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 다 묶었다..尹 "독립·건국·산업화·민주화 모두 독립운동" [VIEW]

권호, 왕준열 2022. 8. 15. 18: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시, 자유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취임 후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를 33번 언급하며 현대사를 '자유로의 여정'으로 재해석했다. 사진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경축사하는 윤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를 서른세 번 말했다. 5월 10일 취임사 때 자유를 서른다섯 번 언급한 지 석 달여 만이다. 취임 연설에서 ‘번영과 풍요의 토대가 되는 적극적 의미’로서 자유를 강조했다면, 이날 경축사에선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자유를 소환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한국 현대사를 독립 정신에 입각한, 자유를 향한 투쟁의 여정으로 정리한 데 의의가 있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을 재규정하면서 경축사를 풀어갔다. 윤 대통령은 “일제 때의 독립운동은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나라를 세우기 위한 것이었다”며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전체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은 결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945년 바로 오늘, 광복의 결실을 이뤄냈지만 독립운동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어 “공산 세력에 맞서 자유국가를 건국하는 과정, 자유민주주의의 토대인 경제성장과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과정을 통해 계속돼왔고 현재도 진행 중”이라며 “독립운동은 그 성격과 시대적 사명을 달리하며 진행돼온 역동적인 과정”이라고 재해석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김영관 애국지사 및 후손들과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역동적(力動的), 지금도 ‘힘차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과정으로서의 독립운동에 대해 윤 대통령은 “자유를 찾고, 자유를 지키고, 자유를 확대하고, 또 세계시민과 연대하여 자유에 대한 새로운 위협과 싸우며 세계 평화와 번영을 이뤄나가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인류 보편적 가치로서의 자유를 확대하고 지키는 것이 ‘현재도 이어지는 독립운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광복→건국→산업화→민주화’로 요약되는 한국 현대사 일련의 무대를 언급하며 자유를 재차 강조했다. “일제 강점기 국내외에서 무장 투쟁을 전개하신 분들”, “공산 침략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신 분들”, “진정한 자유의 경제적 토대를 만들기 위해 땀 흘리신 산업의 역군과 지도자들”, “제도적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희생과 헌신을 해오신 분들”을 열거한 윤 대통령은 “이런 분들이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만든 위대한 독립운동가”라고 말했다. 자유를 키워드로 모든이들을 포용하겠다는 의지도 읽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자유를 통한 한국 현대사 재해석으로, 매년 8ㆍ15 때마다 불거졌던 ‘광복이냐 건국이냐’는 논쟁의 여지가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 내내 '건국'이란 단어를 한 번밖에 안 쓰면서도 독립운동의 정통성이 명실상부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한국에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 의지도 자유의 연장선에서 설명했다. 일본에 대해 “과거 우리의 자유를 되찾고 지키기 위해 정치적 지배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대상”이라고 언급한 윤 대통령은 “이제,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고 말했다.

과거 정부에서 일본 관계의 해법으로 삼았던 ‘선(先) 과거사 문제 해결, 후(後) 화해 협력’의 기조는 “한ㆍ일 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는 말로 대체됐다. 윤 대통령은 “한ㆍ일 관계의 포괄적 미래상을 제시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해 한ㆍ일 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겠다”며 “양국 정부와 국민이 서로 존중하면서 경제ㆍ안보ㆍ사회ㆍ문화에 걸친 폭넓은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은 1998년 10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ㆍ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이다. 11개 항의 공동선언에는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로 상징되는 일본의 과거사 인식, 양국의 우호 협력 결의, 경제협력 촉진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윤 대통령은 외교ㆍ안보 공약에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0 시대 실현’을 포함하는 등 이 선언을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을 이웃으로 칭하며 "양국 관계를 빠르게 회복시키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경제 기조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공적 부문의 긴축과 구조조정을 강조하면서도, 아껴서 확보한 재정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데 쓰겠다”고 말했다. “경제적 문화적 기초를 서민과 약자에게 보장하는 것은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연대의 핵심”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기초생활 보장 강화 ▶장애인 돌봄 서비스 대폭 보강 ▶사회적 약자 위한 주거 복지 등을 강조한 윤 대통령은 최근 호우와 관련해 “재난은 늘 서민과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피해와 고통으로 다가온다. 더 세심하고 더 철저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경축사 모두와 마찬가지로 말미에서도 수미쌍관(首尾雙關ㆍ시작과 끝을 같게 함)으로 자유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를 되찾고, 자유를 지키고, 자유를 확대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더 강해졌다”며 “우리의 독립운동은 끊임없는 자유 추구의 과정으로서 현재도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ㆍ인권ㆍ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함께 연대해 세계 평화와 번영에 책임 있게 기여하는 것이야말로 독립운동에 헌신하신 분들의 뜻을 이어가고 지키는 것”이라며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우리에게 부여된 이 세계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연설을 맺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