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표준화기구 진출은 산업리더십의 시작

2022. 8. 1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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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

표준이 금융, 의료, 교통, 정보통신 등의 모든 산업 부문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세계 기술 선진국은 신흥 기술에 대한 표준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모든 신흥 기술은 표준을 통해 상호 연동성을 보장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아무리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다른 기업의 제품과 연동해 동작할 수 없다면 그 제품은 오직 그 기업 환경에서만 작동하게 되어 시장 확장성이 없고 소요 부품의 충분한 공급망을 확보할 수 없어서 가격을 경쟁력있게 유지할 수 없다. 결국 다른 기업의 제품과 연동할 수 없어서 해당 기술은 수명이 다해 도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국제표준을 통한 기술 개발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기업이 자신이 보유한 고유 기술을 담은 국제표준을 개발하고 그 국제표준과 연계된 특허를 확보하면, 해당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허 사용권한 양도를 통해 특허기술료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 이것이 국제표준에 포함된 핵심 특허의 확보가 필요한 이유다.

기술 선진국은 기술과 경험에 기초해 국제표준화 작업을 통해 새로운 표준을 개발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이에 반해, 기술 추격국은 국제표준에 대한 특허에 대한 기술료를 지급할 뿐만 아니라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

향후 10년간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경제를 주도할 신흥 기술은 다양하다. 그중에 반도체, 인공지능, 6세대 이동통신시스템, 자율자동차, 메타버스, 사이버보안, 양자정보통신 등이 돋보인다. 이런 신흥 기술에 기반한 서비스와 제품은 상호 연동성 확보가 먼저다. 그래야 제품과 서비스의 산업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양자키분배 네트워크의 경우 두 종단 통신 실체 간에 안전한 키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환되는 정보와 포맷, 시기에 대한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수행하고 나서 두 통신 실체 간의 양자 컴퓨터에 내성을 갖는 암호키를 분배할 수 있다.

국제표준화기구는 국가대표단이 참석하는 공적 표준화기구, 기업이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는 '사실 표준화기구'로 구분된다. 대표적 공적 표준화기구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산업 부문의 국제표준을 개발하는 국제표준화기구(ISO)와 국제전기위원회(IEC) 등이다. 사실 표준화 기구는 비밀번호 없는 인증기법을 개발해 활용을 촉진하는 FIDO(신속한 온라인 인증) 표준화협의체 등이 있다.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국제표준화 활동의 의미는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국제표준화를 주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는 그 의미가 다양해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만약 어떤 기술이 우리나라에 의해 제안되고 채택되며, 최종 표준에 우리나라가 제안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면 주도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비록 우리나라가 제안하지 않은 기술이더라도 신규 표준화 과제가 채택될 때 그 표준의 개발을 책임지는 에디터로 임명되어 각 국가에서 제출한 제안 내용을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반영 여부를 결정하는 때도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국제표준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해당 표준화 그룹이나 기구의 의장이나 최고책임자가 되어 해당 국제표준화 기구의 표준화 추진 방향을 결정하는 때도 우리나라 주도의 국제표준화를 추진한다고 볼 수 있다.

ITU 국제표준은 주로 6세대 이동통신 등의 정보통신망/정보통신기술 국제표준을 개발하고 있고, ISO 국제표준은 모든 산업군에 적용될 수 있는 국제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서는 자율자동차, 블록체인, 의료, 금융 분야의 전 산업 부문의 국제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국제표준화 기구에서 한국 출신 전문가가 수장이 되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빠르게 변하는 신흥 기술의 국제표준화 주제와 방향을 결정하는데 관여 및 주도할 수 있고 우리나라의 국제 표준화에 대한 기여 의지를 표명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신흥기술에 대한 국제표준화 기구의 표준화 전략 추진 방향 및 내용과 의사 결정 과정에 관여할 수 있어서 국제표준화에 크게 공헌할 수 있다. 또한 해당 표준화 기구에서 국내 전문가들이 여러 수준의 의장단 참여에 도움을 준다.

통상 국제표준화 기구의 수장은 회원국이 참여하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우리나라는 올해 두 개의 글로벌 공적 표준화기구의 수장급 선거에 도전하고 있다. 이재섭 ITU 표준화 국장이 ITU 사무차장 선거에 도전하고 있고, 현대모비스 조성환 대표가 ISO 회장에 도전하고 있다. 두 국제표준화 기구의 수장 선거는 9월 말 두 공적 표준화 기구의 최상위 정책위원회를 통해 루마니아와 아랍에미리트에서 각각 열린다. 우리나라 후보의 전문적 역량은 경쟁 후보를 앞서고 있다고 판단된다.

정부의 면밀한 준비와 주도하에 우리나라 민간과 공공의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많은 회윈국이 지지할 수 있는 국제표준화 기구의 발전 청사진의 제시를 통해 국제표준화 기구의 수장 선거에 승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국제표준화에 대한 회의국이 원하는 방향과 비전의 제시가 요구된다.

국제표준화 기구가 향후 추진해야 할 중점 신흥 기술에 대한 표준화 전략의 제시가 필요하다. 국제표준화 기구는 신흥 기술의 국제표준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국제연합(UN) 지속 가능한 목표 (SDG) 을 달성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따라서 국제 표준화 기구마다 특화된 SDG를 분명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과 개도국과 표준 추진 및 활용 역량의 격차를 줄이는 방안 제시도 필요하다. 효과적 국제표준을 산출하기 위한 표준화 기구 내에 혁신적 표준화 과정의 제시도 필요하다.

산출된 국제 표준의 활용도를 높이고, 활용을 통해 글로벌 디지털 경제와 산업화를 촉진하며, 인식 제고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의 제시가 필요하다. 국제 표준 인식 제고와 표준 가시성을 증진할 수 있다. 또한 연관된 타 국제기구와의 협력 또는 협업, 조정 강화를 위한 전략이 요구된다.

두 국제표준화 기구 수장에 성공적으로 진출시켜 우리나라가 신흥기술과 전 산업부문의 국제표준화를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우리나라 산업체의 국제표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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