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번 등장한 '자유'..위기 돌파 메시지 '자유' 재확인에서 찾아[8·15 경축사]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심진용 기자 2022. 8. 1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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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33차례 등장하며 경축사 관통
"자유를 되찾고, 자유를 지키고 자유를 확대하는 과정"
추상적 개념으로 여전히 국정비전 흐릿하다는 지적도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관통한 단어는 ‘자유’다. 취임사에 35번 등장한 데 이어 경축사에 33번 나와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응집된 단어로 다시 부각됐다. 국정쇄신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 국정기조 색채를 오히려 또렷하게 드러내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 방향타 전환과 관련된 메시지는 담기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자유를 찾기 위해 시작된 독립운동은 진정한 자유의 기초가 되는 경제적 토대와 제도적 민주주의의 구축으로 이어졌고 이제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하여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대하는 것으로 계승되고 발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부터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친 현재,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 전반에 깔린 핵심 가치를 ‘자유’에 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은 “끊임없는 자유 추구의 과정”, 이후 현대사는 “자유민주주의의 토대인 경제성장과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자유를 되찾고, 자유를 지키고 자유를 확대하는 과정”이라는 표현을 두 번 반복하며 강조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대통령의 역사관과 국정철학의 핵심에 ‘자유’라는 가치가 있다”면서 “취임사에서 밝힌 것보다 분야별로 자유의 가치 위에서 어떤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담겼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6일 연속 참모진과 저녁 식사를 하며 전날 밤까지 직접 연설문을 다듬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안보와 민생·경제 등 국정 전 분야의 밑바탕이 되는 가치에도 자유를 뒀다. 대북 정책 로드맵은 ‘담대한 구상’을 꺼내면서는 “자유는 평화를 만들어내고 평화는 자유를 지켜준다”고 했다. 일본은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으로 표현하며 한·일관계 개선을 말했다. 서민·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필요성은 “자유와 연대의 핵심”이라고 했다. 양극화·사화적 갈등 해소의 근본 해법으로 도약과 혁신을 들면서 “도약은 혁신에서 나오고 혁신은 자유에서 나온다”고도 했다.

당초 이번 경축사에는 국정쇄신과 관련된 메시지가 담길 거란 관측이 있었다. 윤 대통령 취임 100일(17일)을 이틀 앞두고 발표되는 데다, 그간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이 20%대에 머무는 등 리더십 위기가 계속되며 각계의 국정쇄신 요구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방향 전환보다는 취임사에서 밝힌 국정기조에 더 힘을 싣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에서 ‘자유’라는 단어가 특히 보수층에 소구해온 만큼 지지율 위기 상황에서 이를 염두에 둔 선택으로도 풀이된다. 국정운영 100일에 대한 자체평가와 기조 변화 등에 대한 메시지는 오는 17일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열리는 윤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에서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정책 방향보다 바탕에 깔리는 ‘자유’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여전히 국정구상이 흐릿하다는 지적도 반복됐다. 일부 공개된 담대한 구상 외에 민생·경제 해법은 기존에 알려진 방향성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공허한 자유의 가치 말고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미래비전을 제시해 달라”고 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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