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일 개 식용 판매 대구 '칠성개시장'..동물단체 "홍준표 시장 의지로 철폐하라"

김현수 기자 2022. 8. 1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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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인 15일 낮 12시 대구 북구 칠성종합시장에서 동물보호단체가 준비한 대형 스크린에서 송출되는 ‘개 도살’ 영상을 보고 단체 회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현수 기자

“하지 마라. 하지 마라. 그렇게 죽이지 마라!”

말복인 15일 낮 12시 대구 북구 칠성종합시장. 커다란 스크린에 망치를 든 노인과 웅크려 앉아있는 개가 등장하자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 영상은 동물보호단체가 준비한 것으로, 화면 속 노인이 개를 향해 여러 차례 망치를 휘두르자 동물보호단체 회원 대부분이 오열하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들은 동물권대국민연대(동물권혁명 캣치독팀·동물권행동 카라·동물보호단체 리본 등 15개 단체)로, 이날 ‘개식용·개시장 철폐’ 집회를 위해 서울과 부산 등에서 모였다. 이들은 ‘인권유린 개식용 철폐’ ‘보신탕은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한 그릇’ 등이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있었으며, 개의 죽음을 상징하는 영정사진과 국화꽃을 든 회원도 있었다.

칠성 개시장은 입구에서부터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폭이 4~5m 되는 시장 골목에는 보신탕, 건강원, 개소주, 생고기 판매점 등이 줄지어 자리 잡고 있었다. 개를 가두는 이른바 ‘뜬장’과 도살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시장 바닥에는 개고기를 씻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호스가 널브러져 있었다.

보신탕 가게에는 노인 몇몇이 앉아있을 뿐 대체로 한산한 편이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시장 골목을 행진하며 침묵 시위를 벌였는데, 말복을 맞아 보신탕을 먹기 위해 시장을 찾은 손님과 가게 주인들은 이들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보신탕 가게를 40년간 운영했다는 한 식당 주인은 “우리도 세금 내고 장사한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범죄자 취급을 하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말복인 15일 낮 12시 대구 북구 칠성종합시장에서 동물권대국민연대(동물권혁명 캣치독팀·동물권행동 카라·동물보호단체 리본 등 15개 단체)가 ‘개식용·개시장 철폐’ 집회를 열고 있다. 김현수 기자

칠성 개시장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개 식용 시장이다. 1946년 문 연 칠성 개 시장에는 현재 개고기 판매업소가 10여곳 가량 영업 중이다. 이 곳과 함께 ‘국내 3대 개시장’으로 불렸던 경기 성남 모란가축시장과 부산 구포가축시장은 모두 몇 년 전 폐쇄됐다.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은 이날 시장 내부를 거쳐 중구 동인동 대구시청사까지 약 3.1㎞ 구간을 행진했다. 개고기 취급 업소로의 행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이번 집회는 개시장 완전 폐쇄를 촉구하는 의미로 스크린 캠페인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반려견 ‘순금이’와 다정하게 앉아 있는 대형 펼침막도 내걸었다. 홍 시장이 최근 개고기 식용 문제를 개인의 자유에 맡겨야 한다고 밝힌 것에 관련해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당선 이전에 ‘개고기 식용 금지’을 찬성한다고 했던 홍 시장이 당선 이후에는 말을 바꿨다”며 “시장님은 식용견과 반려견을 구분 짓고 있느냐”고 말했다.

말복인 15일 낮 12시 대구 북구 칠성종합시장에서 동물보호단체가 준비한 대형 스크린에서 송출되는 ‘개 도살’ 영상을 보던 한 회원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있다. 김현수 기자

동물보호단체들은 “‘개’는 법의 사각지대에서 불법 도살·사육·유통·판매되고 있다. 홍 시장의 개인적인 신념은 정치적 자리에 따라 바뀌느냐”며 “권영진 전 시장이 지키지 못했던 약속을 홍 시장의 의지로 칠성 개 시장 철폐를 해내길 간곡히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3대 개시장으로 불린 성남 모란 개시장은 2016년 12월 성남시와 모란가축상인회가 환경정비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도살장을 없앤 데 이어 2018년 폐쇄됐다. 부산 구포가축시장도 부산시가 도시계획으로 개시장 부지를 수용하고 상인에게 생활안정자금 등 폐업보상을 진행해 2019년 문을 닫았다.

말복인 15일 낮 12시 대구 북구 칠성종합시장에서 동물보호단체가 준비한 대형 스크린에서 ‘개 도살’ 영상이 송출되자 한 회원이 영상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고개를 돌리고 있다. 김현수 기자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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