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의 기후 1.5] 짧고 굵어진 폭우..시간당 강수량, 15분 강수로 쪼개보니
그래픽으로 보는 '기후변화의 또 다른 암초' 강수 (상)
해마다 깨지는 '역대급' 기록
15분 강수량, '진짜 비 쏟아졌던 시간'의 증거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불렀던 집중호우와의 차이점은?
관용적 표현처럼 익숙해져버린 '100년만의 ○○'
또 다시 '역대 기록'이 바뀌었습니다. 지난 8일, 서울 동작구에선 밤 9시 5분경 시간당 141.5mm의 강수가 기록됐습니다. 비슷한 시각, 동작구와 인접한 서초구(시간당 110.5mm), 강남구(시간당 116mm)에도 상상을 뛰어넘는 폭우가 쏟아졌죠. 당초 최대 시간당 강수량 기록이었던 1942년 8월 5일 시간당 118.6mm를 넘어선 것입니다. 관측 사상 가장 많은 강수량이었던 만큼 '115년만의 최악 폭우'라고도 불렸습니다. 이 비는 단순히 옷이 젖거나 차량 일부에 물이 차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인구 973만 6천여명, 하루 평균 생활인구 1032만 6천여명의 메가시티 서울에서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최고의 인프라, 최고의 건물가격에도, 그 인프라와 각종 건물은 집중호우에 '보호'라는 기본적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 한 겁니다.
갑작스런 강수를 살펴보기 위한 지표로 '시간당 강수량'을 꼽습니다. “기상청은 모레까지 ◇◇지방을 중심으로 ○○mm의 비가 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라며, 평소엔 하루 또는 이틀간의 강수량으로 비의 양을 이야기하다가도 집중호우 시즌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mm/h라는 단위가 쓰이는 것이죠. 우리가 일컫는 '호우'는 하루 80mm의 비를 기준으로 시작합니다. 하루 강수량이 80mm 이상인 날은 '호우일수'라고 하죠. 또한, 호우주의보는 3시간 강우량이 60mm 또는 12시간 강우량이 110mm 이상으로 예상될 때 발령됩니다. 우리가 보통 '강한 비'라는 표현을 쓸 때, 시간당 20mm 이상의 비를 기준으로 삼는 이유입니다. 호우경보는 3시간 강우량이 90mm 또는 12시간 강우량이 180mm 이상일 것으로 전망될 때 내려집니다.

15분 강수량 기준, 4분간 꾸준히 35.4mm의 비가 온다면 '역대급 강수량' 시간당 141.5mm가 됩니다. 그렇게 따져보니 저녁 8시 40분부터 9시 7분까지 27분간 15분 강수량 35.4mm 넘는 비가 쏟아진 셈입니다. 오후 8시 47분, 계속해서 늘어나던 시간당 강수량은 119mm를 기록하며 종전 기록을 넘어서기 시작했고, 15분 강수량이 40mm 이상인 시간만도 무려 8분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앞선 오후 8시 14~17분 사이, 15분 강수량은 35mm를 넘나들었습니다. 위급한 순간은 바로 이 때, 이미 시작됐던 것입니다.
'고작 27분' 혹은 '고작 8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 찰나의 순간, 상상을 초월할 만큼 쏟아진 비는 배수로와 맨홀 등 온갖 구멍에서 물이 역류되어 나오도록 만들었습니다. 그 찰나의 순간, 누군가는 자동차를 버려야 했고, 누군가는 목숨을 잃게 됐습니다.

최근 20년간의 여름철 강수량과 비교해 보더라도, 2022년 8월 8일 단 하루의 위력은 눈에 띄었습니다. 이 기간 여름철 평균 강수량은 859.7mm입니다. 그런데, 동작구에 단 하루 동안 내린 비의 양은 무려 381.5mm에 달했죠. 그간 여름 내내 내린 강수량의 44.4%가 하루새 쏟아진 겁니다. 최근 20년간 서울의 여름철 강수량이 1000mm를 넘어선 것은 6번에 그칩니다. 그런데, 올해 역시 이미 이를 넘어섰습니다. 6월 1일부터 8월 12일 사이 강수량은 1074.5mm에 달하며, 동작구의 경우 이 기간 강수량은 1367mm에 이릅니다.


그런데 60분 강수량과 15분 강수량으로 스코프를 좁혀보면 이번 집중호우의 위력은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그렇게도 많은 비가 쏟아졌던 2011년, 서울에서 기록된 최대 60분 강수량은 113mm에 '불과'했습니다. 올해 동작에서 기록된 것과는 28.5mm나 차이났죠.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 서초구에서도 당시 시간당 강수량의 최고 기록은 86mm였습니다. 15분 강수량으로 더 좁혀보면, 2011년 7월 27일의 Top 3는 모두 지난 8일의 Top 3보다 적었습니다. 11년의 시간 사이, 강수는 더 좁고, 더 강해진 겁니다.

반면, 2차 장마 당시엔 지역별 편차가 컸습니다. 서울 동작구와 서초구, 강남구 등 한강 이남 지역, 그리고 이와 인접한 경기 과천시, 광주시, 양평군 등에 하루 300mm 넘는 비가 쏟아졌습니다. 동서 방향으로는 길고, 남북 방향으로는 좁은 비구름대를 따라 좁은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린 겁니다. 실제 8일 저녁 9시 즈음 한강 이남이 폭우속 물난리를 겪었던 당시, 강수대 북쪽에 위치한 중랑구와 성북구, 은평구 등에선 같은 서울이라 할지라도 빗방울이 아예 떨어지지 않는 때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마찬가지로 강수대 남쪽에 위치한 충청권에서도 빗방울이 일부 떨어지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그렇다고 올해 집중호우 걱정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역대급 기록'이 갈아치워질 수 있는 위협요소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위협은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져왔고, 앞으로도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예견된 바 있습니다. 해마다, 혹은 계절마다 빠지지 않고 각종 기상 요소들은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년만의 폭염', '○○○년만의 폭우', '○○년만의 가장 이른 열대야' 등등… '역대급'이라는 표현은 일상이 되어버렸죠.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대응 역량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각종 인프라의 '한계치'는 언제나 과거에 기반해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100년만의 폭염', '100년만의 폭우', '100년만의 혹한' 등 각종 극한 기상현상이 자꾸만 빈번하게 발생하고, 기록을 해마다, 계절마다 넘어선다면 우리의 대응은 언제나 '사후약방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상황이 나빠질지, 그로인한 피해는 얼마나 될지에 대해선 다음주 연재를 통해 보다 상세히 풀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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