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타우로스 예상 밖 '잠잠'.. 전파력 최강 맞나?

송연순 기자 2022. 8. 1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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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 변이" "코로나19 팬데믹 다크호스" 불려
일각선 예측과 달리 "스스로 소멸할 것" 전망도
[사진=연합뉴스]

현재 국내 코로나19 우세종은 BA.5라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다. 감염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이 변이에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들이 예의 주시하는 변이 바이러스는 BA.5가 아니라 '켄타우로스'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BA.2.75다. BA.2 변이(스텔스 오미크론)에서 갈라진 75번째 하위 변이로, 전파 속도와 면역 회피력이 강력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때문에 BA.2.75를 세계보건기구(WHO)가 '우려 변이'로 지정하고, 미국 경제지 포브스도 '코로나19 팬데믹의 다크호스'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BA.2.75는 지난 5월 26일 인도에서 최초로 확인된 이후 영국, 캐나다, 미국 등 10여 개 국으로 확산됐다. 기본적으로 BA.2의 특징을 가졌지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수(半人半獸)인 '켄타우로스'로 불릴 정도로 이전 변이들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BA.2.75의 스파이크(돌기) 변이는 36개로, BA.2보다 8개 많다. 지금까지의 변이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스파이크는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와 세포와 결합하는 부위다. 스파이크가 많다는 것은 우리 몸속의 중화항체가 바이러스 침입을 막기 어렵기 때문에 재감염 위험도 커지게 된다. 따라서 BA.2.75는 백신이나 감염으로 획득한 면역을 피하는 능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켄타우로스' 변이는 지난달 14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첫 감염자는 해외에 나간 적 없는 내국인이어서 당시 지역 전파가 이미 진행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전파력과 면역 회피력 '최강자'로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다행히 첫 감염자 확인 이후 급격한 확산은 없다. 20여 명 수준의 감염자가 나왔는데 그마저도 인도 등 해외 유입 사례가 대부분이고 지역 전파 사례는 극히 일부였다. 국내 유행을 주도했던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될 때까지 2-3개월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전파 속도가 너무 느린 것이다.

이처럼 '켄타우로스'(BA.2.75) 변이로 확인된 감염자가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변이 분석에 사용하는 검체 샘플 수가 적기 때문이다. 현재 변이 분석은 PCR(유전자 증폭)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온 검체 중 일부를 무작위로 추출해 진행한다. 앞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A씨의 경우도 이 과정을 통해 BA.2.75 변이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질병관리청은 한 주에 1500-1600건 정도의 검체를 무작위로 추출해 변이 분석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간 확진자 수의 2.2% 수준이다. PCR 검사에 사용된 검체만 변이 분석 대상이 되는데, 대부분의 확진자가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있다. 따라서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추출하는 샘플의 수가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석 대상도 60세 이상과 해외 유입환자이어서 지역사회에 퍼진 변이 상황을 파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BA.2.75 감염자가 적은 것은 초기 현상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검출률이 60%를 넘어 우세종이 된 BA.5도 초기 3개월은 1% 아래였다가 4개월째부터 치솟았다. BA.1이 유행하던 올해 초 BA.2가 유입돼 서로 상승작용을 했고, 결국 3월 17일 62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BA.5와 BA.2.75가 경합하는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BA.2.75가 전염력이 강해 BA.5 변이를 대체할 수 있다고 예상했는데, 미국과 영국 등 해외에서도 빠르게 늘지 않고 있어 일각에서는 BA.5 변이를 대체하자 못하고 점차 소멸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BA.2.75의 중증화율과 치명률은 어떨까. 이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BA.2.75 변이의 전파력이 알려진 것만큼 강하지 않다는 추정도 나온다. 보통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할수록 전파속도가 빨라지는 반면 치명도는 줄어든다. BA.2.75가 가장 먼저 퍼진 인도에서는 전염성은 더 강한데 위중증이나 사망 위험을 심화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감염자 모두 무증상 또는 경증으로 위중증이 한 명도 없다는 점에서도 위험성이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현재 한국과 일본 등에서 우세종이 된 코로나19 BA.5(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돼 면역이 형성되더라도 BA.2.75(켄타우로스) 변이에 걸리는 것을 막기는 어려울 가능성을 시사하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14일 일본 NHK 보도에 따르면 사토 게이 도쿄대 의과학연구소 교수 연구팀이 BA.5 변이에 감염된 햄스터의 혈액을 사용해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중화항체의 움직임을 조사했더니 BA.2.75에 대한 중화항체의 활동은 BA.5에 대응할 때와 비교해 12분의 1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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