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이주 고려인 토굴 짓고 살던 곳에 추모의 벽

2022. 8. 1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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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우슈토베에서
한-카 우호기념비 제막식
홍범도·이동휘·민긍호 등
독립운동가 15인 이름
추모의 벽에 아로새겨
라종억 통일문화硏 이사장 등
양국 관계자 100여명 참석
라종억 통일문화연구원 이사장(오른쪽 둘째)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우슈토베에서 열린 고려인 항일 독립운동가 추모의 벽 제막식에서 후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통일문화연구원]
지난 11일 오후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바스토베에 위치한 고려인 추모공원 겸 한-카 우호공원. 한복을 차려입은 고려인 후손들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고려인 항일 독립운동가를 기리기 위해 이곳에 설립된 고려인 항일 독립운동가 추모의 벽 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매경미디어그룹과 통일문화연구원은 지난주 카자흐스탄 우슈토베 지역 바스토베 언덕에 고려인 항일 독립운동가 추모의 벽과 한-카자흐스탄 우호기념비를 완공하고 제막식을 개최했다. 우슈토베 지역은 1937년 소련이 연해주 고려인들을 강제 이주시키던 시기 열차가 처음 정차한 곳이다. 우슈토베역에서 7㎞ 떨어진 바스토베는 카자흐스탄 말로 '큰 언덕'이라는 뜻으로 고려인들이 초기에 정착했던 지역이다. 강제이주를 당한 고려인들은 17만여 명으로 추정되며 이곳에서 추위에 맞서 토굴을 짓고 살았다.

통일문화연구원은 황량한 벌판에 고려인 조상들의 묘비가 방치된 모습을 보고 카자흐스탄 총영사관의 지원을 받아 2년 전 고려인 추모비를 세우고 공원 조성 사업을 진행해왔다. 2019년 고려인 추모의 비를 건립했고 작년에는 한-카자흐스탄 우호기념비를 세웠으나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제막행사를 미루다 이번에 추모의 벽 준공과 함께 제막식을 열게 됐다.

추모의 벽에는 청산리대첩의 영웅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고려인 항일 독립운동가 15인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상해임시정부 총리가 돼 무장항쟁을 이끌었던 이동휘 선생, 의병 사령관을 지낸 민긍호 선생 등 국가보훈처에서도 인정한 독립운동가들이다. 독립운동가 김경천 선생의 고손자인 허다니일 군(13)은 "오늘 고조할아버지의 이름이 추모의 벽에 새겨져 있는 것을 보고 매우 자랑스러웠다"면서 "할아버지와 같은 애국자가 돼 나라를 지키기로 다짐했다"고 밝혔다. 허다니일 군 가족 외에도 13명의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제막식 행사에 참석해 조국을 위해 희생하다 돌아가신 선대의 숭고한 뜻을 기렸다. 러시아 연해주 등지에서 항일 독립운동을 펼치던 이들은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해 생활하다 생을 마감한 독립 유공자들이 많았다.

이날 제막식에는 라종억 통일문화연구원 이사장, 박내천 카자흐스탄 알마티 총영사, 위정환 MBN 상무, 오가이 세르게이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장, 김부섭 현대병원장, 이사베코브 에르란 카라탈 군수 등 양국 관계자들과 현지동포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라종억 이사장은 "해외에서 활동한 항일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고 한국과 카자흐스탄 간 우호 증진을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라 이사장은 "80여 년 전 고려인의 정착을 도와준 카자흐스탄 현지인을 항상 기억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원을 이어감으로써 이번에 제막한 한-카자흐스탄 우호기념비의 의미를 더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내천 총영사는 "이번 제막식은 고려인 강제이주, 독립운동의 역사를 기억하고 카자흐스탄 국민과 고려인 동포들의 교감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간 의미가 더욱 뜻깊다"고 설명했다.

[우슈토베(카자흐스탄) = 조경진 MB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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