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불법 파업에도 손해배상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타당한가

허원순 입력 2022. 8. 1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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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기업 활동에 피해를 준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 소송을 제한하는 법안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등이 추진 중인 일명 ‘노란봉투법’이다. 이 법안대로라면 기업의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는 데다 불법 파업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노조 파업권에 대한 가장 현실적 견제 장치가 파업 시 불법 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규명으로, 통상 명백한 파업 손해 발생 시 사측이 제기하는 소송이다. 이걸 법으로 막으면 불법 파업을 용인해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사유재산에 대한 훼손 방지와 손실 보상은 보편적으로 인정되는데, 노조를 예외로 하면 보편성을 부정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만만찮다. 입법 추진론자들은 노조의 파업권 존중 논리를 편다. 파업에 따른 배상책임을 덜어주는 법은 현실 타당한가.

[찬성] 파업 손배 소송, 노동자 부담 너무 커…소송 쉽게 못 하도록 '방어법' 필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추진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기본 내용은 노조 활동을 좀 더 포괄적으로 보호하자는 취지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린다.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때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노조 조합원을 돕기 위해 사회단체들이 나섰는데, 당시 노란 봉투에 지원 성금을 담아 보낸 것에서 유래한다. 그런 사정 그대로 노조가 파업을 끝낸 뒤에도 점거 등에 대한 손해배상 규모가 너무 클 때가 있다. 이런 상태를 막기 위해 노조 파업에 따른 손실에는 배상 책임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합법적 노조 활동 범위의 확대, 법원 결정 손해배상의 기준 제시와 노조 규모에 따른 손해배상 상한액 규정, 노동자 개인과 가족 신원 보증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이다. 법안이 국회에서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업체 파업 사태 때문이었다. 하청기업 노조의 파업 사태가 51일 만에 봉합됐지만 회사 측은 파업을 벌인 하청 노동자들을 상대로 무려 7000억원의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설 태세다. 회사 측은 이 손실에 대해 소송을 통해서라도 배상받지 않으면 스스로 배임죄에 걸린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판결 여하에 따라 노조 피해가 너무 크다. 이게 법 규정에 따른 현실이라면 결국 다른 법을 제정해서라도 이런 소송을 막아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가뜩이나 영세한 하청 노조 등의 노동자들은 무슨 수로 손해배상을 할 수 있겠나.

노동권이 정당한 권리로 자리잡은 만큼 파업권을 가로막는 장치 격인 소송제도가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게 노동권 보호가 된다. 월 급여가 수백만원 수준인 노동자에게 파업 과정의 불법 여부를 문제 삼아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하고 가압류 청구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해외에서도 이런 법을 만든 선례가 있다. 영국이 그렇다. 형사 처벌도 쉽게 발동되지 못하도록 제동 걸 필요가 있다.

[반대] 재산권 침해에 불법 파업 면죄부 주는 꼴…국제 기준과 멀어지는 입법

‘노란봉투법’은 문제가 많은 악법이다. 무엇보다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한다. 법이 불법적 집단 행위로 인한 특정 경제 주체(기업)의 손해에 대한 책임소재를 따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헌법이 보호하고 있는 사유재산권의 침해다. 재산권 보호는 대한민국 경제, 나아가 한국 사회의 기본 운영 원리다. 특정 계층이나 특별한 대상의 재산권은 보호되고, 특정 주체의 재산권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논리가 되면 법적 안정성이 없어진다. 그 자체로 위헌이다. 야당이 의원 숫자만 믿고 억지로 밀어붙여 법을 만든다고 해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정이 날 수밖에 없는 엉터리법이 될 것이다.

이 법의 또 다른 문제는 노조의 불법 파업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수시로 불법을 불사하는 한국의 강성 노조가 그나마 불법 점거 등을 나름 자제하는 것은 기물 파손과 영업 방해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때문이다. 법이 있고, 소송이 가능해도 불법 행위는 쉽게 근절되지 않는다. 다만 명백하게 불법 행위를 한 노동자나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가능하기에 작업장·영업장 파괴 같은 일이 조금은 자제되는 측면이 있다. 이런 판에 노조의 파업에 따른 것에는 손해배상을 아예 못하게 하고 가압류 소송까지 제한한다면 어떤 결과가 빚어지겠나. 법이 불법 행위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는 꼴이 돼선 안 된다.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특히 불법 파업으로 인한 기업의 직간접 손해가 얼마나 막대한가. 파업 피해에 대한 경제단체와 학계의 연구와 조사가 산처럼 쌓여 있다.

해외 사례가 있다지만,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법으로 제한하는 나라는 영국 정도뿐이다. 한마디로 국제 기준과 동떨어진 입법 움직임이다. 불법적 쟁의 행위를 기획·지시·지도하거나 손해의 발생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하는 것은 사용자의 재산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국회 자체의 법률 검토 보고서도 있다. 전면 철회가 답이다.

√ 생각하기 - 헌법의 기본권 '재산권'과 '노동 3권' 충돌…법이 불법 부추겨선 안 돼

대우조선해양의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불가피한 것으로 예고되면서 정부와 정치권에서 상반된 움직임이 나오는 게 걱정스럽다. 정부와 여당은 불법행위 엄단, 책임 규명 강화 분위기가 강하다. 친노조 입장을 견지해온 야당 쪽에서는 결국 손배 소송을 막는 법까지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기업 보호’와 ‘친노조’의 대립이다. 한편으로는 ‘재산권’과 ‘노동3권’의 대립이다. 재산권은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고, 노동3권도 기본권이라는 주장이 만만찮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불법행위를 법이 부추겨서는 곤란하다. 더구나 보편적 국제 기준과 달리 가면 대(對)한국 투자에서 해외 자본이 발길을 돌려 고립무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노사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간에서 공정한 심판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은 정부도 국회도 언제나 중요하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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