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명세서 못 받았는데"..법 시행 8개월간 과태료 부과 5건뿐

이승연 입력 2022. 8. 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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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보험 공제하고 월급을 받기로 했는데 회사에서 명세서를 주지 않습니다. 제 월급이 정확히 얼마인지 모르겠습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A씨.

지난해 11월 시행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라 사업장의 규모, 계약 형태와 관계없이 사용자는 모든 노동자에게 임금명세서를 교부해야 하지만, 이를 어기고도 과태료 처분을 받은 비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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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소규모 사업장일수록 피해..직장갑질119 "법 집행 제대로 해야"
'임금명세서 의무화로 기초노동질서 지켜가요!' 임금명세서 의무화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해 11월 1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직원들이 관련 홍보 포스터를 게시판에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4대 보험 공제하고 월급을 받기로 했는데 회사에서 명세서를 주지 않습니다. 제 월급이 정확히 얼마인지 모르겠습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A씨.)

지난해 11월 시행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라 사업장의 규모, 계약 형태와 관계없이 사용자는 모든 노동자에게 임금명세서를 교부해야 하지만, 이를 어기고도 과태료 처분을 받은 비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9일부터 8개월간 고용노동부가 신고받은 '임금명세서 작성 및 지급 의무 위반' 사건 총 854건 중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는 5건(0.6%)에 불과했다.

직장갑질119는 "기본급, 연장·야간·휴일근무 시간, 총급여, 세금을 제외한 실수령액이 얼마인지 알려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를 위반할 경우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지만 노동부에서 법을 제멋대로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일자리가 불안정할수록,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급여 수준이 낮을수록 이러한 피해에 노출된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6월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임금명세서를 받고 있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비정규직 노동자 30.8%,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48.1%, 월급 150만원 미만 노동자 35.1%였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같은 답변을 한 비율이 17.4%인 것과 비교해 확연히 높게 나타났다.

또 사용자가 임금명세서를 교부하지 않거나 허위로 작성할 경우 과태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모르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51.8%로, '알고 있다'는 응답(48.2%)보다 높았다.

임금명세서뿐 아니라 근로계약서를 받지 못한 경우도 전체 응답자의 22.6%로 적지 않았다. 역시 비정규직(32.8%), 5인 미만 사업장(43.5%), 월급 150만원 미만(40.4%) 노동자 그룹에서 더 높은 비율을 보였다.

근로계약서 교부 및 작성 의무를 위반한 고용주도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윤건영 의원실을 통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 6개월간 노동부가 접수한 5만1천481건의 근로계약서 위반 신고 사건 중 벌금형 기소가 이뤄진 경우는 1만7천734건(34.4%)으로, 3건 중 1건꼴에 그쳤다.

직장갑질119 박성우 노무사는 "새로운 제도의 시행 초기에 정부가 적극적인 법 집행으로 새 제도가 정착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법 신호를 줘야 한다"며 "임금명세서 위반 과태료 부과가 고작 5건이라는 사실은 '노동법은 안 지켜도 되는 법'이라고 정부가 앞장서서 홍보하고 있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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