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속 지역 밀착형 재난방송 필요성 더 절감"

최성진 입력 2022. 8. 15. 14:20 수정 2022. 8. 15. 15: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짬][짬] 서대문공동체라디오 장수정 대표
오는 11월 개국 예정인 서대문공동체라디오의 서대문구 남가좌동 사옥 건설 현장에서 만난 이창민 피디와 장수정 대표, 황호완 제작본부장(왼쪽부터). 최성진 기자

“저희가 ‘91.3㎒(메가헤르츠)’로 방송을 내보내요. 애초에는 주파수에 따라 개국 날짜도 9월13일로 정해놨는데, 여러 사정으로 그 일정은 못 맞추게 됐어요. 그래도 재작년 법인 설립에 이어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공동체라디오 허가까지 잘 끝났습니다.”

오는 11월이면 서울에 주목할 만한 소출력 라디오 방송사 한 곳이 더 생긴다. 서대문구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방송 <서대문공동체라디오>가 그 주인공이다. 장수정 서대문공동체라디오 대표는 개국 준비 상황을 소개하며 “현재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건축 중인 4층짜리 사옥이 10월이면 완공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튜디오와 주민 커뮤니티 공간 등이 들어서게 될 사옥만 완성되면, 곧바로 개국이다. 지난 12일 <한겨레>와 만난 장 대표와 황호완 제작본부장, 이창민 피디는 석 달 앞으로 다가온 개국 준비로 몹시 바빴다.

2019년 서대문공동체라디오의 전신인 <가재울라듸오> 시절, 방송을 진행 중인 장수정 대표(오른쪽)와 황호완 본부장. 서대문공동체라디오 제공

공동체라디오방송은 시·군·구 등 소규모 지역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소출력(10와트 이하) 라디오 방송을 말한다. 유튜브나 팟캐스트 등 인터넷 방송과 달리 엄연히 에프엠(FM) 주파수를 통해 방송을 송출하는 ‘라디오’다. 2005년 시범방송 이후 서울 관악에프엠과 마포에프엠 등 전국에 7개 공동체라디오방송이 운영 중이었는데, 지난해 7월 방통위가 전국 20곳의 공동체라디오 사업자를 추가로 선정했다. 서대문공동체라디오가 그중 하나다.

이 대목에서 떠오를 만한 궁금증 하나.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채널, 심지어 신문사까지 거의 모든 매체가 유튜브로 뛰어들고 있는 뉴미디어의 시대에 왜 다시 대표적인 ‘올드 미디어’인 라디오일까. 장 대표는 소박하면서도 현실적인 대답을 들려줬다.

“다들 유튜브가 쉽다고 하는데, 영상 만들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아요. 누구나 조금만 교육을 받으면 어렵지 않게 (방송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라디오가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미디어라고 생각합니다.”

황호완 본부장도 “주민 등 제작자 입장에서 따지면 오디오 매체가 (영상 매체에 견줘) 훨씬 만들기 쉬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지역 상인 등이 일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는 매체’라는 것도 황 본부장이 꼽은 라디오의 장점이다.

장 대표와 황 본부장의 말 속에서 ‘퍼블릭 액세스’에 대한 이들의 태도가 자연스레 드러났다. 퍼블릭 액세스란 미디어에 대한 시민의 참여, 혹은 그 권리를 뜻한다. 시민은 매체가 생산하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인 생산자라야 한다는 취지가 담긴 용어다. 방통위가 공동체라디오를 허가해줄 때 가장 강조한 대목 중 하나가 퍼블릭 액세스 보장이었다.

황 본부장은 “사실 퍼블릭 액세스는 지상파 방송을 대상으로 ‘왜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느냐’는 차원에서 강조하는 것이고요, 공동체라디오는 거의 대부분 주민이 만드는 방송이 될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지상파 방송사처럼 많은 돈을 주고 진행자를 모셔올 수 있는 형편이 못 되잖아요”라고 말했다.

물론 주민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방송이라 할지라도 서대문공동체라디오가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에 맞는, 일정한 수준의 프로그램 수급은 필요하다. 개국을 앞둔 이들이 현재 가장 많은 노력을 쏟는 것도 청취자이기에 앞서 제작자인 주민 대상 교육이다.

이창민 피디는 “자체 교육은 계속 진행하고 있고,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기관 ‘서대문50플러스센터’를 통해서도 라디오 제작 교육을 연계하고 있다”며 “8월 말 주민들과 함께 각자 준비 중인 방송에 대한 기획과 서대문공동체라디오의 편성 원칙을 함께 공유하는 워크숍도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민 모두에게 문을 연 방송인 만큼 서대문공동체라디오가 담게 될 이야기의 폭도 넓을 것으로 보인다. 젊었을 적 라디오 디제이(DJ)를 꿈꿨던 누군가는 이곳에서 음악방송 진행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테고, 작은 도서관을 운영 중인 주민은 낯선 주민들과 책에 관한 수다를 나눌 수도 있다. 황 본부장은 최근 쏟아진 집중호우를 보며 재난방송에 대한 방송의 책무를 더욱 절감했다.

“전국 단위 재난방송을 보면 위험을 알리기는 하는데,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면서 정작 구체적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못 알려주잖아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서대문구만 해도 14개 동이 있고 각 동마다 임시 대피소가 두 곳씩 있거든요. 지역 재난방송이 바로 그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싶어요.”

11월 개국을 앞둔 장 대표 등의 고민은, 역시 ‘돈’이다. 방통위로부터 공동체라디오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공적 자산인 전파를 사용할 수 있는 ‘사업자’로 허가받았다는 의미다. 당연히 방송국 설립이나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장 대표 설명을 들으니 당장 건축 중인 사옥 공사비부터 1억 남짓 부족한 상태다.

“토지 매입 비용 등을 포함해서 총 15억원을 공사비 예산으로 잡았는데, 금리와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어요. 여기에 법인 부동산 취득세 부담까지 늘었고요. 공동체라디오의 미래에 대한 서대문구 주민과 서울 시민의 도움과 투자가 우리에겐 여전히 절실합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Copyright©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