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실수 후 이틀간 잠 못자.. 감독님 전화에 마음 다잡고 골"[현장 인터뷰]

이재호 기자 2022. 8. 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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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크나큰 실수였다. 그 장면을 보고 욕하지 않은 수원 삼성 팬들이 어디있을까. '대형 실수'를 저지른 장본인은 이틀동안 잠도 못잤다고 한다. 그때 감독은 선수에게 전화해 '괴롭힘'을 가장한 격려를 했다.

선수는 덕분에 마음을 다잡았고 결정적인 경기에서 결정적인 득점으로 보답했다. 수원 삼성 수비수 고명석과 이병근 감독의 얘기다.

수원 삼성 고명석

수원 삼성은 14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28라운드 성남FC와의 홈경기에서 4-1로 대승했다.

전반 27분 수원은 오른쪽에서 이기제가 올린 왼발 코너킥을 골대 중앙 바로 앞에서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고명석의 헤딩골로 1-0으로 앞서갔다. 후반 11분에는 오른쪽 코너킥을 이기제가 바로 앞으로 연결해 주고 받은 후 올린 왼발 크로스를 문전에서 오현규가 홀로 날아올라 헤딩 쐐기골을 넣었다.

성남은 후반 16분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수원 수비가 헤딩으로 걷어냈지만 페널티아크 바로 밖에서 박수일이 왼발 논스톱 발리슈팅으로 만회골을 넣었다. 하지만 후반 19분 왼쪽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며 수원 전진우가 박스 안에서 왼발 슈팅으로 쐐기골을 넣었다. 후반 35분에는 마나부의 압박 성공에 이은 스루패스를 전진우가 골키퍼까지 젖히고 골을 넣어 4골을 완성했다. 수원은 올시즌 첫 3득점 이상 경기를 만들었다.

이날 수비수 고명석은 2018년 수원 입단 후 4년만에 리그 데뷔골이자 개인 커리어 K리그1 첫 골을 넣었다. 골을 넣고 나서 보인 세리머니는 단순히 '기쁨'을 넘어 개인의 '한(恨)'을 푸는 포효였다.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직전 경기인 6일 수원FC와의 '수원 더비'에서 경기 종료 직전 고명석은 오른쪽에서 올라온 쉬운 크로스를 수비 입장에서 공을 잡으려다 뒤로 빠뜨려 라스에게 4실점째를 하는 빌미를 제공해 '역적'으로 몰렸다. 후반 추가시간 2-3으로 지고 있어 추격해야하는 급박한 상황에 놓인 황당한 실수에 수원 팬들 입장에서는 순간 욕이 나올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성남전 이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고명석은 "정말 많이 힘들었다. 그 실수 이후 이틀간 잠을 못잤다. 날을 샜다"며 그 실수의 여파가 개인에게도 얼마나 컸는지 고백했다.

그 힘들고 괴로운 마음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묻자 "감독님께서 전화를 자주 주셨다. 전화에서 위로해주시고 힘을 주셨다. 정말 괜찮다고, 쉬운 상황에서 잘하려고 공을 잡으려다보니 그런 실수가 나온거라고 하셨다. 다음부터는 그런상황에서 쉽게 하면 된다고 하시더라. 그런 위로를 받고 정말 마음속으로 깊이 감사했다. 열심히해야겠다는 생각만 했고 마음을 다잡고 일주일간 준비했다"고 말했다. 마침 이 이야기를 할 때 믹스트존에서 이병근 감독이 지나갈때라 이 감독은 옆에서 듣는 제스처를 취하며 장한 제자에게 장난을 걸기도 했다.

이병근 수원 삼성 감독.ⓒ프로축구연맹

믹스트존 인터뷰 직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원 이병근 감독은 "지난 경기 실수로 의기소침해 있을 때 고명석에게 전화를 하며 괴롭혔다"며 웃으며 "분위기를 살려주려고 했다. 늘 고명석을 활용해야한다고 생각해왔다. 불투이스는 공격적이지만 속도가 느려 뒷공간이 걱정된다. 그럴 때 고명석이 속도가 좋아 커버를 적재적소에 잘해준다. 수원에 없는 유형의 선수다. 백4 뒷공간이 위험할 때 고명석이 필요하다"며 한참을 제자 칭찬을 하기도 했다.

이병근 감독이 믹스트존을 떠난 후 고명석은 "일주일간 성남전을 대비하며 감독님이 일대일 수비와 헤딩 연습을 많이 시켰는데 수비에서 딱 그렇게 도움이 됐고 헤딩으로 골도 넣었다"며 놀랍다는 표정으로 말하기도 했다.

이번 득점은 매우 중요했다. 경기전 이병근 감독은 "전반전에 득점이 나왔으면 한다"며 성남전 키워드로 언급하기도 했었다. 감독이 원하는 가장 중요한 득점을, 수원 입단 후 4년간 득점이 없던 선수가, 그것도 직전 경기 대형 실수를 저지른 고명석이 해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득점 후 세리머니에 대해서는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들어가는 순간 지난주 실수한게 주마등처럼 지나가더라. 아무 생각도 안하고 정말 욕만 했다"며 웃은 고명석. "제 인생에서 정말 기억될만한 골이 될거라 본다"며 웃었다.

"군대를 갔다오니 어느덧 제 나이가 28살이네요. 군대 가기전에 수원에서 경기를 많이 뛰었던 과거는 이제 상관없어요. 지금이 중요하고 지금부터 열심히하면 더 기량이 발전할 수 있을거라 믿어요. 남들에게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감독님이 말씀하신대로 키크고 빠른 선수라는 장점은 살리고 쉬운걸 실수하는 단점을 보완해서 선수로써 만개해보겠습니다."

ⓒ연합뉴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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