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유족 어르신, 제가 매달 찾아뵙겠습니다"

최민영 2022. 8. 1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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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에 내린 폭우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관악구 반지하 일가족의 사연이 보도된 뒤 한 시민이 유족에게 장기간 기부를 약속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유하워드(47)씨는 지난 14일 반지하 참사 희생자인 면세점 직원 홍아무개씨의 어머니 ㄱ(73)씨를 직접 만나 앞으로 매달 30만원씩 기부금을 전달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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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중부 폭우]반지하 침수 겪어본 40대 시민 기부 약속
<한겨레> 추모 메시지 기사에 기부 결심
일시금 1천만원 기부하려 했지만 유족 고사
"진심으로 돕고 싶다면 매달 직접 만나는 게.."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이어진 폭우로 목숨을 잃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의 가족들의 빈소가 10일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연합뉴스

서울 지역에 내린 폭우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관악구 반지하 일가족의 사연이 보도된 뒤 한 시민이 유족에게 장기간 기부를 약속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유하워드(47)씨는 지난 14일 반지하 참사 희생자인 면세점 직원 홍아무개씨의 어머니 ㄱ(73)씨를 직접 만나 앞으로 매달 30만원씩 기부금을 전달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ㄱ씨는 최근 암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유씨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이번 연휴 중 어렵게 어르신을 만나서 위로와 함께 기부 의사를 전했다”며 “처음엔 아무런 도움을 받고 싶지 않다고 거듭 거절하셨지만, 간곡한 설득 끝에 받아주시기로 하셨다”고 말했다.

유씨는 숨진 홍씨의 동료 면세점 직원들이 그를 추모하며 남긴 메시지를 담은 <한겨레> 기사를 읽은 뒤 기부를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돌아가신 분은 반지하 빌라에서 가족을 부양하면서도 사회를 위해 힘쓰셨는데, 한국 사회가 아직 부족한 탓에 훌륭한 분이 빛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사실이 안타까워서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씨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업을 접고 귀국했다.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며 생계를 꾸리다 2016년 자신의 학원을 개업했다고 한다. 유씨는 처음 한국에 왔을 당시 대치동 빌라촌 반지하에서 살았다고 한다. 2010년과 2011년 여름 폭우로 강남 지역이 침수됐을 땐, 자신의 집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형편이 나아지면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뭐라도 하고 싶었는데, 사는 게 바빠 잊어버리고 있다가 움직이게 됐습니다.”

유씨는 이미 여러차례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이들에게 기부를 해왔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였던 2020년 2월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대구광역시에 1천만원을 기부했고, 2019년에는 경북 포항 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1500만원을 내놨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그간 전달한 장학금 규모도 수천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유씨는 원래 일시금으로 1천만원을 기부하려 했지만, 앞으로 매달 ㄱ씨를 직접 찾아가 30만원씩 전달하기로 했다.

“유족 어르신께 가장 도움이 되는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주변 어른들께도 조언을 구해보니 진심으로 돕고 싶다면 매달 찾아뵈라고 하시더군요. 할머니께서 다행히 허락해 주셔서, 저도 더 열심히 일할 이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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