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김주형 효과'와 '절제의 미덕' 절감케 한 PGA 플레이오프 1차전

방민준 2022. 8. 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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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21-22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페덱스 세인트주드 챔피언십에 출전한 김주형 프로가 최종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PGA투어 역대 플레이오프 중 올해처럼 한국 골프 팬들의 시선을 모으는 대회도 드물 것이다. 바로 '김주형 효과' 때문이다. 



메이저 대회인 디 오픈 출전 중 PGA투어 임시 특별회원을 얻은 갓 스물의 김주형이 시즌 마지막 대회인 윈덤 챔피언십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우승을 거머쥐고 바로 PGA투어 정회원 자격 획득과 함께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만으로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도 남을 만했다. PGA투어 사상 비회원이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해 플레이오프에 출전한 예는 김주형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골프 팬들은 12~15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TPC 사우스윈드(파70)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 페덱스 세인트주드 챔피언십에서 보인 김주형의 거침없는 플레이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쩌다 깜짝 우승한 선수가 아니라 PGA투어를 지배할 재목임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 출전한 한국선수 4명이 모두 선전했다. 임성재(10언더파 12위), 김주성(9언더파 공동 13위), 이경훈(8언더파 공동 20위), 김시우(5언더파 공동 42위)가 플레이오프 2차전 BMW챔피언십에 진출,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을 향한 높고도 좁은 문에 도전한다.



 



70명이 출전하는 BMW챔피언십은 19~22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윌밍턴CC에서, 페덱스컵 랭킹 상위 30명이 참여하는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은 26~29일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이스트 레이크GC에서 치러진다. 호아킨 니먼(칠레), 캐머런 스미스(호주) 등 6명과 함께 공동 13위에 오른 김주형은 페덱스컵 포인트가 25위까지 치솟아 30명만 나가는 투어챔피언십 진출도 낙관적으로 보인다. 



 



한국선수들이 얼마나 선전했는가는 1차전에서 컷 탈락한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실감할 수 있다. 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 전 세계랭킹 1위를 지켰던 스코티 셰플러를 비롯, 대회마다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로리 맥길로이, 조던 스피스, 빌리 호셸, 톰 호기, 저스틴 로즈, 러셀 헨리, 제이슨 데이, 러셀 녹스, 웹 심슨, 캐머런 트랭갈리 등의 강호들이 컷 통과에 실패했다.



 



플레이오프에 처음 출전한 김주형은 대선수들 틈에서 위축됨이 없이 주모면밀하면서도 당당한 플레이를 펼쳐 갤러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특히 2라운드에서 톱 골퍼 존 람과 동반 플레이를 한 김주형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대선수와 함께 걸으며 쉼 없이 대화를 나누는 사교성을 발휘하면서도 오히려 존 람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 앞으로 PGA투어에서 '큰일'을 벌일 선수임을 골프 팬들에게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플레이오프 2차전 BMW챔피언십은 물론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에서도 의외의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21-22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페덱스 세인트주드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윌 잴러토리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페덱스 세인트 주드 챔피언십 우승컵을 놓고 벌인 윌 잴러토리스(26·미국)와 젭 스트라카(31·오스트리아)의 연장전이 골프의 진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두 선수는 골프가 평정과 절제의 스포츠라는 것을 실전으로 증명하려는 듯했다.



 



18번 홀(441야드, 파4)에서 열린 1차 연장전에서 파 세이브로 비긴 두 선수는 2차 연장전에서 모험과 절제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긴장 탓인지 두 선수 모두 티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났다. 잴러토리스의 티샷은 오른쪽으로 휘어 페어웨이를 한참 벗어나 그린 공략이 불가능했고 스트라카의 티샷은 왼쪽으로 지우쳐 워터해저드 언덕에 멈췄다. 잴러토리스는 고심 끝에 3온을 작정하고 페어웨이로 나오는 것에 만족했다. 스트라카는 온 그린을 시도하려 신발을 벗었으나 잴러토리스가 레이업 하는 것을 확인하곤 짧게 쳐냈다. 그리고 둘 다 3온에 성공, 파 세이브를 했다. 둘 중에 누군가가 파온을 노리고 무리수를 두었더라면 기회를 놓쳤을 것이 명확한 상황이었다.



 



11번 홀(파3)로 옮겨 치른 세 번째 연장전에서 승패가 갈렸다. 잴러토리스의 티샷은 바위를 맞고 풀 속에 박혔다. 이를 본 뒤 안심하고 날린 스트라카의 티샷은 물에 빠졌다. 벌타를 받고 친 스트라카의 다음 샷은 벙커로 날아갔다. 벙커샷을 홀에 바짝 붙였으나 더블보기를 피할 수 없었다.



한편 잴러토리스는 긴 풀 속에 묻힌 공을 그대로 쳐내려다 캐디와 상의한 끝에 벌타를 받고 드롭 존으로 이동해 3온을 택했다. 그는 2.1m 보기 퍼트를 성공시켰다.



 



어느 선수가 잘못했다기보다 결정적인 순간 요동치는 마음, 솟구치는 욕심을 다스릴 줄 아느냐, 얼마만큼의 절제력을 발휘할 줄 아느냐가 승부를 가른 순간이었다.



PGA투어 첫 우승이다. 2018년 프로로 전향, 지난해 PGA투어 신인상을 받은 그는 그동안 우승만 없었을 뿐 메이저 및 특급 대회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 정상급 선수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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