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괴짜'를 '추앙'하라[스경연예연구소]

김원희 기자 2022. 8. 1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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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소녀시대 사진 제공 SM엔터테인먼트



“나를 추앙해요.”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속 ‘염미정’(김지원)이 ‘구씨’(손석구)에게 던진 ‘추앙’이라는 단어는 지난 상반기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염미정’은 사회가 규정한 ‘일반적’인 것과는 먼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식을 한 마디로 축약했다.

‘일반적’이라는 기준을 들이대기 이전에 우리는 모두 각자의 정체성을 가진 유일무이한 한 사람이기에, 이들의 ‘추앙’은 ‘틀린’ 게 아닌 ‘다를’ 뿐이라는 깨달음과 함께 뭉클한 위로를 안겼다.

이같은 ‘다름’이라는 키워드가 가요계에서는 ‘괴짜’라는 단어로 일맥상통하고 있다.

최근 데뷔 15주년을 맞아 완전체로 컴백한 소녀시대의 수영은 이런 맥락을 정확히 짚었다.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악당’을 뜻하기보다 평범한 선택을 하지 않는 ‘괴짜’의 의미가 강하다”며 자신이 작사에 참여한 정규 7집 ‘포에버원’의 수록곡 ‘빌런’을 소개했다.

그는 “연예계도 많이 변했다. 빌런이 주인공인 영화도 많고, 모두가 원하는 대답을 하는 사람보다 주관이 뚜렷하고 개성있는 캐릭터가 사랑받는 시대가 온 것”이라며, 청순하거나 발랄한 소녀시대가 아닌 ‘다크 소시’의 매력을 어필했다.

그룹 퍼플키스 사진 제공 RBW



퍼플키스 역시 ‘마녀’를 자처하는 세계관으로 전형적이지 않은 걸그룹의 매력을 뽐냈다. 지난달 25일 발표한 미니 4집 ‘기키랜드’로 확장된 ‘퍼키마녀’ 세계관을 통해 세상 모든 괴짜를 대변하고 나섰다.

타이틀곡 ‘널디’는 ‘난 고집스런 괴짜 / 찌질해도 눈치 안 봐 / 똑같은 프리티 노(pretty no)’ 등의 가사를 통해 당당한 ‘너드(nerd)’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너드’는 과거 매니악한 취향에 빠진 ‘비주류’에 속하는 사람을 표현하는 단어였지만, 현재는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 등을 통해 주류를 이끄는 괴짜라는 의미 또한 갖게 됐다.

퍼플키스는 앞서 인터뷰를 통해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된 존재들을 대변한다”며 “퍼포먼스를 준비하면서도 예쁜 미소보다 이상하면서도 소름 끼치는 포인트를 살리려고 했다”고 밝혔다.

가수 지코 사진 제공 KOZ엔터테인먼트



지난달 27일 미니 4집 ‘그로운 애스 키드’를 발매한 지코는 아예 ‘괴짜’를 타이틀로 내세웠다. ‘괴짜’는 지구 종말 하루 전이라는 콘셉트부터 독특하다. 지구 종말로 인한 혼돈 속에서 모두가 평등해지는 순간을 ‘쑥대밭이 된 길거릴 장악’하고 ‘결박하던 이성의 끈을 잘라내’는 괴짜들의 파티로 그려내는 모습은 참으로 지코스럽다.

2011년 그룹 블락비로 데뷔한 그는 아이돌이자 래퍼, 또 프로듀서로 역량을 펼치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거침없이 표출해왔다. 과거 그가 쓴 가사대로 ‘탈아이돌’로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단아’의 길을 걸었지만, 결국 성공 가도를 달리며 스스로 괴짜의 승리를 증명해냈다.

군 복무를 마치고 2년여 만에 돌아온 그는 그런 지코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괴짜’를 통해 알렸다. 형광 초록색 머리로 간담회장에 등장한 지코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회적, 문화적으로 급속히 변한 가운데, 나의 에너지와 정체성이 변하지 않았음을 표현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날것의 지코’를 예고하며, 정형화되지 않은 ‘괴짜’다운 행보를 기대하게 했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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