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일본에 과거사 언급도 없이 "미래로 나아가자"

정인환 2022. 8. 1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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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77주년 경축사에서 언급한 한-일 관계 관련 내용은 이례적이다.

양국 간 핵심 현안에 대해 일본 쪽에 새로운 제안이나 요구를 한 게 아니라, 국민 여론을 겨냥해 양국 관계 개선의 당위성만 강조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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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일 제안·요구 대신, 관계 개선 당위성만
"자유 위협 맞서 힘 합쳐야 할 이웃"
"미래와 시대적 사명 향해 나아가야"
과거사 언급없이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77주년 경축사에서 언급한 한-일 관계 관련 내용은 이례적이다. 양국 간 핵심 현안에 대해 일본 쪽에 새로운 제안이나 요구를 한 게 아니라, 국민 여론을 겨냥해 양국 관계 개선의 당위성만 강조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일본을 “세계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으로 규정했다. 이어 “한-일 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와 ‘시대적 사명’이 ‘과거사 해결’에 우선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문제는 한-일 관계의 현실이다. 지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 실패에 더해, 2018년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까지 나오면서 양국 관계는 ‘수교 이후 최악’으로 치달아 왔다. 특히 일본 쪽은 대법원의 판결을 “국제법 위반”이라며 수출 규제에 나서는 한편, “한국이 해법을 가져오라”는 주장만 되풀이해왔다.

그간 정부는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받은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는 한-일 관계 파탄을 뜻한다”는 일본 쪽 주장을 고스란히 반복하며, 지난달 말에는 현금화를 막겠다며 대법원 담당 재판부에 의견서까지 제출한 바 있다. 더구나 강제동원 배상 판결 이행을 위한 가해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강제매각)가 목전에 다가온 상황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이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달리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법원 배상 판결과 일본의 일방적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지난 3년 간 광복절 경축사 때마다 △과거 성찰(2019년) △강제동원 피해자 인권 존중(2020년) △보편 가치에 맞는 행동과 실천(2021년) 등을 강조하는 대일 메시지를 발신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일 관계의 ‘빠른 회복과 발전’의 방법론으로 “한-일 관계의 포괄적 미래상을 제시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계승”을 꼽았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문재인 정부의 대일 외교 실패를 비판하며, ‘공동선언 계승’을 강조해왔다. 과거사 문제와 안보·경제 문제를 분리하는 이른바 ‘투트랙 접근'을 대일 외교의 기조로 삼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과거사에 집착해 미래 지향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다.

공동선언의 핵심은 두가지다. 첫째, 오부치 전 총리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커다란 고통을 준 사실을 인정하며, 한-일 외교 사상 처음으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했다. 둘째, 이를 바탕으로 김 전 대통령은 ‘미래 지향적으로 나가기 위해서 서로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전 총리로 상징되는 일본 정치권의 우경화 속에 ‘통절한 반성과 사죄’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 쪽 대응이 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일본 쪽은 이날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집권 자민당 총재 명의로 에이(A) 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하고,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전보장 담당상 등 현직 관료가 직접 참배에 나섰다. 그저 ‘미래 지향’만 앞세울 상황이 아니란 뜻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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