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복권 이재용, 첫 행보는?

이정훈 2022. 8. 1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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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제한' 족쇄 풀렸으니 회장 취임할까
그룹 성장 비전 제시·사회적 책임 밝힐까
그룹 컨트롤타워 조직 부활 가능성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연합뉴스

지난 12일 특별복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향후 행보를 보일까. 여전히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분식회계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재판을 받는 중이긴 하지만, 취업제한이란 ‘족쇄’는 풀린 상태이고, 머지않아 회장으로 취임할 것이란 전망이 무성한 상황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그룹의 새로운 성장 지향점과 비전을 제시하고, 그룹 지배구조 재편 등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먼저란 지적이 나온다.

■ 회장 등극과 컨트롤타워

이재용 부회장은 2014년 5월 아버지 고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부터 사실상 삼성그룹의 총수 역할을 해왔다. 한때 회장 취임을 검토 중이란 얘기도 있었지만 아버지(회장)가 살아있는 상황이었고, 이후엔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차일피일 밀렸다.

이번 특별복권을 계기로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과 등기이사 선임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재 재판을 받는 상황이지만,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 5년 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회장 취임을 계속 미룰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시기만 남은 셈이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특별복권됐으니 그동안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은 안지는 모습에서 벗어나 책임경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회장에 취임하면, 옛 ‘구조조정본부’와 ‘미래전략실’ 같은 그룹 컨트롤타워 조직이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그룹 컨트롤타워는 한때 “막강한 권력 뒤에 숨겨진 커튼 뒤의 조직”(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불리며, 책임은 없이 권한만 행사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범죄행위에도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며 국정농단 사태 이후 해체됐다. 이후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가 대신하고 있지만, 그룹 내 계열사 간 역할을 조정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위해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측면도 있다”며 “과거처럼 총수 일가 이익에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그룹 이익을 위한 조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 경영능력 입증과 지배구조 개편

이재용 부회장 아버지 고 이건희 회장은 ‘신경영 선언’을 통해 그룹 성장의 주춧돌을 새로 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부회장 역시 그룹 성장의 새 지향점과 비전을 내놔야 한다. 삼성전자 또다른 관계자는 “그동안은 고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사실상 회장직을 대행하며 아버지의 경영철학을 이행해왔다”며 “이젠 자신만의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경묵 교수는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통해 세계 1위 기업을 만들었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의 제조능력에 창의성, 소프트웨어 파워 등을 결합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이재용 부회장은 아직 경영능력을 검증받지 못한 상태이다. 2000년 인터넷 기업 ‘이(e)삼성’ 설립 경험은 오히려 경영실패 사례로 꼽힌다. 마침 이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검증받을 상황이 생겼다. 미·중 반도체 갈등으로 안갯속에 놓인 반도체사업의 해법과 대응 방향을 내놓는 것이다. 나아가 2014년 방산·화학 계열사를 정리하며 밝힌 ‘선택과 집중’을 뛰어넘는 이른바 ‘뉴 삼성’으로 꼽힐만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행해 경영능력을 입증받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2020년 5월 대국민 사과에서 “경영권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에 맞춰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회사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8.51%)을 보유해 금산분리 원칙을 위반하고 있는 상황도 해소해야 한다. 이창민 교수는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상 그에 맞춘 지배구조 개편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지금부터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에서 밝힌대로 무노조 경영 폐지 및 노동3권 보장, 시민사회 소통과 준법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이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실천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과거 사과문에서 밝힌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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