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그래프] (27) 상명대 정주영 "상대 팀 잘하는 가드 막을 자신 있다"

정다혜 입력 2022. 8. 1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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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억하고 뽑아 주세요" 2022 KBL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완생을 꿈꾸는 대학 졸업반 미생들의 농구 인생을 조명해본다.
[점프볼=정다혜 인터넷기자] 스물일곱 번째 미생은 상명대 주장 정주영(G, 174cm)이다. 수비 역사에 한 획을 긋고자 하는 정주영의 ‘미생그래프’를 살펴보자.

#끈기와 정신력으로 성장하다
어릴 적 친누나를 따라 스포츠클럽에서 농구를 배웠던 정주영은 그곳에서 삼광초 박민재 코치에게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 본가가 성남인 그는 삼광초가 위치한 용산까지 이동하는 데 부담이 있었지만, 적응 삼아 용산에서 두 달가량 지내본 끝에 전학을 결심했다.

수비를 중요시하는 코치의 성향에 따라 실력도 수비에 맞춰 향상됐다. “초등학생 때는 기본적인 훈련을 많이 했어요. 운동할 때 수비가 차지하는 부분이 많았고요. 거기서부터 배워서 수비를 잘하게 된 거 같아요”.

그만큼 훈련도 혹독했지만,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 없이 농구에만 집중했다. 끈기로 모든 훈련을 버텨낸 정주영. 그는 중학교 초반 황당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다들 중학교 올라가면 더 힘들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지금보다 더 힘들면 얼마나 힘들까?’ 이러면서요. 그런데 정말 하나도 안 힘들었어요. 운동 끝나면 ‘이게 끝인가?’ 싶기도 했고요(웃음)”.

중학교 3년 동안 많은 경기와 대회를 치렀지만, 그를 더 성장하게 한 대회가 있었다. 바로 3학년 4월에 열린 전국소년체육대회 선발전이다. 서울지역에서 4강에 오른 용산중. 정주영은 경기 종료와 동시에 자유투 2개를 얻어냈다. 한 개만 성공해도 연장전으로 갈 수 있는 상황에서 2구를 모두 놓쳤다.

자신의 자유투로 결과가 달라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칫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었지만, 그날 경기를 계기로 더욱 단단해졌다. “그다음 주에 똑같은 경기장에서 대회가 한 번 더 있었어요. 그 경기에선 반대로 저희가 1점 차로 이기고 있었고 종료 전에 제가 자유투 2개를 얻었어요. 그날은 두 개 다 성공시켰죠”.

#‘나’를 보여주고자 하는 의지
정신적인 성장을 이룬 후 입학한 고등학교. 연계학교로 진학해오는 동안 동기 2명이 농구를 그만뒀다. 의지해왔던 동기들이 농구공에서 손을 뗐지만, 그는 자신의 꿈을 밀고 나갔다. “제 동기가 초등학생 때 저 포함해서 3명이었는데 같이 중학교 올라갔다가 중학교 3학년 때 한 명이 그만두고 고등학교 올라와서 또 한 명이 그만뒀어요. 그만둔 애들 만나면 얼굴이 좋아져 있어서 처음에는 부럽긴 했는데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주변 사람들의 변화에도 완강했던 그가 잠시 주춤하던 시기가 있었다. 바로 1학년, 3학년 때 당한 발목 부상 때문이다. “처음에 발목이 돌아갔을 때 ‘이 정도로 아픈 건가?’ 싶었어요. 크게 다쳐본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대부분 발을 절뚝이기라도 했는데 저는 아예 발을 못 디뎠어요”.

난생처음 겪어본 통증에 머리가 복잡했다. 대입을 앞둔 3학년 때가 더욱 혼란스러웠다. 2주 뒤 대회가 열리는 상황이었고 병원에서도 출전을 말렸지만, 3학년이었기에 스승들은 코트 위에서의 활약을 더 중요시했다. 결국, 고작 10일 정도의 재활만 진행한 뒤 경기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도 1년 안에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제43회 협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 여수대회 남고부 8강 경기에서 19어시스트를 기록한 것. 그는 “저도 그렇게 많이 한 줄 몰랐어요. 경기 끝나고 본부석에 계신 선생님이 저한테 ‘하나만 더 했으면 스무 개인데 (아깝다)’ 이러시더라고요. 신기했어요”라며 그때를 회상했다.

