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김형오, 뼈 있는 발언 "이준석은 실패했다..태극기든 꼴통이든 품어야"

권준영 2022. 8. 1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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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왼쪽) 전 국회의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김형오(왼쪽) 전 국회의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보수원로 정치인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최근 당내 갈등의 중심에 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김형오 전 의장은 이준석 대표의 리더십 실패의 원인으로 '포용력 부족'을 꼽으면서 "태극기든 꼴통이든 품어야 한다. 말이 아닌 가슴으로 말이다. 이들의 노선을 따르라는 게 아니다. 이들을 내 편으로 만들었어야 했다"고 일침을 놨다.

김 전 의장은 15일 오전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이준석을 위로함'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당의 최고직인 대표가 되면 자기 사람을 심고, 정책을 견인하고, 대중적 지지를 모색한다. 이준석도 그랬다. 그러나 실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의장은 이 대표의 실패 이유로 불만과 불신, 공인의식 등을 언급하며 이 대표의 잘못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먼저 그는 "얼마나 분하고 억울한지 회견문을 읽는 도중 눈물을 훔치고 말을 잇지 못할 때도 있었다. 밤새 다듬고 고심한 원고지만 곳곳에서 거칠고 감정적인 표현을 숨기지 않았다"면서 "이준석은 이 시대 젊음의 아이콘이다. 이 땅의 청년들에게 덧씌워지는 지위·조직·체계·질서·관습 등에 반기를 들고 거부하겠다는 사명이 그에게 주어진 듯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자유·정의·인권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어야 한다는 그의 발언은 청년들의 고민과 좌절, 꿈과 희망을 대변한다"며 "그러나 기존 보수 정당을 반공 이데올로기나 배타적 민족주의, 또는 계획경제 전체주의, 아니면 일방주의적 성격으로 규정짓는 것은 이분법적이며, 현실적으로도 올바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나는 이준석의 입장을 최대한 이해하려 한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전력질주한 사람에게 돌아온 대접은 '왕따'였고, 결과는 '당 대표 축출'이니 얼마나 화가 나고 서운했겠는가. 더구나 국민의힘이 자유·창의·개혁 노선을 가기보다 구태 답습이나 하니 지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아닌가. 공감되는 부분"이라면서도 "선거를 지휘하다 보면 열심히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보인다. 얄미운 것은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이 당선자 주변에 얼찐거리면서 또 자리도 차지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의장은 "선거를 치른 경험이 없는 당선자일수록 승인(勝因) 파악이 서툴 때를 종종 본다. 특히 당에 대한 감사보다는 서운함을 내비칠 때도 있다. 실체도 없는 사조직들이 선거는 자기들이 다 한양 떠들어대고 당의 노력을 폄훼하기도 한다"며 "이준석의 내심에는 이런 마음이 작용했으리라 짐작해본다"고 이 대표의 심정을 이해하려는 보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전 의장은 이 대표의 잘못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불만', 두 번째는 '불신'이었다.

그는 "먼저 전편에 흐르고 있는 기류는 '불만'이다. 당에 대한 불만이 이렇게 많은 당대표는 일찍이 없었고 앞으로도 드물 것이다. 당의 대표마저 당을 자기 뜻대로 움직여 나가지 못한다면 도대체 어찌 하란 말인가"라며 "그는 당의 구조를 강경 완강한 이른바 '꼴통' 보수에서 유연·합리·진보적인 보수로 탈바꿈하기 위해 치열하게 임했지만 여러 한계와 제약에 부닥친 모양"이라고 짚었다.

