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차주영, 아무리 채워도 연기가 고픈 '천생배우'

아이즈 ize 최재욱 기자 입력 2022. 8. 15. 12:53 수정 2022. 8. 1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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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최재욱 기자

사진제공=스튜디오산타클로즈엔터테인먼트

많은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쉽게 사람들을 재단하고 평가하곤 한다. 그 사람 내면에 있는 열정이나 꿈, 이상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사람을 규정지으려 한다. 이런 선입견과 편견은 사람을 한 가지 틀 안에 가둬두면서 그 사람의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자신의 꿈을 향한 열정이 가득한 사람은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규정지어진 이런 틀들을 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깨지고 다치고 좌충우돌하면서도 그 꿈을 향해 한 발짝씩 나아가는 여정을 즐기곤 한다. 

배우 차주영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연예인이 될 수밖에 없는 화려한 미모에 명문대를 졸업한 똑똑한 브레인, 여기에 유복한 집안 출신이니 모든 걸 다 가진 것처럼 보인다. 연기자에게 숙명처럼 필요한 '결핍'이 도무지 없어 보인다. 부모님의 사랑을 가득 받으며 부족함 없이 자라선지 구김살이 전혀 없는 밝고 시원시원한 성격까지 갖고 있다. 왠지 모든 걸 다 갖고 있으니 '절실함'이란 단어는 내면에 없을 것만 같다. 그러나 그런 시선은 연기에 자신의 모든 걸 올인한 차주영에게는 가슴 아픈 편견이다. 그러면서도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촉매이기도 하다. 차주영은 속도는 느리지만 그 선입견을 하나씩 깨뜨리면서 배우로서 자신의 위치를 다져가고 있다.

"어떤 감독님들은 오디션에 가면 저를 보고 '네가 마음 먹으면 편하게 살 수 있는데 여기서 왜 고생이니'라고 물으세요. 저에 대해 얼마나 많은 선입견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말이죠. 데뷔 때 소속사 차원에서 저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 목적으로 금수저 엄친딸 이미지가 만들어졌는데 많은 오해를 낳은 것 같아요. 지금 정확히 말씀 드리자면 부모님이 열심히 노력하셔서 부족함 없이 많은 혜택을 받고 자란 건 사실이에요. 그러나 소위 말하는 재벌이나 금수저는 아니에요. 제 또래들처럼 대학 졸업한 이후에 부모님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받은 적이 전혀 없어요. 최근 몇 년 동안 일이 없어 정말 수입이 없어 경제적으로 힘들었어요. 통장잔고는 위태위태하고 미래가 불투명했죠. 그래서 거의 10여년 만에 독립생활을 접고 본가에 다시 들어갔어요. 언제 일을 다시 할 수 있는지 모르는데 생활비를 줄여야죠. 최근 작품을 잇달아 하면서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아요..(웃음)"

차주영은 올 봄 SBS 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와 지난 6월 공개된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최종병기 앨리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잇달아 보이며 오랜만에 시청자들을 만났다. '어게인 마이 라이프'에선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열혈검사 김희우(이준기)가 인생 2회차를 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미스터리한 인물을 연기해 극에 긴장감을 더했다. '최종별기 앨리스'에선 국제 비밀암살조직을 무너뜨리고 한국 고등학교에 숨어든 킬러 앨리스(박세완)를 쫓는 흥신소 직원 양양 역을 맡아 파격변신을 선보이며 '미친 존재감'을 발산한다. 컬러풀한 패션에 무표정한 얼굴, 톡톡 튀는 캐릭터에 차주영인지 몰라보는 시청자들이 많을 정도로  새로운 얼굴로 등장해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사진제공=스튜디오산타클로즈엔터테인먼트

"'최종병기 앨리스'는 제가 새로운 소속사와 계약을 맺고 결정한 첫 작품이었어요. 이제까지 제가 해보지 않은 역할이어서 더욱 끌렸어요. 나에게서 어떤 면을 봤기에 이 역할을 제안해 주셨는지 궁금했어요. 감독님을 만나봤는데 자신의 색깔이 뚜렷하신 게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님이 될 분이라고 할까요? 개성이 정말 강하시고. 재능이 넘치세요. 양양 역할이 너무 파격적이어서 주위에선 많이 걱정해주셨지만 전 양양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게 정말 재미있었어요. 저를 둘러싸고 있는 틀을 깨부수는 쾌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솔직히 비중은 특별출연이라고 할 만큼 작아요. 그러나 양양을 연기하며 자신감을 얻고 자유로워졌어요. 이제 어떤 역할이 들어와도 두렵지 않을 것 같아요."

2016년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으로 데뷔한 차주영은 지난 2017년 '저글러스'서 펼친 연기가 호평을 받으며 유망주로 떠올랐다. 그러나 그 이후 후속작들이 주목받지 못하면서 오랜 시간 휴식기를 가져야 했다. 지난해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으면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다시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어게인 마이 라이프' '최종병기 앨리스'에 이어 현재  아직 제목을 공개할 수 없는 유명작가가 집필한 작품을 촬영 중이다.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사실 냉정하게 보자면 이전에 했던 역할들보다는 비중이 적다. 예전엔 주연급이라면 최근 작품들은 조연에 가깝다. 아쉬움도 있을 법하다. 

"전 매우 현실적인 사람이에요. 시장에서 내 위치를 직시해야죠. '최종병기 앨리스'를 제안받았을 때 처음엔 생각이 복잡했어요. 혹시 주인공이 같은 소속사여서 제가 '끼워팔기'로 들어가는 건 아니냐 묻기도 했어요. 업계 내 제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하니까요. 그건 절대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이 소속사 오기 전 거의 2년을 쉬었는데 주연만 고집한다면 일을 아예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전 정말 쉬지 않고 일하고 싶거든요. 최근 출연한 작품들 모두 개성이 강하고 이제까지 해온 것과 매우 다른 캐릭터여서 연기하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현재 촬영중인 드라마에선 난생 처음 악역인데 실력 있는 선배님들과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어요. 주연은 나중에 제가 좀더 배우로서 경력이 쌓인 후 해도 늦지 않다고 봐요." 

인터뷰 내내 '배우로서 살아남는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는 차주영. '배우 차주영'이 아닌 '32살 싱글여성 차주영'의 삶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결혼에 대한 부모님의 압박은 없는지, 특별한 취미는 있는지 물어도 모든 이야기의 종착점은 '일'로 돌아왔다. 절심함이 없을 거라는 예상은 말 그대로 '편견'이었다. 그 누구보다 절실했고 연기에 진심이었다'. 

"이 나이에 결혼에 대한 생각을 전혀 안한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러나 현재는 아직 상대를 만나지 못했으니 그 생각은 잠시 미뤄둬야죠. 부모님은 재촉하지 않으세요. 믿고 기다리시는 편이죠. 현재는 결혼에 대한 열망보다 일 욕심이 더 큰 상태예요. 지금 결혼한다면 많은 분들의 선입견처럼 제가 한 발 뒤로 뺀다고 생각할 거 아니에요? 저에겐 지금 연기밖에 없어요. 재능있는 감독님, 작가님들을 만나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보는 게 제 현재 가장 큰 소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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