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의 명제'에 따른 삶을 산 물리학자

한겨레 2022. 8. 1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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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비트겐슈타인, 플라톤, 파스칼, 아리스토텔레스, 칼뱅.

많은 사람이 추천하는 과학책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난해하다고 읽지 않는 독일의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 에 등장하는 철학자들의 면면이다.

이 책의 저자 하이젠베르크는 전공인 물리학뿐만 아니라 철학, 종교, 스포츠, 예술에도 조예가 깊었다.

피아노 연주를 잘해서 심심찮게 실내악 공연을 하기도 했고, 하이젠베르크를 철학자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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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ㅣ우리 아이 고전 읽기
하이젠베르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칸트, 비트겐슈타인, 플라톤, 파스칼, 아리스토텔레스, 칼뱅. 많은 사람이 추천하는 과학책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난해하다고 읽지 않는 독일의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에 등장하는 철학자들의 면면이다.

광전효과, 파동함수, 전자의 파동성, 불확정성 원리 등 어려운 물리학 이론들이 가득한 이 책에 시대를 막론한 동서양의 철학 이론이 등장하는 것은 무척 흥미롭다. 그뿐만이 아니다. 물리학 이론을 다룬 책이라고 읽기 시작했는데 난데없이 철학, 예술, 정치, 종교에 관한 담론이 수시로 나와서 마치 비포장도로를 운전하는 것처럼 덜컹거리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묘미는 여기에 있다. 타고난 문과생은 이 책을 철학이나 종교 관련 책으로, 이과생은 물리학에 관한 고전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하이젠베르크는 전공인 물리학뿐만 아니라 철학, 종교, 스포츠, 예술에도 조예가 깊었다. 피아노 연주를 잘해서 심심찮게 실내악 공연을 하기도 했고, 하이젠베르크를 철학자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 학교 현장에서 강조하는 융합 교육의 이상적인 모델이 하이젠베르크인 셈이다. 엄격하게 학문을 구분하고 자신의 영역에만 몰두한다면 우리 사회를 진보하게 하는 참다운 지식인이 될 수 없다.

과학자에게 철학은 필요 없는가? 과학자는 현실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하이젠베르크는 이 두 가지 질문에 모두 ‘노’(No)라고 대답한다. 히틀러 정권 치하에서 실제로 핵무기 개발에 참여했던 하이젠베르크는 국가의 이익과 개인의 신념 사이에서 갈등을 많이 한 인물이다. 결국 자신의 인생 경로를 결정하는 두가지 고민에 대한 해답을 모두 철학에서 얻었다. 과학자는 기술의 진보를 위해서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진보된 기술이 평화적이고 긍정적으로 활용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 과학자는 연구실에서 공부만 할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영향력을 갖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다.

하이젠베르크는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장래가 불투명한 독일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하라는 조언과 요청을 받았지만 결국 거절한다. 그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칸트의 명제였다. 즉 ‘사람은 모름지기 절대다수의 보통 사람에게 적용되는 원칙에 부합하도록 행동을 해야 한다’라는 칸트의 논리에 따른 것이다. 지식인이란 모름지기 보통 사람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신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민을 원하는 독일인은 많지만, 모두가 하이젠베르크처럼 이민할 수는 없으니 자신도 차마 이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부모 기회라든가 자신의 직위를 통해 습득한 정보로 부동산 투기를 하는 등의 부조리는 모두 칸트의 명제에 부합하지 않는다.

박균호 교사(<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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