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원단 방문에 중국 다시 대만 주변에서 실전대비 전투훈련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미 의회 대표단이 또다시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전투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키는 등 대만 주변에서 전투 대비 순찰·실전 훈련을 실시했다.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스이 대변인은 위챗(중국 내 메신저) 15일 공식 계정을 통해 “동부전구는 대만 섬 주변 해·공역에서 다앙한 병종을 조직해 연합 전투 대비 순찰·실전 훈련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번 훈련은 미국과 대만이 계속 정치적 술수를 부리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한 것을 겨냥했다”며 “전구 부대는 모든 필요한 조처로 국가의 주권, 대만해협과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중국군 전투기들이 이날 이른 아침부터 오전 10시까지 7차례 대만 북부와 서부 및 서남부 ADIZ를 넘어와 대만군이 경고 방송 등을 통해 대응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전투기의 ADIZ 진입은 전날 미국 상·하원 의원 5명이 대만을 방문한 데 대한 항의로 보인다고 이 통신사는 전했다.
미국 여야 상·하원 의원 5명은 14일 미군 C-40C 전용기편으로 대만에 도착했고, 15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 등 대만 주요 인사와 만났다. 미국의 대만 주재 대사관 격인 주대만미국협회(AIT)에 따르면 이들의 방문은 인도·태평양 순방의 일환이다.
미 의회 대표단의 대만행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지난 2~3일 대만을 방문한 지 11일만이다. 마키 의원은 대만에 도착해 “이번 방문이 대만 해협의 안정과 평화를 증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문을 두고 중국 매체는 연일 강경한 논조를 내비치고 있다. 대만 관련 선전을 담당하는 중국 관영매체 ‘해협의 소리’는 14일 군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가 미국 의원들의 대만 방문기간 대만 주변 해·공역에서 강력한 군사적 반격 행동을 조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미국 정치인들은 대만 문제를 가지고 불장난하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며 “중국의 핵심 이해관계에 관해서는 협상과 양보의 여지가 없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의원들이 계속 교활하게 대만해협의 긴장을 촉발한다면 단호한 대항조치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또한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이 이번에 대만을 찾은 미국 의원단에 펠로시 의장에게 했던 것과 유사한 보복 조치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5일 펠로시 의장과 그 직계 친족을 제재 대상자 명단에 올린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달 초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이후 대만해협의 긴장이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 펠로시 의장 방문 직후 중국은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설정한 훈련 구역에서 10일까지 실사격 훈련을 포함한 고강도 ‘군사행동’을 전개했다. 중국은 연일 대만해협 중간선과 대만 ADIZ 너머로 군용기를 진입시키며 군사훈련을 상시화하고 있다. 중국군 전투기는 이달 들어서만 15일에 걸쳐 대만 ADIZ에 진입하는 등 올해 들어 총 888대가 ADIZ에 들어왔다고 대만 국방부가 밝혔다.
중국은 한반도를 겨냥한 실탄사격 훈련도 15일 오전 서해와 보하이만에서 시작했다. 동망(東網)과 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군은 15일 오전 6시(현지시각)를 기해 서해 북부 보하이(渤海)만에서 훈련에 돌입했다. 랴오닝성 다롄(大連) 해사국은 전날 보하이만 해역에서 15일 오전 6시에서 21일 오후 6시까지 군사임무를 실시한다며 일반 선박의 훈련수역 진입을 일절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허베이성 탕산(唐山) 해사국은 11일 보하이 해역에서 12일 0시부터 18일 오전 10시까지 실탄훈련을 한다며 “훈련 기간 해당 해역에 선박 진입을 불허한다”고 공고했다. 장쑤성 롄윈강(連雲港) 해사국은 지난 9일 “황해 남부 해역에서 11~13일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공표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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