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담대한 구상" 제안..실현 여부는 불투명[8·15 경축사]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전환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지금 이 자리에서 제안한다”고 밝혔다. 취임사에서 언급한 ‘담대한 계획’을 경제 분야부터 구체화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개했다. 당장에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자유’를 33차례 언급하며 자유를 중심축으로 한 국정기조를 재확인했다. 최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등 국정운영 두 축이 위기에 놓이면서 국정 난맥상이 이어진 데 대한 성찰적 언급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독립운동 정신인 자유는 평화를 만들어내고 평화는 자유를 지켜준다”면서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전 세계의 지속 가능한 평화에 필수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담대한 구상에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실행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북한이 비핵화 전환에 들어가면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 교역을 위한 항만과 공항의 현대화 프로젝트,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프로그램,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담대한 구상은 경제·군사·정치 등 세 축으로 나뉘지만 우선 경제 분야만 공개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앞서 통일부는 이 구상에 경제와 함께 북한의 안보우려 해소 방안이 담길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군사와 정치 분야에 대한 계획들은 전부 마련을 해두었지만 북한의 호응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며 “대화가 시작된다면 세 분야에 걸쳐서 단계적으로 상대방 입장을 경청하면서 마련된 방안을 검토하고 합의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취임사에서 밝힌 ‘담대한 계획’은 포괄적인 이니셔티브라는 면에서 ‘구상’으로 바꿨다고 했다.
북한 우려를 해소할 체제안전보장 방안 등이 후순위로 밀리면서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요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시사하는 등 무력시위가 고조하는 상황에서 대화의 물꼬를 트지 않고는 이날 발표된 구상 자체가 시작점에 서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를 두고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해 한·일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으로 규정했다. 한·일관계 개선의 관건으로 꼽히는 과거사 문제는 “한·일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고 원론적으로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강제동원 배상 판결문제 등 민감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경축사 방점은 ‘자유’에 찍었다. 연설 전반에 ‘자유’(자유국가·자유민주주의 포함)를 33차례 말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가치로 부각했다. 항일 독립운동과 관련해선 “3·1 독립선언과 상해 임시정부 헌장, 그리고 매헌 윤봉길 선생의 독립정신에서 보는 바 같이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나라를 세우기 위한 것”이라면서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전체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은 결코 아니었다”고 밝혔다.
민생·경제 위기 돌파 방안에선 공적 부문 긴축과 구조조정을 통한 서민과 사회적 약자 지원을 말했다. 최근 집중호우 피해 극복을 두고는 “국민들의 신속한 일상 회복을 위해 피해 지원과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해 “도약과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민간 부문이 도약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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