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파워 이코노미스트]③ 기후변화 경제학자 이지웅 교수 "원자력, 온실가스 줄일 분명한 대안"

세종=이민아 기자 2022. 8.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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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의 사회적 비용 연구
"원자력 발전, 유엔 IPCC 에서 무탄소 에너지로 지목
尹 정부, '탈(脫)탈(脫)원전' 공약으로 당선, 이행해야
중요한 것은 탄소 없이 전기 생산할 수 있는 방안 찾는 것
탄소 배출에 대한 비용 확실히 부과해야"

조선비즈가 지난 2015~2016년 국내의 30대, 40대 젊은 경제학자들을 독자들께 소개했던 [3040 파워 이코노미스트] 시리즈가 2022년 다시 돌아왔다.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어떤 연구를 하고 있고 사회 이슈에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들어본다. 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 연구 결과에 더해 이들이 경제·사회 전반에 대해 가지고 있는 다채로운 아이디어와 이야기 등을 담는다. [편집자 주]

원자력이 무탄소 전원인 것은 확실하고, 분명한 대안 중 하나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정부가 ‘탈(脫)탈(脫)원전’을 기치로 내세워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 당선이 됐으니, 그렇게 하는 게 맞다. 에너지 정책에서 원전의 비율에 관해 자꾸 정치적인 싸움이 불거지는 게 안타깝다. 우리에게 급한 것은 최대한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지난 4일 서울 수서평택고속철도(SRT) 인근에서 만난 이지웅(46)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같이 말하며 “원자력은 유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인정한 ‘무(無)탄소’ 에너지”라고 했다.

그는 ‘기후 변화’가 가져올 사회적 비용을 연구하는 국내에 몇 안 되는 젊은 경제학자다. 탄소 배출을 오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줄일 수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로 그는 원자력 발전을 꼽았다.

이지웅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 8월 4일 서울 강남구 위드온 수서센터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장련성 기자

기후 변화 경제학은 이산화탄소(CO2)의 배출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학문이다. 쉽게 말해, 탄소 배출에 따른 사회적 피해, 비용이 얼마나 될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국내에는 아직 기후변화 경제학을 주력으로 연구하는 경제학자가 많지 않다. 전세계에서 수해가 일어나고, 폭염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지목돼 최근 대중적 관심이 커지면서 이 교수의 할 일도 늘어나고 있다.

그는 “10년 전보다 기후 변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다”며 “큰일 났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기후 변화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는 것은 이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피해가 눈 앞에 닥쳤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지난 2012년부터 한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감당해야 할 경제적 비용에 대해 연구해왔다.

그는 기후 변화에 경제학적 연구가 필요한 이유로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것이 우리에게 경제학적으로 유리한 일임을 설득할 수 있는 논거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환경, 생태주의자들은 경제학적 접근법을 좋게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럼에도 경제학적 접근법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에는 “기후 변화의 피해를 화폐적 단위로 환산해 경제 전체에 끼친 영향을 파악해야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및 조치를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연구 보고서를 발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배출권거래제, 탄소가격제, 사회적 할인율 등을 주제로 발표한 논문들이 인정받아 이 교수는 2017년에는 한국기후변화학회 신진연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가 탄소 배출에 대한 시장에서의 ‘가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근거는 편의점 비닐 봉투의 사례다. 편의점에서 비닐 봉투를 그냥 주면 큰 의식 없이 받아오지만, 단돈 50원·100원이라도 내고 사라고 하면 사람들은 비닐 봉투 사용에 저항감을 느낀다. 단순히 ‘비닐을 적게 씁시다’라는 캠페인 대신 가격을 부과해 실질적으로 사용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 원리를 탄소 배출에 적용해 화석 연료에서 나오는 탄소에 가격을 부과하도록 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석유차를 전부 전기차로 대체할 수 있는 전력 생산해야

-새정부 에너지 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번 정부의 에너지정책과 생각보다 큰 차이가 없다. 원전에 대한 내용 외에는 거의 비슷하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이 이전 정부에서 하던 것을 ‘복사, 붙여넣기’를 했나 싶을 정도다. 사실상 ‘표지 갈이(정책의 내용은 똑같은데 정권이 바뀌면 이를 부르는 명칭만 바꾸는 관행을 의미하는 관가 은어)’ 정도로 보인다.

