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보수의 위기' 자초한 尹취임 100일
이준석, 尹·윤핵관 폭로성 회견
국정동력 모아도 힘든판에 분열
2년뒤 총선 벌써부터 패배 우려
5년만에 대권을 되찾은 보수권력이 내부분열로 불신과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좌파정책과 세력을 척결할 적임자로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7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인사잡음에 이어 '내부총질' 확전으로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했다. 윤 정권은 '취임 덕(취임+레임덕)'을 넘어 '보수 자멸론'으로 치닫고 있다. 복합 경제위기 극복과 공공·연금개혁을 위해 국정동력을 총동원해도 모자랄 판이다. 권력 연대에 취약한 보수의 특징대로 내부 잡음과 분열로 쪼개지고 있다.
보수 지지층은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과 소득주도성장에 실망해 5년만에 대권을, 12년만에 지방권력을 되찾아줬다.이런데도 집권여당이 권력투쟁으로 살얼음판 같은 위기를 자초하자 지지자들은 실망과 불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2년 뒤 총선에서 좌파에게 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스며들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들은 '자살골' 넣듯이 내전을 계속하고 있다. 2년 뒤 총선 공천주도권을 넘어 감정싸움 양상이다. 이 전 대표는 15일 한 라디오에 나와 '윤 대통령의 성적표를 매겨달라' 질문에 "25(100점 만점)"라며 "지난주 갤럽 수치"라고 비꼬았다. 이어 "25보다 더 마음 아픈 것은 호남에서의 9, 젊은 30~40대에서 13, 11 뭐 이런 숫자"라며 "60대도 돌아서고 70대에서 40 나와서 버티는 게 뭔가"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선 윤 대통령과 당내 '윤핵관'들을 작심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자신에 대해 "이 XX, 저 XX" 등 거친 언사를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는 등 폭로성 주장을 쏟아냈다. 문제의 '양두구육(羊頭狗肉, 겉은 번지르르하나 속은 변변치 않은 것을 뜻하는 사자성어)' 발언까지 재소환하면서, "돌이켜보면 양의 머리를 흔들면서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팔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잇달은 발언에 당은 쑥대밭이 됐다. 당내에선 이 전 대표 비판파와 옹호파로 갈렸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5일 페이스북에서 "정치판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데 1년 전으로 착각해 막말을 쏟아내면서 떼를 쓰는 모습이 딱하다"고 이 전 대표를 비난했다. 반면 친유승민계 김웅 의원은 페이스북에 "자랑스럽고 짠한 국민의힘 우리 대표"라고 썼다. 다만 친유승민계 전체가 이 전 대표를 옹호하는 움직임을 보이진 않는다.
당내 내홍은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당 홈페이지에는 "윤 대통령이 결자해지 해야 한다"는 여론과 "이 대표를 제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엇갈린다.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 취임 100일인 17일에 출범하는 비상대책위원회와 법원의 가처분신청 심리의 결과에 따라 국민의 힘은 회복불능의 태풍에 휩싸일 수 있다.
보수권력이 내부분열로 휘청거리자 좌파세력이 화물연대 파업에 이어 다시 깃발을 들었다. 민주노총은 지난 13일 서울 숭례문과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8·15 전국노동자대회' 등을 잇달아 열고 이달 말 예정된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특히 북의 노동자단체가 보낸 "미국과 남조선의 침략전쟁 연습을 중단하라"는 연대사를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외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방향을 제시한 공기업 구조조정과 같은 개혁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권여당이 내부 정치권력 싸움에 치중하느라고 개혁과제를 제대로 챙기겠냐는 불안에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수진영 전체를 궤멸로 내몰았던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건을 거친 뒤 '윤석열'이라는 새로운 주류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새로운 세력이 나타나거나 주류가 등장할 때는 항상 갈등이 있었다.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보수가 위기를 맞은 치명적 이유는 자유주의에 대한 이념이 없고, 권력추구자들만 있기 때문"이라며 "이들이 과거에는 반공주의, 오늘날엔 자유민주시장경제라는 탈을 쓰고 권력만 추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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