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혀온 개들을 추모합니다"..말복날 모란시장에 추모탑 들어선 사연
“그동안 먹혀온 개들, 이제는 살려야 할 때입니다.”
경기 성남 모란시장 한복판에는 말복인 15일 오전 약 3.5m 높이의 추모탑이 설치됐다. 철재로 만들어진 임시 구조물 형태의 추모탑 주변에 모여든 상복 차림의 동물보호단체 회원 50여 명이 추모한 것은 바로 이 시장에서 죽어간 숱한 ‘견공’이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해방물결과 LCA(Last Chance for Animals)는 말복을 맞아 건강원, 보신탕 등을 취급하는 업소들이 늘어선 모란시장에 복날 추모탑을 세우고, 개 식용 산업으로 인해 죽어간 개들을 애도하는 행사를 열었다.
모란시장은 과거 개고기가 공공연하게 유통되어온 전통시장의 대명사 격이었다. 시장 내에 개고기를 판매하는 상점은 물론 도축장도 자리 잡았었다. 2018년 성남시가 개고기 유통업체들의 업종 전환을 유도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불법 유통은 꾸준히 이어졌다.
동물해방물결과 LCA는 지난해 모란시장 내 대형 건강원 두 곳이 불법적으로 운영하던 개 도살장과 경매장의 실태를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모란시장 내 일부 업주들이 수사가 이루어지는 중에도 영업을 지속하고 있으며 여전히 불법 유통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이들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정부의 방관 속에 또 다시 죽어간 개들을 애도하고, 모란시장을 비롯해 전국에서 벌어지는 불법 개 도살 및 유통을 조속히 근절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어느덧 반려동물 1500만 시대를 맞이했지만, 어떤 개는 가족이자 동반자로 사랑받고, 어떤 개는 먹히기 위해 처참하게 도살당하는 이 모순적인 현실은 올해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며 “정부는 시민과 언론의 높은 관심 속에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위원회는 반년이 넘는 동안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지난달 7월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논의는 지속하겠지만, 기한은 별도로 두지 않겠다’며 무기한 연장됐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또 이날 지난 2~6월 사이 조사한 모란시장 연계 업자들의 반려견 밀거래, 불법 개 도살 및 유통 행위 관련 사진과 영상 등도 공개했다. 이 단체들은 현재 모란시장 내에서는 적어도 10개의 업체가 개고기, 보신탕을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 업체에서 판매 중인 개는 농장이나 투견장, 상가 등에서 팔려 온 개체들이었으며 개인이 키우던 반려견도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모란시장 내에서는 도살이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시장 밖에서는 여전히 잔인한 방법의 도살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개 식용 반대에 대한) 국민의 뜻은 명확하다”며 “정치와 행정이 방관해 온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아무도 찾지 않는 음지에서 죽어간 이름 없는 개들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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