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힘 합치자"는데.. 기시다는 공물 봉납

한·중·미 반발 의식한 수위 조절
극우성향 각료들 신사참배 행렬

야스쿠니신사 찾는 일본인들일본의 패전 77주년을 맞아 15일 도쿄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야스쿠니신사는 근대 일본이 일으킨 크고 작은 전쟁에서 숨진 이들의 혼을 떠받드는 시설로,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246만6000여명이 합사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의 주요 언론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한일 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는 반응을 내놨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15일 윤 대통령의 연설문 가운데 "일본은 이제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 "한일 관계의 포괄적 미래상을 제시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해 한일 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겠다"고 한 부분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징용,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윤 대통령이 양국 관계를 조기에 개선시키겠다는 의욕을 내보였다"면서도 "징용,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구체적 언급이 없었던 이유에 대해 "(한국 정부의) 징용 배상문제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 그 배경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도쿄신문도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할 이웃"이란 연설문 문구를 제목으로 뽑아 전하면서도 징용피해자 측의 반발로 한국 내에서 합의안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도 비슷한 논조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본의 패전 77주년인 이날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자민당 총재' 명의로 제사용품(공물)을 봉납했다. 자민당 극우 성향 인사 및 우파 지지자들의 여론을 의식함과 동시에 한국과 중국은 물론 미국의 반발까지 고려한 나름의 절충점으로 풀이된다. 비용은 사비로 처리했다.

일본 정치권의 아베파를 비롯한 극우 성향 인사들은 이날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방문해 참배했다. 기시다 내각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전보장 담당상, 아키바 겐야 부흥상이 이날 오전 참배를 마쳤다.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은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밀었던 극우 성향의 여성 정치인이다. 앞서 지난 13일엔 아베파인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패전일 현직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2020년부터 3년 연속이다. 자민당의 하기우다 고이치 정무조사회장(아베파)도 참배와 함께 사비로 공물의 일종인 다마구시(비쭈기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 대금을 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인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도 참배 행렬에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