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빌게이츠 맞손..SK, '원전 기업' 테라파워에 3천억 투자

최우리 2022. 8. 1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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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탄소 전력 수급..탄소중립 실현"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기술 공유도
SMR 기술 초기..투자 성공 미지수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6월2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2회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정책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스케이(SK)그룹 지주회사 에스케이와 에너지·화학 계열 중간지주회사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이 소형모듈원전(SMR) 설계기업 테라파워에 3천억원을 투자한다. 석유화학·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전까지 다양한 에너지원 확보를 위한 투자 ‘다각화’ 전략을 이어간다는 취지다. 소형모듈원전 기술이 개발 초기 단계라 상용화 시점을 내다볼 수 없다는 점에서 투자 성공을 점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스케이와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2008년 설립한 원전 기업 테라파워의 공동 선도 투자자로 참여했다고 15일 밝혔다. 에스케이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승인을 받아 2억5천만달러(약 3천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완료했고, (이 금액을 포함해) 에스케이와 빌게이츠가 공동으로 7억5천만달러(약 9795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에스케이는 “테라파워의 원자로 상용화 사업에 참여해 무탄소 전력 수급을 통한 탄소 중립 실현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라고 투자 이유를 밝혔다. 에스케이 관계자는 “에스케이가 제일 많은 금액을 투자해 ‘선도 투자자’이다. 나머지 투자자들을 대표해 테라파워와 투자 조건 등을 협상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며 “주요주주로 참여했지만, 지분율은 테라파워 쪽의 요청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에스케이는 바이오 사업과 시너지효과도 강조했다. 빌 게이츠는 16일 한국 국회를 방문해 ‘감염병 국제 공조’를 주제로 연설을 할 예정이다. 테라파워는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액티늄-225)의 순도를 높이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액티늄-225는 정상 세포를 공격하지 않고 암세포를 표적해 파괴하는 표적 알파 치료제의 원료이다. 현재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 첫째딸 최윤정씨는 에스케이바이오팜 전략팀 책임매니저로 일하다 휴직한 뒤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바이오인포매틱스생물학 석사를 밟고 있다.

테라파워가 가진 원천 기술은 소형모듈원전 중 ‘4세대 원자로’로 소개되는 소듐냉각고속로(SFR) 설계 기술이 대표적이다. 소듐냉각고속로는 나트륨을 냉각재로 활용하는 기술인데, 원자력계에서는 현재 가동 중인 3세대 원전에 비해 안전성과 경제성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라파워는 2028년 소듐냉각고속로의 상용화를 목표로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소듐냉각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도 개발 중으로 인허가 단계가 남은 상황이다. 다만, 민간 기업들이 해외 원전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국내 원전 사업이 공기업 주도로 이뤄지고, 발전 사업자로 나서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에스케이의 원전 기업 투자는 이번이 처음이다. 석유화학 기업으로 출발해 수소·재생에너지·배터리 등 다양한 에너지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던 중에 원전까지 진출했다. 에스케이는 이번 투자를 두고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키지 않기 위한 ‘그린에너지’ 투자의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최태원 회장 주도로 ‘탄소배출 없는 안전한 전력원’에 집중했고, 그 과정에서 에스엠아르 경쟁력에도 주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원자력계에서는 올해 초부터 에스케이와 테라파워의 관계가 가깝다는 말들이 돌았다. 에스케이 관계자는 “테라파워의 기술 상용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또한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탄소 감축 과정에서 원전의 역할이 크다고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빌 게이츠 방한 때 최태원 회장을 만날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빌 게이츠가 2021년 10월19일 화요일 영국 런던의 과학 박물관에서 열리는 글로벌 투자 서밋에서 연설했다. AP/연합뉴스

소형모듈원전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이고 빨라도 2028년은 돼야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번 투자가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소듐냉각고속로는 경수로와 비교해, 건설 단가가 비싸고 냉각재인 소듐 취급이 어려워 안전성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상용화 시점을 내다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다른 소형모듈원전 기술 역시 초기 단계로 안전성·경제성 논란을 극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고속로 기술은 과거 여러 국가에서 많은 돈을 들이고도 성공하지 못한 기술이다. 발전용 소듐고속냉각로보다는 방사성 동위원소 기술 공유를 목적으로 한 투자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짚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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