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에만 7.5조 번 정유4사, 하반기엔 실적 한파 예고

이윤정 기자 입력 2022. 8. 1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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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정제마진 급등에 역대급 실적 경신
최근 수익성 급감.. 수요 줄고 공급 늘어
"2008·2014 유가 급락 사태 가능성은 낮아"

국내 정유4사가 2분기에만 7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유례없는 호실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하반기엔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수요가 둔화되면서 상반기 내내 높은 수준을 유지하던 유가와 정제마진이 크게 꺾일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지난 2분기 연결기준 총 7조553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1년 전 같은 기간(1조7719억원)과 비교하면 4배가 넘는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이 2조329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GS칼텍스도 2조1321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2조원대 분기 영업이익을 냈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도 각각 1조7220억원, 1조3703억원으로 집계됐다.

7일 서울의 한 주유소 모습./연합뉴스

정유업계의 2분기 호실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석유제품의 수급 차질이 발생하면서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이로 인해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윳값을 차감한 정제마진이 크게 뛰었고, 6월 넷째 주엔 배럴당 29.5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통상 4~5달러 선을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정유사의 재고 가치가 상승한 것도 실적에 도움이 됐다.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분위기가 급반전하고 있다. 배럴당 30달러에 육박했던 정제마진은 지난달 셋째주 3.9달러, 넷째주 4.3달러, 이달 첫째 주 6.6달러 등으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배럴당 6.6달러면 손익분기점(4~5달러) 대비 높아 흑자가 아니냐고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아시아향 OSP(원유 가격에 붙는 할증 가격)를 10달러로 책정한 점을 고려하면 정제마진이 최소 11달러는 돼야 해 지금은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산 원유는 국내 도입분의 60%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OSP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정제마진이 급락하는 것은 수급 차질이 완화된 데 따른 것이다. 먼저 수요가 줄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 11일(현지시각) 발표한 월간 시장동향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 세계 1일 원유 수요 전망치를 이전보다 0.26%(26만배럴) 내린 1억30만배럴로 조정했다. 내년 원유 수요 전망치도 1억272만배럴로 0.25%(26만배럴) 줄였다. 반면 공급은 늘어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수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정제설비를 풀가동하며 공급량을 늘리고 있고, OPEC과 비(非)OPEC 산유국들이 많은 양은 아니어도 조금씩 증산에 나서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상반기 고유가 덕분에 기록했던 재고평가이익이 하반기엔 손실로 전환될 수 있다”며 “정제마진 악화에 재고 손실, 수요 위축까지 겹치면 상반기와 완전히 반대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반기에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하반기 고스란히 반납해야 했던 지난 2008년, 2014년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의 경우 국제유가는 그해 7월까지만 해도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135달러 수준을 보였지만, 연말엔 43달러대로 폭락했다. 2014년 역시 6월 110달러대에서 연말 63달러대로 반토막이 났다. 이에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등은 2014년에만 총 1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최근 유가 전망치로 올해 105달러, 내년 95달러를 제시했다. 지난 2분기를 고점으로 국제유가가 하락하겠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어 과거처럼 급락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라며 “올해는 공급불안이 완전히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2008년, 2014년과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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