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사기 척결' 꺼내든 윤희근, '여론 전환·조직 장악력 강화' 성공할까

이승환 기자 2022. 8.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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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달라졌네' 인식 전환 시급..식물청장 우려도 잠재워야
윤희근 신임 경찰청장과 간부들이 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 화상회의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8.11/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윤희근 경찰청장(54·경찰대 7기)이 전세사기 등 7대 사기를 악성사기로 규정하고 종합대책을 마련한 것은 악성사기가 대표적인 민생 침해 범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검거된 전세사기만 187건, 243명으로 그 정도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윤 청장이 악성사기 종합대책을 마련한 것은 '경찰국 논란'으로 악화한 여론을 전환하고 경찰 치안 총수의 장악력을 강화하는 '두마리 토끼 잡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 지난해 전세사기 검거 인원 187건·243명

10일 임명된 윤 청장은 취임식을 생략한 채 일선 현장으로 달려가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윤 청장은 먼저 집중 호우로 주변이 물에 잠겼던 대치지구대를 방문해 피해 정도 등을 확인한 뒤 뒤 강남경찰서 수사과로 이동해 현장 직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강남경찰서 수사과는 지난해 사건처리 건수가 1만2519건으로 전국 경찰서 중 가장 많다. 윤 청장은 이 자리에서 "흉기로 생명을 앗아가는 것만 살인이 아니며 한 가족의 삶을 파멸시키는 악성사기 범죄도 '경제적 살인'"이라고 강조했다.

간담회 개최는 윤 청장이 국민체감 1호 약속으로 제시한 '악성사기 척결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악성사기는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가상자산 유사수신사기 △사이버사기 △보험사기 △투자·영업·거래 등 기타 조직적 사기 △5억원 이상 다액 피해사기 등 7대 사기범죄를 의미한다.

먼저 전세사기는 서민의 주거권을 침해하고 전 재산을 잃게 하는 악성범죄다. 검거 건수와 인원이 2019년 107건·95명에서 2021년 187건·243명으로 증가했다. 최근엔 금리인상·부동산가격 하락 가능성으로 조직적 사기의 우려가 높다.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는 전년 대비 범죄피해가 감소하긴 했지만 올해 상반기 피해 금액이 3068억원(하루 평균 25억원)에 이를 정도로 여전히 심각하다.

보험사기는 다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하는 경제범죄다. 2019년 12월 기준 보험사기에 따른 연간 누수액이 공영보험 1조2000억원, 민영보험 6조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경찰청 경제범죄수사과는 윤 청장 취임을 앞두고 전세사기나 보이스피싱 등 기존 용어로는 해당 범죄의 심각함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고심 끝에 '악성사기'라는 용어로 7대 범죄를 정의하고 '척결'이란 단어로 범죄의 심각성과 경찰의 대응 의지를 드러내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 '구체적 슬로건'…국민 공감 치안활동

전임 김창룡 경찰청장이 2020년 7월 취임 당시 '예방적 범죄 활동'이라는 거시적 슬로건을 내세운 것과 달리 윤 청장은 '악성사기 척결'이라는 구체적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찰 안팎에서는 악성사기가 민생 침해 범죄인 만큼 일반 시민이 공감할 만한 치안 활동을 하겠다는 뜻으로 보고 있다.

행안부 산하 경찰국이 2일 출범하고 행안부 장관의 소속청장 규칙이 제정돼 장관의 영향력이 커지는 반면 경찰청장의 입지는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잖은 상황이다.

경찰국은 앞으로 총경 이상 경찰 고위직 인사 제청권이 있는 행안부 장관을 보좌하며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청장이 경찰 주요 정책사항을 행안부 장관에게서 승인받는 것을 골자로 한 지휘규칙 제정 역시 행안부 장관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경찰 일각에서 '식물청장' 우려가 나오는 만큼 윤 청장이 경찰 구성원은 물론 일반 시민에게 강렬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악성사기 척결'을 1호 약속으로 제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경찰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을 해소해 청장의 입지를 다지고 내부 장악력을 높이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경찰은 윤 청장 임명 이틀째인 11일 총경급 293명의 전보 및 승진 후보자 인사를 단행하며 지휘부 진용을 꾸린 상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악성사기 피해자가 주로 서민층이나 중산층이라 범죄 소탕 성과를 낼 경우 '경찰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 '경찰이 달라지고 있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줄 수 있다"며 "'악성사기 척결' 슬로건은 그런 부분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대표적 민생경제 침해범죄인 악성사기 범죄를 뿌리뽑겠다는 각오로 '전세사기 등 악성사기 척결 종합대책' 추진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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