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이언맨·엘사 돌아온 美 타임스퀘어.. '노 마스크'에 뮤지컬 줄만 200m

뉴욕(미국)=박성우 기자 2022. 8.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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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퀘어, 연인 인파로 '북적'
작년 뉴욕 관광객 3.2만명.. 2019년 절반
올해 5640만명 예상, 코로나전 70% 회복
미국 타임스퀘어를 찾은 관광객들이 엘사 공주, 스파이더맨, 미니마우스, 아이언맨 복장을 한 모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욕(미국)=박성우 기자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은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체감상으로 코로나19 이전의 70% 이상은 회복한 것 같아요. 중국과 한국 등에서 단체 관광객만 더 오면 될 것 같아요.”

미국 뉴욕에서 13년째 여행 가이드를 하는 제임스 김(53)씨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관광업 위축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브로드웨이 타임스퀘어 광장 앞은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으로 가득 찼다. 인파가 몰리면서 일부 구간에서는 제대로 걷기도 힘들었다. 매 공연 시간마다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극장 앞은 옆 호텔 건물까지 200m가 넘는 긴 줄이 이어졌다.

광장 한편에서 펼쳐진 힙합 비보이(댄서)의 공연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여러 겹의 큰 원이 만들어졌다. 김씨는 “코로나 시기에 정말 개미 한 마리 안 보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람이 전혀 없었던 거리였다”며 “나도 지난 1년간 뉴저지 밖으로 나오지 않았는데 지금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걸 보면 코로나가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인파가 몰린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의 모습. /뉴욕(미국)=박성우

◇ 인파로 넘쳐나는 美 타임스퀘어… 노마스크가 대세

타임스퀘어 거리를 5일 정도 지켜본 결과 낮뿐만 아니라, 밤과 새벽 시간에도 사람이 많았다. 영어를 비롯해 불어, 독일어, 인도어 등 여러 국가의 언어들이 들렸다. 체감상 타임스퀘어 관광객 중 동양인의 비율은 그리 높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나 코로나 우려에 따른 여행 제한 우려가 남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타임스퀘어에 코로나가 사라졌다는 생각이 든 것은 길거리에서 사라졌던 코스튬 모델들이 다시 등장했다는 것이다.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 엘사 공주, 미키마우스 분장을 한 모델들은 연신 관광객의 손을 잡고 기념 촬영을 유도했다. 모델 한 명이 손님을 받아 기념촬영을 하면 주변에 있던 모델들이 우르르 몰려와 졸지에 단체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았다. 모델들은 촬영을 한 뒤, 여지없이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비비며, 자연스럽게 팁을 요구했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극장 앞에 공연을 보기 위해 줄을 관광객들의 모습. /뉴욕(미국)=박성우 기자

브로드웨이 골목 쪽으로 3분쯤 더 걸었을까. 타임스퀘어의 명물 ‘네이키드카우보이’가 나타났다. 그는 속옷 차림으로 카우보이 부츠와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한다. 네이키드카우보이는 1998년부터 타임스퀘어에 나왔는데, 코로나19가 절정이던 2020년과 지난해에도 거리에 나왔다고 한다. 독일에서 왔다는 한 관광객은 “SNS에서만 봤던 사람을 실물로 보니까 신기하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던 브로드웨이 공연가도 모처럼 활기를 띄었다. 41개 브로드웨이 극장은 지난달 1일 관객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중단했다. 코로나가 사라졌다는 신호탄인지, 공연 시간을 앞두면 공연장마다 100m가 넘는 긴 줄이 늘어섰다. 브로드웨이 공연 티켓을 판매하는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호객꾼도 다시 등장했다.

신기한 점은 되살아난 타임스퀘어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 수가 다시 10만명대로 증가하는 등 재확산 분위기가 역력하지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노(No) 마스크’가 대세를 이룬 것이다. 실외뿐만 아니라 레스토랑 등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붐볐던 코로나 검사소도 아예 문을 닫거나 1~2명의 사람만 있을 뿐, 한산한 모습이었다.

네이키드카우보이(왼쪽에서 두번째)가 관광객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욕(미국)=박성우 기자

◇ 관광객 3분의 1 ‘뚝’… 뉴욕시의 고민

문제는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재확산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월드인아워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미국의 7일간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1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확진자 수는 올해 1월 80만7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급감해, 지난 3~4월에는 2만9000명대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전염성이 강력한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5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으면서 코로나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특히 뉴욕은 전 세계에서 사람이 많이 모이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서 코로나19 등의 전염병에 취약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1일(현지시각) 코로나19 관련 방역 지침을 대폭 완화, 사회적 거리두기를 폐지했다. 확진이 우려되는 밀접접촉자도 격리하지 않아도 된다. 또 미국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모든 주(州) 정부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폐지했다. 뉴욕시의 경우도 지난 3월 초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해제했다.

미국 코로나 주간 확진자수 변화 추이 /아워월드인데이터

뉴욕시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관광 수입의 영향도 있다. 타임스퀘어는 뉴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 관광지다. 그러나 2019년 한 해 6660만명에 달했던 관광객 수는 코로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의 직격탄으로 2020년 2230만명으로 전년 대비 3분의 1로 대폭 줄었다. 한해 460억달러(약 60조원)가 넘었던 뉴욕시 관광수입도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하면서 3분의 1토막이 났다.

이후 지난해에는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뉴욕시는 코로나19 극복에 시동을 걸었고 뉴욕 방문객 수는 약 3290만명으로 2019년의 절반 수준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2019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절반 수준에 그친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하면서 관광 수입이 줄어들자 뉴욕시는 지난해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무료로 백신을 접종해주는 등 유인책을 펼쳤다. 뉴욕시 산하 관광진흥기구인 NYC 앤드 컴퍼니는 올해 뉴욕을 찾는 관광객 수가 564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70%나 늘어난 수치다. 다만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6660만명) 보다는 회복이 더디다.

익명을 요구한 뉴욕시 한 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코로나는 호흡기 비말(침방울)을 통해 전염이 되기 때문에 마스크가 코로나 확산을 막는 1차적 방어선이 될 수 있고, 세계보건기구도 마스크 착용이 효과적이라고 당부하고 있다”며 “마스크 착용에 대해서는 국가마다 정책적인 차이가 있지만 최근 마스크 착용을 다시 권고하는 지역이 늘고 있고, 이는 그만큼 미국의 코로나 재확진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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