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내야 10승 투수'..심우준은 오늘도 투수들의 인사를 받는다[스경x인터뷰]

김은진 기자 입력 2022. 8. 15. 10:01 수정 2022. 8. 1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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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심우준이 지난 14일 수원 삼성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뒤 인터뷰하고 있다. 김은진 기자



내야수 심우준(27·KT)은 요즘 경기를 마치고나면 투수들은 물론 투수코치들로부터도 인사를 받는다. 뛰어줘서 감사하다, 막아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다.

현재 심우준의 손은 정상이 아니다. 지난 7월14일 삼성전에서 왼쪽 손등과 중지를 이어주는 힘줄인 신전건을 다쳤다. 손등이 크게 부었고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툭 튀어나온 힘줄이 따라서 움직인다. 수술하면 낫지만 시즌 중이라 보류하고 재활하려던 심우준은 대체 유격수로 서려던 장준원이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남은 시즌 뛸 수 없게 되자 엔트리 제외 뒤 불과 열흘 만인 7월27일 다시 돌아와 뛰고 있다. 매 경기, 왼손에는 보호용 테이프를 칭칭 둘러감고 그라운드로 나선다.

심우준은 KT 센터라인의 핵심, 유격수다. 아픈 왼손에 글러브를 끼어야 한다. KT에서 가장 잘 달리는 타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도루를 하거나 헤드퍼스트슬라이딩 때는 베이스로 손을 뻗어야 한다. 복귀했을 때만 해도 통증이 꽤 있는 상태였지만 심우준은 한 경기 한 경기씩 치르며 적응하고 순간적인 통증에 대한 공포도 하나씩 없애가고 있다.

지난 14일 삼성전에서 심우준은 잇달아 호수비를 펼쳤다.

KT가 0-2로 뒤지던 6회초 1사 1·2루에서 2루 베이스 가까이 자리잡고 있던 심우준은 구자욱의 잘 친 타구가 자신의 오른쪽으로 날아오자 팔을 뻗으며 뛰어올라 낚아챈 뒤 바로 돌아 2루로 송구, 병살타로 처리했다. 외야로 빠져 주자 둘 다 불러들일 수도 있는 잘 친 타구였지만 병살타로 끝나자 구자욱이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할 정도로 날벼락 같은 수비였다.

심우준은 7회초 1사 1루에서도 이원석의 빠른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낚아채 즉시 2루로 던져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심우준은 경기 뒤 “다친 이후 처음으로 직선타구가 왔는데 다행히 아프지 않았다”고 웃었다.

심우준에 대해 “10승 투수 정도의 몫을 한다”고 그 수비력을 칭찬하는 이강철 KT 감독은 이날 경기 뒤에는 “심우준이 3실점 이상을 막아냈다. 오늘 가장 빛났다”고 극찬했다.

지난해 타율 0.268을 기록했던 심우준은 올해 그만큼 치지 못하던 중 부상을 당했다. 치려다 순간적으로 멈출 때는 아직 짜릿한 통증이 느껴진다. 시즌 타율이 0.243으로 처져 있는 심우준은 복귀 이후, 특히 8월에는 10경기에서 0.171밖에 치지 못했다. 그러나 5타점을 올렸다. 이날도 세 타석 연속 플라이로 물러난 심우준은 마지막 타석, 2-2로 맞선 연장 10회말 1사 1· 2루에서 우전 적시타를 때려 승부를 끝냈다.

심우준은 “두 타석 연속 포수 파울플라이 치고 너무 화가 나서 뭐 하나 부수고 싶었는데 감독님께서 ‘네가 3실점 막은 거다’고 말씀해주셨다. 마지막 타석에서는 그 말씀에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었다”며 “투수들이 항상 와서 고맙다고 말해주는데 그래서 내가 더 고맙다. 통증은 이제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남은 42경기에서도 수비만은 튼튼히 해 팀의 인사에 보답하고 싶다고 다짐한다. 심우준은 “타격에서는 이렇게 팀에 중요한 순간에 집중해서 하되 수비에서는 개인적으로 좀 더 좋은 기록을 갖고 싶다. 실책 15개 미만으로 시즌을 끝내는 것이 목표”라며 “수비가 먼저다. 실책이 적어야 팀 성적이 더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려던 심우준 곁을, 퇴근하던 제춘모 불펜코치가 지나갔다. 뭔가 할 일이 생각났다는 듯 순간 멈춰서더니 발길을 돌려 다가와 “감사합니다”라고 허리숙여 인사를 했다. 심우준은 오늘도 깜짝 놀라 같이 허리를 숙였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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