것 아니냐'라고 해야지, 적으로 돌리면 안된다"고 했다. 예컨대 보수 유튜버들이 양산에서 난리를 칠 때에도 오히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야 했다는 것이다.

"전 정부를 포용은 하되, 법에 어긋나고 증거가 다 나와서 수사를 해서 범죄가 나오면 그것 어떻게 하겠어요. 대통령은 절대 이 문제에 개입하면 안 돼요. 적폐청산 자꾸 얘기하는 데 입도 뻥긋하지 말고, 그 문제는 검찰이나 경찰에서 수사를 통해 법과 원칙을 따라서 판단하도록 해야 합니다. 다만 국민 통합이 절실하다며 전직 대통령은 손을 잡으려고 하고 도와주려는 식으로 나가야 문제가 풀리지요. 괜히 대통령이 나서서 적폐청산하겠다고 아우성치면 문 전 대통령 꼴이 나는 것이에요. 국민이 완전히 두 동강 났잖아요."

홍 교수는 "검찰이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고, 결코 전 정권하고 자꾸 각을 세우면 안된다"며 "대통령으로서 그런 얘기는 입 밖에 내지 못하게 하고, 그 자리에서 잘라버려야 그런 사람들이 안 나온다"고 했다.

홍 교수는 작금의 '민주주의 위기', 또는 '보수의 위기'를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 '팬덤 현상'을 꼽았다. 특히 그런 팬덤을 부추기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나 조국 전 장관 같은 이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들이라고 했다.

"그들이 해 온 말들을 보면 앞뒤가 얼마나 다른가요. 적어도 지식인이고 지성인이라면 논리적으로 앞뒤는 맞아야 될 거 아닙니까. 부끄러운 줄 모르고 항상 자기편만 옹호한단 말이에요. 그것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게 사실입니다."

홍 교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개딸'이니 난리들인데, 말이 안 되는 것이거든요. 그걸 당 내부에서조차 자정 작용이 안 일어난다는 측면에서 보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 가장 큰 적이 민주당 내에 있다는 얘기죠. 이재명의 팬덤이 방탄소년단(BTS)의 아미처럼 번져 갈 가능성이 굉장히 많은 것이죠.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죽는 거죠.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우리가 보통 관용(tolerance)이라고 하는 이게 없는 사회, 그 사회로 간다는 점에서 민주주의가 위기인 것이지요."

홍 교수는 윤 정부에게서 위기도 많지만, 희망을 보았다고 했다. 방위산업과 원전 산업에서 대박이 터질 호기를 맞게 됐다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에겐 큰 기회 요인이 됐어요. 전 세계 국가들이 미국 무기를 사고 싶은데 너무 비싸고, 승인도 잘 해주지 않아요. 그런 게 국내 방위산업 분야에 굉장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어요. 원전에서도 대박이 터질 가능성이 높아요. 러시아와 중국이 원전에선 큰 손이었는데 지금 전쟁 때문에 경쟁이 사실상 지금 무너진 상태입니다. 방위산업과 원전 산업의 모멘텀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어떻게 키워가느냐에 따라서 아주 빠른 속도로 경제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것이 고용을 많이 창출하게 되면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가 경제적 측면에서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정리=김세희 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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