이어 "나로서도 아쉬운 점이긴 하지만 그럼 '이준석표 개혁 아이콘은 뭔가?' 하면 이 역시도 쉽게 대답이 안 나온다. 부분적·지엽적인 것은 제법 많다. 그러나 대세를 이끌 그 무엇, 그가 윤 정부에 대해 쓴소리 한 것과 같은 '아젠다를 발굴하고 공론화하는 능력'을 못 보여준 것이 이준석 실패의 큰 이유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두 번째로는 '불신'이다. 태극기 보수 세력에 대한 불신이 내면 깊이 자리 잡았다. 시대를 이끌지 못하는 낡은 이론과 행태로는 더 이상 표를 확장 못한다는 논리다. 옳은 말이다. 명석하고 말 잘하는 이준석이기에 구닥다리 행태를 못 참고 쏘아붙이고 '박멸'하려 한다는 인상을 준 것이 오히려 화근이었지 않나 싶다. 정치는 현실이다. 이들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며 소중한 한 표"라면서 "선거는 표를 많이 얻는 사람이 당선되는 것이지 똑똑한 사람 뽑는 것이 아니잖은가. 태극기든 꼴통이든 품어야 한다. 말이 아닌 가슴으로 말이다. 이들의 노선을 따르라는 게 아니다. 이들을 내 편으로 만들었어야 했다. 이준석보다 두 배 이상 인생과 경험을 한 사람들이 젊은 대표 말 몇 마디에 '옳다, 생각을 바꾸자!'고 하겠는가"라고 이 대표에게서 '포용력'이 필요했었다고 지적했다.

또 김 전 의장은 이 대표가 회견에서 선당후사(先黨後私)를 근거 없는 전체주의적 사고라고 지적한 데 대해 "이 말은 선공후사(先公後私)에서 나왔다. 고사에도 있고 내가 존경하는 백범 김구선생이나 인촌 김성수 같은 분들이 휘호로 남기기도 했다"며 "시대가 변했으니 자유 개인 권리가 존중되고 중시된다. 그러나 지도자라면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공인의식, 공인의 도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논란이 일고 있는 '양두구육(羊頭狗肉)'표현에 대해선 "듣기에 따라서는 이준석은 양(羊)이고 윤석열은 개고기라고 해석될 소지가 있다. 아무리 서운해도 지도자라면 일정 선 이상, 도를 넘어서면 안 된다"며 이준석이 사과하고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사용한 '삼성가노' 표현 역시 "나관중의 소설 속에나 머물러 있어야지 실제로 면전에서 할 수 없는 지극히 모욕적인 말이다. 상대 당의 형편없는 인사라 할지라도 '성(姓)을 세 번씩이나 바꾼 종놈'이라 공격하면 가만있겠는가"라며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부친에 대한 경멸까지 포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런 인신공격과 명예훼손을 당한 당사자들은 꿀 먹은 벙어리다. 모욕을 참으면 화병이 되거나 다른 곳으로 폭발할 수 있다. 발언 당사자인 이준석은 본의 아니었음을 정중히 사과하고 하루 빨리 수습해야 한다"며 "말과 글은 한 번 나가면 다시는 주워 담을 수 없다. '욱'하는 이런 성질이 그의 많은 장점을 덮는 치명적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닐까 걱정스럽다"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김 전 의장은 "당대표로서의 권위도 인정 못 받고 홀대 받은 점을 생각하면 어찌 잠이 오겠는가. 젊고 원외면서 논리정연하게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려니 당 안팎 기성 정치권이 반발하는 것"이라며 "뚫고 나가려니 힘이 부친다. 더구나 새 대통령 취임으로 권력의 추가 옮겨졌다. 대통령제에서 집권당 대표는 위치가 애매하다. 이준석 입장에서는 준비 안 된 대통령이 당대표를 무시한다고 생각할 소지가 많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그러나 대통령 입장에서는 당대표가 적극 협조해주지 않는다고 볼 소지도 많다. 다투게 된다면 결과는 뻔하다. 대통령은 지도력에 타격을 받고, 이준석은 정치적으로 영원한 이단아가 될 것이다. 대의와 공적 책임감이 뒷받침되지 않는 강경투쟁은 자해행위(自害行爲)로 취급되지 않겠는가"라면서 "YS나 DJ가 민주주의를 위해 권력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싸운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함께하고 같이 가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는가. 자기를 낮추면서 진정으로 다가가 먼저 손 내밀지 않는데 누가 동지가 되겠는가"라고 뼈 있는 말을 덧붙였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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