이번 정부가 마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안 할 것처럼 얼핏 생각되는데, 그런 것도 아니다.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구호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조화, 수요 관리 강화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탄소 중립, 에너지 믹스 구성’이다. 이전 정부의 재생 에너지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원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나.

“원자력이 무탄소 전원인 것은 확실하고, 분명한 대안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정부가 ‘탈(脫)탈(脫)원전’을 기치로 내세워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 당선이 됐으니,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번 정부가 국정과제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방폐장)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는데,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싶다. 이건 정치적으로 표를 얻을 수 없는 말이지 않나. 만약 윤 정부가 탈탈원전을 이야기하면서 고준위 방폐장 이야기는 쏙 빼놓았다면 굉장히 비겁하다고 했겠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어쨌든 정치적으로 불리한 내용을 용기있게 꺼낸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원전에 대해 해외 주요국에서는 어떻게 바라보나.

“기후변화 분야의 ‘성서’로 꼽히는 보고서는 IPCC에서 발행하는데, 오는 9~10월 쯤 공개될 것이다. 그 초안을 구해서 확인해봤는데,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IPCC가 제시한 에너지원 중 풍력, 태양광 등과 함께 ‘원자력’이 포함돼 있다. 원자력은 IPCC에서 인정한 ‘무탄소’ 에너지라는 의미다. 극단적 환경주의자들이 지나치게 원전에 대해 비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원전 관련 정치적 논란이 무척 많다.

“너무 사소한 이슈로 죽자고 논쟁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일이다. 원전 비중, 재생에너지 비중, 지난 정부가 잘했는지, 아닌지 등 정말 사소한 문제들이다. 에너지 정책에서 원전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에 대해 정치적인 싸움이 불거지는 게 안타깝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원전 비율이 아니다. 최대한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송 부문에서 온실가스가 7억톤이 생산되고 이 중 자동차에서 1억톤이 배출된다.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전기차의 확산이다. 다른 방법은 없다. 도로를 돌아다니는 휘발유, 디젤차들이 전기차로 전환할 수 있을 만큼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 현재 수준의 에너지 발전으로는 어림도 없다.”

-사실 IPCC가 제시한 무탄소 에너지원 중 태양광은 전 정부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 그 수가 늘어나지 않았나.

“그러나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되는 전력의 양이 아직까지도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원전도 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사실 우리 상황에 맞게 IPCC 보고서처럼 무탄소 발전의 비용을 분석해봐야 한다. 해외 자료를 기반으로 논쟁을 벌이니 결론이 나지 않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복잡해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인지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새정부가 ‘합리적’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에 맞게 과학에 기반한, 사실에 기반한 정책을 펴야한다. 그렇지 못해서 안타깝다.”

-지난 정부들은 기후 변화에 잘 대응했다고 보나.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의 정책적 우선 순위가 높아진 것은 이명박 정부 때다.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녹색 성장’을 기치로 내걸었고 배출권거래제 등 국가적인 기후 변화 대응의 틀이 그때 만들어졌다. 환경 정책보다 항상 산업 정책이 상위에 있었는데, MB 정부는 환경 정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과정이었다. 박근혜 정부도 이를 이어 2015년 파리 협정에 참여하는 등 전세계적 흐름을 따라가려는 노력을 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다만 국제적 흐름을 따라가긴 했으나 실질적인 정책 변화를 구현하지는 못했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에 5억톤으로 줄이자는 게 이명박 정부인 2009년에 세운 목표인데 현재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톤이다. 지켜지지 않았다. 2017년, 2020년에 딱 두 번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었고 그 외 연도에는 매해 늘었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시대적, 국제적 흐름을 잘 따라갔으며, 탄소 중립 기본법을 제정한 것도 의미가 크다. 다만,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탈원전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 문 정부는 지금 논란이 되는 월성 1호기를 예정보다 2년 빨리 뺀 것 외에는 실제로 한 것이 없다. 한 것도 없는데 탈원전을 했다고 문 정부가 비판을 받는 게 억울해 보일 지경이다. 월성 1호기 가동 중지와 관련해 절차를 제대로 따르지 않아 정권이 바뀌니 문제가 불거졌고, 다음 정부에서 전면 백지화되지 않았나.”

