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 그리움 여전'..사진으로 보는 15일 야스쿠니 [특파원+]
강구열 2022. 8. 1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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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한국과 북만주 뿐만 아니라 대만도 우리나라(일본)의 식민지 아니었습니까."
15일 일본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야스쿠니(靖國)신사 앞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 군복을 차려 입은 노인은 '대일본제국의 영광'을 강조했다.
국제사회에 막대한 피해와 깊은 상처를 남긴 전쟁 자체를 긍정하는 게 꺼리길 게 없는 야스쿠니신사에 일본 극우의 주장이 넘쳐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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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한국과 북만주 뿐만 아니라 대만도 우리나라(일본)의 식민지 아니었습니까.”
15일 일본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야스쿠니(靖國)신사 앞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 군복을 차려 입은 노인은 ‘대일본제국의 영광’을 강조했다. 노인은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1월 자신이 미군을 저지하기 위한 작전에 투입되어 중학생까지 동원했다는 이력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20여 명의 사람들이 사진을 찍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에 찬 노인의 목소리에 반응했다. 국제사회에 막대한 피해와 깊은 상처를 남긴 전쟁 자체를 긍정하는 게 꺼리길 게 없는 야스쿠니신사에 일본 극우의 주장이 넘쳐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럽다. 77년 전 8월 15일, 패전과 함께 꺾여버린 일본의 제국주의 야욕에 대한 그리움이 일본 사회에 여전함을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등 2차 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의 풍경은 전하고 있었다.
야스쿠니신사에서 가까운 지하철 근처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주변국의 비난이 워낙 거세 일본 정부는 공물을 보내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야스쿠니신사 직접 참배 대신에 다마구시료(料)라는 공물료를 납부했다. 공물료는 ‘일본국내각총리대신’이 아닌 ‘자민당 총재’ 명의로 이뤄졌으며 기시다 총리가 사비로 비용을 충당했다. 기시다 총리가 직접 참배하지 않고 총리 명의나 공비(公費) 지출이나 회피함으로써 일본 우익과 국제사회의 요구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는 2012년 12월 2차 집권 후 2013년 12월 현직 총리로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동아시아 관계가 크게 경색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새로운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회원들이 유인물을 전달하고 있다. 이들은 유인물을 통해 “현재의 일본 역사교과서는 근대사에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일본인이 영원히 사죄를 계속해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본 군국주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욱일기에 밑에 “야스쿠니에서 만나자”는 문구가 쓰여 있다. 사진은 패전을 목전에 두고 일제가 벌였던 자살 공격 ‘가미카제’의 대원들의 얼굴이다.
검은 군복으로 차림을 통일한 남성 10여 명이 변형된 욱일기를 앞세우고 행진을 벌이고 있다. 길을 터주거나 사진을 찍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에서 적극적이진 않지만 응원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행진을 벌인 남성들이 모자를 벗고 허리를 숙이며 짐짓 경건한 분위기로 야스쿠니 신사 내부를 향해 절을 하고 있다.
“일본은 침략, 범죄 국가가 아니다”고 쓰여 있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오랫동안 일본 우익의 구심점으로 군림했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추모하는 활동을 벌이는 사람도 있었다. 아베 전 총리 사진 사이에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의 사진도 보인다. 아베 전 총리의 후원을 받아 정치적 위상을 키운 다카이치는 일본 우익을 대표하는 새로운 얼굴로 부상하고 있다. 그는 이날 야스쿠니를 직접 찾았다.
왼쪽의 판넬은 “일·한의 병합 전 조선은 지옥이었다”가, 가운데는 “일본이 조선반도에 해준 일”이 제목이다. 일본이 조선반도, 즉 한국에 해준 일로 인구가 2배 늘었다느니, 평균 수명이 30년 이상 증가했다느니 하는 주장을 늘어놓은 가운데 “잊고 있는 한글을 정비해 표준조선어가 제정되었다”는 부분에서는 황망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날 야스쿠니신사는 참배를 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일제의 야욕으로 인해 이웃나라가 입은 막대한 피해와 깊은 상처는 일본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수많은 참배객을 보며 떠올린 생각이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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