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색·선·빛의 어우러짐..공예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다

도재기 기자 2022. 8. 1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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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림박물관 개관 40주년 특별전 '상감'
상감기법 빛나는 고려~현대 공예 285점 나와
'보물'·현대미술도.."상감의 현대적 가치 재조명"
호림박물관이 개관 40주년 특별전 ‘상감’을 열고 있다. 사진은 고려 청자의 상감기법이 돋보이는 ‘청자 상감 동채 연당초용문 병’(14세기, 보물)과 세부 모습. 호림박물관 제공

조형미를 뽐내는 공예품들의 여러 장식방법 가운데 고대부터 현재까지 1000년을 넘어 이어지는 기법이 있다. 상감(象嵌)이다.

상감은 도자나 금속·목재 바탕에 원하는 무늬를 새기고 그 자리에 색감, 재질이 다른 갖가지 재료를 박아넣거나 채우는 장식 기법이다. 도자 표면에 다른 색의 흙으로 무늬를 표현한 상감 청자·백자가 대표적이다. 또 옻칠을 한 목재에 찬란한 빛을 내는 전복·조개 등의 껍데기를 가공해 장식한 나전칠기, 금속재에 금·은을 실처럼 만들어 넣은 입사(入絲) 작품 등도 큰 틀에서 상감에 속한다.

은을 가는 실처럼 가공한뒤 정교하게 장식한 ‘청동 은입사 범자문 향완’(고려, 14세기). 호림박물관 제공

이미 삼국시대부터 나타난 상감은 현대에도 여전히 각종 공예품에 활발하게 활용되며 계승·진화하고 있다. 전통 공예기법의 대표이자 한국적 미감을 이루는 주요한 요소로 평가받는다.

국내 3대 박물관(미술관)의 하나인 성보문화재단의 호림박물관이 개관 40주년 기념 특별전으로 ‘상감’을 열고 있다. 상감의 핵심이 ‘서로 이질적인 요소가 어우러져 새로운 시각 세계를 만든다’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상감의 가치와 의미를 짚고, 그 혁신적인 창작방식을 오늘날에 되새겨보자는 취지다. 유진현 호림박물관 학예연구부장은 “우리 공예의 고유한 미감,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감의 위상과 의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전시가 없었다”며 “상감의 가치를 오늘날까지 더 확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질적인 것들의 어우러짐’이라는 부제를 달고 신사분관(서울 신사동)에 마련된 ‘상감’ 전에는 고려시대 이후 도자와 금속·목공예 등 모두 285점이 나왔다.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6점도 포함됐고, 다른 기관들에서 출품작을 대여해 전시 수준을 높였다. 이상남·이불·최우람 작가의 현대미술 작품들도 선보인다.

나전과 대모, 어피로 용과 봉황 무늬를 새겨 화려함을 자랑하는 ‘나전대모어피 용봉문 상자’(왼쪽)와 소뿔을 가공해 장식한 ‘화각 사령문 함’(19~20세기 초). 호림박물관 제공

도자기부터 금속공예·목공예·현대미술 순서로 4개 전시실을 채운 출품작을 통해 상감의 멋과 맛을 만끽하고, 현대적 의미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박물관 4층의 1전시실은 병과 항아리·접시·주전자는 물론 장군·베개·도판 등 고려 청자부터 분청사기, 조선 백자에 이르기까지 상감 도자기를 한 자리에서 살펴본다. 상감기법의 감상과 함께 옛 사람들의 생활상까지 상상할 수 있다. 청자의 경우 특유의 바탕색에 흑백의 상감무늬가 어우러지면서 격조가 높아진다. 흑백 상감에 검붉은 구리 안료(동채)까지 활용해 연꽃과 여의주를 지닌 용 무늬 등을 가득 채운 ‘청자 상감동채 연당초용문 병’(보물) 등이 대표적이다. 조선 초기에 등장한 분청사기의 상감은 연꽃과 모란 등을 과감하게 표현한 ‘분청사기 상감 연화모란류문 병’(15세기·보물) 등에서 보듯 자유분방함이 특징이다. 백자 상감도 표현이 다양한데, ‘백자 상감 모란문 병’(보물)같이 무늬를 절제한 경우가 많다. 도자기에서의 상감기법은 서로 다른 색의 조화로 나타나는 색 대비효과를 눈여겨볼 만하다.

조선시대(15세기)의 간결한 모란 무늬가 돋보이는 ‘백자 상감 모란문 병’(보물, 왼쪽)과 ‘청자 상감 화당초문 자라병’. 호림박물관 제공

다양한 금속공예품의 상감을 즐기자면 눈을 크게 뜨고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걸이와 향완, 정병등에 새겨진 금·은의 입사 무늬가 워낙 세밀하고 정교하기 때문이다. ‘철제 금입사 걸이’(고려·리움미술관 소장), ‘청동 은입사 범자문 향완’ 등이 대표적이다. 도자기에서 색의 대비를 즐겼다면, 금속공예에서는 놀랄만큼 섬세한 입사 솜씨와 금·은이 만들어내는 유려한 선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만하다.

목공예의 상감 재료는 도자, 금속보다 더 다채롭다. 방부·방충 효과를 지닌 옻칠을 한뒤 오색찬란한 자개를 무늬로 장식한 나전칠기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평소 접하기 쉽지 않은 거북 등껍데기인 ‘대모’, 상어같은 물고기의 질긴 껍질인 ‘어피’, 소뿔을 조각으로 가공한 ‘화각’ 등은 화려한 시각적 효과를 자랑한다. 무늬를 이루는 소재는 매화와 난초·국화·대나무의 사군자를 비롯해 여러 동식물로 다채롭다. 소재들은 건강, 부귀, 화목, 지조 등 저마다 상징성을 갖고 있다. 갖가지 소망과 바람을 무늬에 담아내는 것이다. 전시장에선 이상남·이불·최우람의 현대미술 작품도 만날 수있다.

최우람 작가의 조각설치 ‘Ultima Mudfox’(왼쪽)과 특별전 ‘상감’ 전시장 일부 모습. 호림박물관 제공

올해 개관 40주년을 맞은 호림박물관은 개성 출신 기업가로 유화증권·성보실업을 세운 호림 윤장섭(1922~2016)이 출연한 컬렉션·기금 등으로 1982년 설립됐다. 호림은 간송 전형필, 호암 이병철과 이건희 부자 등에 이어 수준높은 문화재 수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호림박물관은 국보 8건, 보물 54건 등 문화재 1만8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근래에는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한 자리에 선보이는 기획전들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시는 10월 15일까지.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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