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논의된 공해상 해양보호구역 설정 임박..원양산업 영향에 촉각

이창준 기자 2022. 8. 1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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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해지역상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구역. 그린피스 제공

공해의 해양자원을 보호하려는 국제사회 논의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고 있다. 지난 2004년 첫 논의가 시작된 지 18년 만이다. 공해란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벗어난 바다로 어느 나라의 소유도 아닌 바다를 말한다. 다만 공해 보호 방법을 둘러싸고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 입장차가 분명해 쉽게 합의점에 도달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부는 국내 원양산업 등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되 선진국으로서 해양 보호 의무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공해상 해양보호구역 설정, 국가 합의 이룰까

해양수산부는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해양생물다양성보전(BBNJ) 협약에 관한 5차 정부간 회의가 개최된다고 이날 밝혔다. BBNJ 협약은 공해의 해양 생물 다양성 보전과 해양 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UN에서 논의 중인 국제 협약이다.

실무 협의부터 고려하면 2004년 첫 논의가 시작됐는데 18년째 국가간 협약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각 정부 대표단이 참여하는 최종 단계 회의인 정부간 회의는 지난 2018년 시작했지만 지난 3월 4차 회의에서도 합의된 협약문을 만들지 못해 예정에 없던 5차 회의까지 개최하게 됐다.

국가 간 입장차가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쟁점 중 하나가 공해상 해양보호구역을 설정하는 것이다. EEZ내 어자원이 고갈되고 기후변화로 어종 서식지가 달라지면서 공해상 어업은 갈 수록 늘어나고 있다.해양보호구역이 설정되면 공해 지역에서의 어업활동 제한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원양산업이 발달한 선진국은 공해 자유의 원칙을 내세워 비교적 느슨한 규제를 주장하는 반면, 개도국은 선진국의 공해 독점을 문제 삼아 공해에서의 어업 활동을 강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해 지역을 보호하는 주체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기존 해양법과의 관계는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등도 쉽게 결론 내리기 어려운 사안들이다. 공해에서의 인간 활동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방식이나 공해 해양유전자원의 이용 방안 등도 이번 회의에서 다뤄질 BBNJ 협약의 주요 쟁점이다.

정부 “국익 먼저 생각하되 환경 무시하지 않을 것”
원양어선.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국은 전세계에서 공해상 어획량이 11번째로 많은 국가다. 인도네시아가 가장 많고 스페인, 대만, 노르웨이, 일본, 중국이 한국 앞에 있다. 한국이 공해에서 얻는 어획량의 9%는 보고가 되지 않았거나 폐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해상 해양보호구역이 설정되면 보조금 감축 등 국내 원양산업에 대한 영향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부는 아직 해양보호구역에 대한 어업 제재 방식이나 강도 등이 정해지지 않아 현재 구체적인 국내 피해 규모를 산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초 한국 정부는 원양산업 보호 차원에서 해양보호구역 설정을 반대해 국제사회에서 ‘협상을 방해하는 나라’라로 지목되기도 했다. 협상 막바지에 이른 현재 정부는 해양보호구역 설정이라는 방향성에는 동의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학계와 시민단체는 한국 정부가 공해 보호 목소리를 더 적극적으로 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시원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6월 협상 내용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한국이 원양어업의 단기 이익을 위해 수세적인 모습으로 협상에 참여한다면 국가의 장기적인 외교력과 지속가능한 어업 관리 측면에서 오히려 국력에 저해되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썼다.

정부는 국익을 우선으로 고려하되 선진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의 해양 보전의 역할도 등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협약문이 체결이 된다고 해도 구체적인 보호지역은 어떻게 정할지 추가 논의가 진행돼야 하고 법적 구속력을 갖기까지는 국가별 비준 절차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해수부 관계자는 “여느 대표단처럼 국익을 가장 먼저 생각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해양 자원 유지나 생태계 보전 등 부분도 고루 살펴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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