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만 13조원 번 정유사, 횡재세 도입 논의 탄력받나

박상영 기자 2022. 8. 1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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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국내 정유 4사가 올해 상반기에만 12조원 넘는 흑자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으로 유가가 치솟은 만큼 정유사들에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국회에서도 조만간 관련 법안이 발의될 예정이다.

15일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가 최근 발표한 경영실적을 보면 올해 상반기 정유 4사의 전체 영업이익은 12조320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조8995억원)보다 215.9% 증가한 역대 최대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영업이익이 3조978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GS칼텍스(3조2133억원), 에쓰오일 (3조539억원), 현대오일뱅크(2조748억원) 등의 순이었다. 상반기 흑자만으로도 정유사들은 역대 연간 최대 흑자 기록을 뛰어넘었다. 이전까지 정유 4사의 연간 최대 영업이익은 2016년의 7조8736억원이었다.

정유사들이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이 컸다. 전쟁 이전에 미리 원유를 싼 가격에 구매한 정유사들은 유가가 오르면 그만큼 재고평가 이익을 얻기 때문이다. 올해 초 배럴당 76달러 수준이던 두바이유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128달러 수준까지 뛰었고, 이후로도 100달러 이상을 유지했다.

정유사들의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도 1년 전과 비교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석유제품 수출단가에서 원유 도입단가를 뺀 글로벌 정제마진은 싱가포르 거래소 기준, 배럴당 24.8달러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통상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정유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최근 정치권도 ‘한국판 횡재세 법안’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정유사와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초과 이득’에 대해 50%에 해당하는 법인세를 물리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추진 중이다. 명목세율은 50%지만 과세표준 대비 초과이득세의 실효세율은 약 15~25% 범위가 될 것으로 의원실은 추정하고 있다. 용 의원실은 “전쟁으로 얻은 예상치 못한 막대한 이익에 대해서는 거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고유가로 일부 업종에 과도한 이익이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국내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만큼 이를 공론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이미 주요국은 횡재세 부과를 검토 중이거나 실제 부과하고 있다. 영국 의회는 셸과 BP 등 고유가로 막대한 이익을 거둔 자국 석유·가스 개발업체에 대해 법인세 25%를 추가 부과 중이다. 이에 따라 횡재세가 부과되는 기업의 법인세 명목 최고세율은 최대 65%에 달한다. 다만, 영국은 원유를 직접 채굴하는 업체만 세금을 부과해 원유를 정제하는 국내 업체들은 대상이 아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영국 내 영토에서 뽑아낸 원유·가스인 만큼 정부도 지분이 있다고 보고 일반 법인세와는 다른 고율의 세금을 부과한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일정 규모의 원유를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회사의 판매가격에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과거에도 미국은 원유 생산 확대와 가격 안정을 목적으로 석유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한 바 있다.

정부는 횡재세 부과에 부정적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횡재세로 접근하는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데 이어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8일 열린 기자단 간담회에서 “일시적으로 수익이 많이 났다고 해서 횡제세로 환수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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