-탄소중립기본법이 온실가스 감축에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까.

“온실가스 1톤이 실제로 얼만큼의 비용을 일으키는가를 사회적으로 합의할 수 있게 되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이런 방식이 민간으로 퍼져나가면 그린 파이낸스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이지웅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 8월 4일 서울 강남구 위드온 수서센터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장련성 기자

◇배출권 거래제, 성과는 미흡…탄소 배출에 가격 부과해야

-탄소 배출에 가격을 부과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나.

“배출권 거래제와 탄소세가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배출권 거래제를 하기로 했다. 배출권 거래제는 그 해에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할 수 있는지 정부가 총 한도를 발행하는 방식이고, 기업간에 배출권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런데 이 총량이 다소 느슨했다. 이 때문에 배출권 거래제 도입 후 특별히 탄소 배출이 줄었다든지 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탄소의 사회적 가격을 책정하는 나라가 있나.

“미국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부임 한달 후, 백악관에서 탄소 배출의 사회적 비용을 발표했다. 이를 기준으로 공공 사업의 타당성 평가를 할 때 가이드라인으로 삼도록 했다. 우리나라도 문재인 정부 때 탄소 중립 기본법이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됐다.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 기후 영향 평가를 국가 주요 사업과 대규모 개발사업에 적용하도록 했다. 탄소가 얼마나 안 좋은 건지 돈으로 환산하는 작업이 이뤄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탄소중립기본법은 올해 3월 25일부터 시행됐다. 2050 탄소중립을 향한 경제·사회 구조 전환의 비전과 이행체계를 마련한 법이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6.3% 감축에서 2018년 대비 40% 감축하도록 목표치를 강화했다.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비판은 없나.

“환경 단체는 배출권이 ‘남는 것’을 비판한다. 남는다는 건 배출권을 애초에 너무 많이 발행한 것이고, 온실 가스 감축 의지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배출권을 남겨 이를 시장에서 파는 걸 비판하면 안 된다. 배출권 거래제의 의도는 배출권이 남으면 팔고 부족하면 시장에서 사는 과정에서 탄소의 가격을 발견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배출권 거래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기업들은 탄소 중립을 외친 정부가 배출권 발행량을 줄일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배출권을 시장에 내다 팔기 보다는 ‘저장’을 했다가 미래에 쓰고 싶어 한다.”

-우리나라의 탄소 감축 목표 때문인가.

“그렇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고자 하기 때문에 배출권 발행량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굉장히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배출권 규제가 지나치면 안 된다고 요구하고 있고, 윤 대통령은 온실 가스 감축 의무를 조금 덜어주겠다는 공약을 냈다.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으로 들고 나온 카드가 원전이다.”

-일본 중앙은행의 경우, 기후변화와 관련한 분야에서의 민간 은행 등의 대처를 촉진하기 위해 기후변화 대응 관련 투·융자를 지원하는 새로운 자금공급시스템인 그린 오퍼레이션(Green Operation)을 지난해부터 도입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가 고려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 수단이 있을까.

“우리나라가 일본은행처럼 그린 오퍼레이션을 할 수 있으려면, 그린 파이낸스 즉 민간의 녹색 채권 시장이 먼저 성장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 정도 단계는 아니다. 녹색채권이 발행되려면, 녹색 산업 투자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않다. ‘온실가스 1톤이 경제에 얼마나 나쁜 건지’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와 대중적인 인식이 부족하다.”

◇이지웅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

이지웅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는 1977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광주과학고와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은행 조사역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해군 학사장교로 군복무를 마쳤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장 티롤 교수가 재직 중인 프랑스 툴루즈 경제대학, 파리경영대학원(HEC Paris)으로 유학을 떠나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게임이론, 기후변화·에너지경제학이 이 교수의 주된 연구 분야다.

박사학위 취득 후 5년간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정책연구본부 부연구위원으로 일하다 2017년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로 취임했다. 2017년 한국기후변화학회 신진연구자상을 수상했고 한국기후변화학회 총무이사, 배출권거래제 할당심의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서울대 수학과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조사역 ▲프랑스 툴루즈경제대학 석사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 경제학 박사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정책연구본부 부연구위원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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