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국가기밀 유출해도 간첩죄 적용 못해.. 해외선 엄벌 [심층기획]
中에 군사기밀 27건 넘긴 기무사 소령
군사기밀보호법·군기누설죄로 처벌
美, 우방국에도 기밀 누설 땐 최대 사형
이스라엘과 거래한 해군 출신 종신형
여야, 현행 간첩죄 실효성 없는 데 공감
69년전 형법 그대로.. 시대 변화 못담아
그동안 발의 법안 무관심 속 번번이 폐기
국회 입법처 "관련 법과 관계 고려해야"
형법상 간첩죄 처벌 대상을 ‘적국’은 물론 ‘외국’을 위한 간첩행위로 넓혀야 한다는 논의는 학계와 국회 등에서 꾸준히 이어져 왔다. 북한과의 휴전 상황, 냉전 당시 중국과 소련 등 공산권 국가를 염두에 둔 관련 조항이 1953년 형법 제정 이래 70년 가까이 이어져 오면서 다변화한 국제정세를 담아내지 못해서다. 그동안 간첩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법안은 수차례 발의만 됐을 뿐,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국회에서 번번이 자동 폐기됐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행 형법상 간첩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데는 이미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정치 현안들이나 여야 정쟁으로 인한 관심 저조로 입법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못한 채 매번 법 개정안이 자동 폐기됐다. 2017년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이은재 의원은 외국 또는 외국인 단체를 위해 간첩행위를 하거나, 군사상 기밀을 외국 또는 외국인 단체에 누설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도 2016년 같은 취지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홍 의원은 “미국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 국가는 자국에 해가 되거나 타국을 이롭게 하는 행위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해 중형에 처하고 있다”며 “적국이 아닌 동맹국이나 우방국에 기밀을 유출한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비슷한 시기 새누리당(현 〃) 이철우 의원(현 경북도지사), 2014년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 2011년 민주당 송민순 의원, 2004년 민주당 최재천 의원이 각각 같은 취지 법안을 발의했다. 전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최 전 의원은 세계일보에 “국가보안법 폐지 시 간첩죄의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간첩죄의 구성요건을 확장하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 의원의 법안은 국보법 폐지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 소속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발의를 앞두고 있는 형법 개정안은 오는 16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와 내달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거와 마찬가지로 다른 산적한 현안들에 밀려 여야의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이 일명 ‘간첩 방지법’의 입법을 당론으로 채택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간첩 붙잡아도 간첩죄 적용 못 했다
법망 미비 탓에 간첩을 적발해도 적국을 위한 행위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간첩죄를 적용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1993년 6월엔 일본 후지TV 서울지국장 시노하라 마사토가 우리 군 장교로부터 2급 군사기밀 자료들을 넘겨받아 주한 일본대사관 무관에게 전달하는 일이 벌어졌다. 시노하라는 망원렌즈가 부착된 카메라로 우리 군과 미군 시설, 훈련 상황 등을 촬영한 뒤 슬라이드 170여장을 만들어 본국 대사관에 제공하는 정보활동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때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만 적용됐다. 시노하라는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추방당했다.
◆해외선 외국 위한 간첩행위도 ‘엄벌’
우리와 달리 미국은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기밀 유출 행위를 매우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미 중앙정보국(CIA) 전직 요원인 홍콩계 미국인 알렉산더 육칭 마는 2020년 8월 CIA 직원 명단과 기밀을 10년 이상 중국 측에 넘긴 것으로 드러나 간첩 혐의로 기소됐다.
독일은 형법 94조상 외환죄로 간첩행위를 처벌한다. 독일에 불이익을 가져오거나 다른 국가에 이익을 제공하고자 국가기밀을 유출한 경우 1년 이상 자유형에 처한다. 국방기밀을 유지할 특별한 의무를 지는 자가 간첩행위를 했을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 자유형으로 가중 처벌한다. 중국은 형법 110조 간첩죄 및 111조 ‘타국을 위한 국가기밀 및 정보절취 정탐 매수 불법 제공죄’를 두고 있다. 간첩 행위자를 10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적국은 물론 외국을 위한 간첩행위를 예외 없이 처벌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다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형법상 간첩죄 개정 시 군형법, 군사기밀보호법,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손톱 옆 일어난 살갗, 뜯어내면 안 되는 이유 [건강+]
- 20살 한국 여성이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에 올랐다
- 박명수 “주는대로 받아! 빨리 꺼져”…치킨집 알바생 대학 가라고 밀어준 사연 감동
- 광주 실종 여중생 경기 이천서 발견됐다…빌라 제공 男 조사
- “가해자 누나는 현직 여배우”…‘부산 20대女 추락사’ 유족 엄벌 호소
- “엄마 나 살고 싶어”…‘말없는 112신고’ 360여회, 알고보니
- 아이 보는데 내연남과 성관계한 母 ‘징역 8년’…같은 혐의 계부 ‘무죄’ 왜?
- 여친 성폭행 막던 남친 ‘11살 지능’ 영구장애…가해男 “징역 50년 과해”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