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장 속 개들의 해방은 언제쯤? 복날 봐야할 '동물 영상'

김지숙 2022. 8. 1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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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동물단체들 말복 '개 식용 종식' 캠페인
동물해방물결, 성남 모란시장 앞 3.5m 복날 추모탑 세워
동물권행동 카라, #그만먹개캠페인 시리즈 영상 공개
동물권행동 카라가 14일 ‘그만먹개 2022 캠페인’으로 박새연 애니메이션 감독의 작품 ‘뜬장’을 공개했다. 카라 제공

일년 중 가장 무더운 날을 이겨내고 지친 몸을 보양하는 풍습, 복날. 복날은 과거 영양상태가 좋지 못했던 사람들이 고기 먹을 구실을 만드는 특별한 날이었을 것이다. 현대의 복날은 어떠할까. 공장식 축산의 일반화로 이제는 누구나 식당에 가서 손쉽게 삼계탕과 개고기를 즐긴다.

육식이 어렵던 시절 개를 잡아먹던 관습도 이제는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 정부가 진행 중인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85.5%는 개고기를 먹고 있지 않았다. 80.7%는 앞으로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십 년간 변함없는 개 식용 도살 산업은 오늘도 잔혹한 불법 도살과 동물학대를 이어가고 있다.(※ 동물의 사체, 잔혹한 도살 장면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 식용 메카’ 성남 모란시장은 건재하다

한국 개 식용 산업은 불법과 무법의 영역에 교묘하게 걸쳐있다. 개 도살·유통은 동물보호법, 식품위생법, 축산물위생관리법 등을 위반하고 있으나 축산법으로는 개를 가축으로 정하고 있어 일관된 법 집행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개를 가축으로 사육하는 것은 합법이지만, 식품으로 유통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러한 모순이 여실히 드러나는 곳이 바로 성남시 모란시장이다.

모란시장은 지난 2018년 성남시와 모란시장 상인회가 업무협약을 맺어 시장 내 모든 개 도살장을 폐쇄하고 살아있는 개를 유통, 보관하는 것을 금지했다. 모란 개시장은 완전히 사라졌을까. 동물해방물결의 2021~2022년 잠입조사에 따르면, 모란시장 내 개고기 거래는 여전했다.

동물해방물결은 15일 말복을 맞아 ‘암암리 매매, 살해되는 개들: 성남 모란시장의 여전한 실체’ 영상을 공개했다. 단체가 공개한 4분 분량의 영상은 올해 2~6월까지 4개월간 성남 모란시장을 중심으로 벌어진 식용 개 밀거래, 불법 도살 및 유통 실태를 담고 있다.

경기도 지역에서 발견된 반려견 불법 매매 현장. 등록대상동물인 반려견이 중간 업자(중상)에게 불법 매매되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영상은 성남 모란시장으로 납품되는 개고기가 무허가 도살장에서 잔혹하게 살해되고 옮겨지는 과정을 폭로한다. 개들은 동물보호법이 금지하고 있는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제8조 1항 2호)에 이르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죽임’(제8조 1항 1호)을 당하고 있었다. 이 같은 현실은 2021년 7월 이미 단체에 의해 한 차례 공개된 바 있다.

이번 영상은 이러한 폭로 뒤 1년이 지났지만 개선된 점이 없는 현실을 짚고 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농장에서 번식된 개뿐 아니라 개인이 키우던 반려견을 도살업자에게 파는 밀거래 현장을 포착됐다.

말복인 15일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 앞에서 동물해방물결 활동가와 시민들이 ‘2022 복날 추모행동’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원 앞 거리에 설치된 ‘복날 추모탑’에 추모의 메시지를 걸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말복인 15일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 앞에서 동물해방물결 활동가와 시민들이 ‘2022 복날 추모행동’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원 앞 거리에 설치된 ‘복날 추모탑’에 추모의 메시지를 걸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는 “개들의 참혹한 죽음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지만, 국가가 눈감은 동안 보호와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개들은 계속 죽어나가고 있다. 한국 ‘개 식용의 메카’라 불려온 성남 모란시장에서는 아직도 10개 이상의 업소가 식품위생법상 조리, 판매가 불가능한 식품인 개들의 사체를 불법적으로 유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이날 오전 11시 성남 모란시장 내 건강원, 보신탕 거리에 뜬장을 형상화한 3.5m 높이의 ‘복날 추모탑’을 세우고 개 식용 종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추도식 등을 벌였다.

흰둥이도 병아리도 ‘그만 좀 먹개’

“먹는 개와 키우는 개는 따로 있지 않나”.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토론회에서 밝혔다가 여론의 비판 받은 발언이다. 개농장에서 태어나 식용개로 길러진 개는 과연 우리 곁의 반려견과 다른 생명일까. 박새연 애니메이션 감독이 복날을 맞아 공개한 작품 ‘뜬장’은 작은 흰둥이의 짧은 일생을 섬세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뜬장에서 태어난 강아지는 처음 먹는 먹이로 음식물쓰레기를 받고, 그 안에서 자라난다. 빗물을 받아먹으며 갈증을 달래는 흰둥이의 곁에는 비슷한 처지의 개들이 여럿이다. 갓 태어난 새끼를 돌보던 어미 개도, 바로 옆 철창의 개도 몽둥이로 얻어맞고 목에 올가미가 걸려 뜬장을 벗어난다. 흰둥이는 살아서 뜬장을 벗어날 수 있을까.

이번 작품은 동물권행동 카라의 ‘그만먹개 캠페인 2022’가 공개한 영상으로, 카라는 한국 개 식용 산업의 조속한 종식을 촉구하는 릴레이 영상을 초복, 중복, 말복에 순차적으로 공개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대통령님! 개식용 종식, 결재를 바랍니다!’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2월 출범한 정부의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의 조속한 결론을 촉구했다. 카라 제공
말복을 앞둔 14일 동물권행동 카라가 공개한 이하루 감독의 작품 ‘PREP: 당신의 거룩한 복날을 위하여’의 한 장면. 작품은 병아리가 태어나 30여 일의 사육기간을 거쳐 도살되는 과정을 여과없이 그리고 있다. 카라 제공

복날 희생되는 것은 개뿐이 아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음식은 국민 소울푸드라 불리는 삼계탕, 치킨 등이다. 흔히 개 식용 종식을 주장 목소리에는 ‘개는 안되고 소, 돼지는 먹어도 되냐’는 반문이 따라붙는다. 개 식용 종식을 바라는 시민들은 과연 개만 먹지 말자고 하는 것일까. 동물단체들과 전문가들은 개식용을 금지하는 것은 공장식 축산으로 희생되는 많은 소, 닭, 돼지의 처참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첫 단추라 이야기한다.(▶“개식용만 반대? 소, 돼지는?”이라고 묻는 이들에게)

치킨이 되기까지 닭들은 얼마나 농장에서 살아갈까. 놀랍게도 닭들은 고작 30~35일 정도를 살고 도축된다. 이하루 감독의 ‘PREP: 당신의 거룩한 복날을 위하여’는 닭들의 일생을 여과없이 보여줌으로써 공장식 축산과 과도한 밀집 사육 현실을 고발한다.

한편, 동물권행동 카라는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2월 출범한 정부의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의 조속한 결론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제석광고연구소가 제작한 ‘2022 개 식용 종식의 건’ 대형 결재판에 국민, 누렁이, 세계시민, 미래세대의 대표가 차례로 도장을 찍으며 개 식용 종식을 촉구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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