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줍줍=로또' 공식 깨졌다.."일단 넣고 보자" 경쟁률만 높은 무순위 청약

조성신 2022. 8. 15.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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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공급물량 무순위 청약만 10번
미아동 브랜드 단지도 네번째 줍줍 도전
주택공급사, 비용·시간 증가에 난처
'묻지마 무순위 청약 자제' 호소문 내건 사업장도
지난 5월 29일 오후 서울 강북구의 한 재개발 단지 앞에 청약 1순위 마감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 사업장은 일반분양에서 328가구를 모집해 11순위에서 청약에서 마감됐지만, 청약 당첨자의 42%가 대거 계약을 포기하면서 무순위 청약에 나섰다. [사진 = 연합뉴스]
수도권 청약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으면서 '브랜드 단지'로 인식되고 있는 대형 건설사 아파트도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지방발 미분양 공포가 수도권으로 확산하면서 '청약 불패'로 통하던 서울에서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늘고 있다.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며 수백대 일의 경쟁률로 조기 마감했던 '무순위청약'의 인기 역시 급격히 식었다. 부동산 시장 열기가 가라앉으며 10번 이상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는 단지가 나오고 서울에도 미분양 물량 할인 분양에 '무순위 청약 4수'까지 등장했다. 부동산 업계는 한동안 할인 분양과 무순위 청약 물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2021년 9월~2022년 8월) 동안 전국에서 총 366번(예정·중복 포함)의 무순위청약이 진행됐다. 전년 동기(2020년 9월~2021년 8월) 98건 대비 4배 가량 늘어난 물량이다. 같은 기간 서울 무순위청약은 7건에서 50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서울에서는 10번 이상 무순위청약을 진행한 단지도 나왔다. 관악구 신림동 신림스카이아파트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10번에 걸쳐 무순위청약 공고를 냈다. 매번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실제 계약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해당 단지는 오는 16일 11번째 청약을 진행한다. 동대문구 장안동 브이티스타일은 9번 만에 청약을 마감했고,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최근 5번째 무순위청약을 진행했다. 한화건설도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화 포레나 미아 무순위 청약을 준비 중이다. 지난 4월 본 청약을 받은 후 네 번째 무순위 청약이다.

2020년 9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서울에서 진행된 7번의 무순위청약 단지 중 1회차에 마감하지 못한 곳은 단 한곳도 없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 경쟁률로 최소 100대 1을 넘었다. 지난해 8월 5개 세대에 대한 무순위청약을 진행한 '디에이치 자이 개포'에는 24만8983명이 몰리며 5만대 1에 육박하는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무순위청약 자제 좀" 주택공급사들 하소연

무순위청약이 수 차례 반복되면서 사업 시행사와 건설사도 비상이 걸렸다. 청약을 반복적으로 진행하면서 인력과 비용 부담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무순위청약을 진행하는 단지들의 청약을 받지 않으려는 시행사도 나오고 있다. 무순위청약은 청약 통장을 사용하지 않고 거주지와 무주택자 요건만 맞으면 신청할 수 있어 '묻지마 청약'이 많아 실제 계약까지 이어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평균 경쟁률이 1을 넘지 않으면 무순위 청약 대신 선착순 판매를 진행할 수 있다. '일단 당첨되고 생각하자'는 청약자로 인해 허수가 발생하면서 경쟁률은 1은 넘는데 실제 계약까지 이어지지 않는 '무한 반복 청약'이 진행된다는 것이 한 시행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부 사업장에서 '묻지마 청약'을 자제해달라는 안내문을 올리고 있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6번째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경기 의정부 의정부역월드메르디앙스마트시티는 모집 공고문을 올리며 "청약을 그냥 넣는 분들이 많다"면서 "제발 부탁드린다. 반드시 대표번호로 청약요건 확인 후 청약진행 바란다"고 공고했다. 청약홈 주택명 옆에도 '청약접수전 반드시 대표전화 문의바람 재당첨제한 7년'이라는 안내문이 추가됐다.

이번 달 무순위 청약공고를 낸 6개 단지(공공분양주택 제외) 중 청약 자제문을 모집 공고문 첫장에 내건 단지는 총 4곳. 4일 무순위 청약을 공고한 부산 진구 '초읍 월드메르디앙 에듀포레'는 "자금계획과 청약 자격조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청약신청은 자제하길 당부한다"고 호소했다.

현재 전국에서 2번 이상 무순위 청약을 공고하고 진행 중인 현장은 25개다. 이 중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이 14개 단지에 달한다. 수 차례 무순위 청약을 진행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자격 조건을 확인하지 못한 채 청약을 신청한 사람이 많아 실제 무순위 청약 당첨자 중 계약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10~20%에 불과하다"면서 "허수가 많지만 평균 경쟁률이 1대1을 넘어가면 무순위 청약을 필수로 진행해야 하는데, 보통 한번 진행할 때마다 3주의 시간과 추가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건설사들은 법규정상 무순위 청약을 반드시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공고해야 한다. 이때 1차로 800만원의 수수료 비용이 들고 미분양 등으로 인해 2, 3차 공고까지 하게 되면 각각 400만원, 100만원의 추가 비용이 지출된다.

일각에서는 무순위 청약이 어느 정도 진행될 경우 건설사가 선착순 동·호수 추첨을 할 수 있게 주택공급 규칙이 바뀔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번의 무순위 청약으로 2~3주의 시간이 소요되면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업계에서 (n차 무순위 청약) 관련해 민원을 제기해 사안은 알고 있는데 나홀로 아파트인 경우·위치가 안 좋은 경우·분양가가 높은 경우 등에서 무순위 청약이 지속되고 있어 일반화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당장 개선 방안을 마련하지는 않았지만 관련해 여러 사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증가세다.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5월 573가구에서 6월 837가구로 264가구(46.1%) 증가했다. 경기(496가구)와 서울(215가구), 인천(126가구) 순으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많았다.

이들 준공 후 미분양 단지는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향후 전망은 그리 좋지 않다. 실제 전문가 상당수는 주택시장 규제 완화 정책이 잇달아 발표됐음에도 전반적인 경기침체 우려와 기준금리 인상 등의 요인 등이 아파트 분양시장을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오는 16일 250만가구 이상 공급을 골자로 한 주택 공급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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