어시스트 뿐만 아니라 득점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8 한국중고농구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선 광신정산고 상대로 29점 5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올리면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발목 부상도 그의 의지를 막을 수 없던 것이다.

#위기를 뛰어넘다
상명대 신입생 정주영은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 동안 선배들의 플레이를 보며 공부하기 바빴다. 특히 전성환(데이원스포츠)의 플레이가 많은 도움이 됐다고. “1학년 때 성환이 형이 있었는데 수비든 드리블이든 패스든 정말 잘해서 보고 배운 게 많았어요. 제 장점 그 이상을 다 갖고 있으니까요”.

이후 2학년이 된 정주영은 출전시간을 늘려가면서 존재감을 보였다. 2020 KUSF 대학농구 U-리그 1차 대회에선 상명대가 플레이오프 4강까지 진출했는데 플레이오프 진출을 두고 펼쳐진 단국대전에서 1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6인 로테이션으로 선수 개개인의 역할이 중요했는데 그의 수비와 동료를 살리는 플레이는 상명대에 큰 힘이 됐다.

고등학생 때 당한 두 번의 발목 부상으로 그해 12월에 수술을 한 정주영은 복귀 후 재도약을 다짐했다. 그러나 3학년 대학리그 첫 경기(고려대전)에서 반대쪽 발목을 다치고 말았다. “처음엔 화밖에 안 났어요. 복귀하고 여러 경기를 뛰다가 다친 게 아니고 첫 경기에서 20분도 못 뛰고 다쳤으니까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경기 수도 적은 마당에 부상까지 겹쳐 자신을 보여줄 기회가 적어진 것. 재활센터에 있는 본인이 답답하기만 했다. 하지만 좌절은 없었다. 그의 농구를 존재하게 한 끈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4학년이 된 정주영은 이번 대학리그에서 상명대의 농구를 주도했다. 까다로운 수비와 스틸로 상대 팀을 압박했다. 그 결과 대학리그 예선 14경기에 모두 출전해 어시스트 2위(110개)와 스틸 1위(39개)로 올라섰다.

이 기록에 대해 그는 “뭔가를 1등 한 거고 저를 보여줄 수 있으니까 처음엔 정말 좋았는데 스틸은 저희 팀 수비 자체가 제가 스틸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어쩔 수 없이 많아진 거 같습니다”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7월에 열린 MBC배 첫 경기 명지대전에서도 더블더블(20점 4리바운드 10어시스트)을 기록하면서 팀이 46점 차 대승을 거두는 데 일조했다. 부상으로 무너질 위기가 있었지만, 그 벽을 뛰어넘은 끝에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게 됐다.

#수비에서 대활약을 예고하다
지난달 13일 MBC배 첫 경기 후 만난 상명대 고승진 감독은 “상대가 쫓아오거나 득점이 안 될 때 공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하는데 주영이는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몫을 하는 선수여서 분위기를 잘 이끌어준 거 같다”며 평소 정주영의 경기 태도를 칭찬했다.

이를 들은 정주영은 “최대한 제 몫을 해야 하고 또 4학년이니까 제 플레이를 하다가 여유가 되면 다른 선수 수비도 도와줍니다”라며 코트 위에서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그는 “(프로에 가면) 저보다 잘하는 선수가 정말 많잖아요. 보고 배울 수 있는 게 많을 거 같아서 기대돼요. 저랑 비슷한 유형의 선수들도 있으니까 그 선수들 플레이 보면서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배울 수 있을 거 같아요”라며 대학교 1학년 때처럼 성장에 대한 열정도 보였다.

“상대 팀 잘하는 가드는 웬만하면 다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수비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 정주영. 과연 그 자신감을 드래프트를 넘어서 프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_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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