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처 공공기관 통제력 높인다..자체 경영평가로 무능 기관장 퇴출 가능해져

윤희훈 기자 2022. 8.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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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공운위서 '공공기관 관리체계 개편안' 발표
기재부, 30여개 준정부기관 주무부처 관리로 전환
경영평가 지표서 사회적 가치 배점 10점 하향< br> 과다 부채 공공기관 성과금 수령 가능성 차단

기획재정부가 직접 관리·감독하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이 현행 130개에서 100개로 30개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기재부가 경영평가 등 관리·감독을 하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중 일부를 주무부처가 직접 관리하는 기타공공기관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해당 공공기관의 사정을 잘 아는 주무부처의 통제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렇게 되면 주무부처 별로 시행하는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기관의 기관장에 대해선 각 부처 장관이 해임을 건의할 수 있게 된다. 부처 장관들에게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재부는 문재인 정부가 확대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평가 배점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재무 성과 등 정량적 평가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렇게 되면 적자가 늘어나 과다 부채 상태인 공공기관이 정부가 요구하는 과제 이행을 잘했다는 이유로 성과금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차단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2년 제9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중소형 준정부기관 중 상당수 기타공공기관 전환

15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이번 주 중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어 기재부가 감독하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130개 중 20~30%를 기타공공기관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관리체계 개편안’을 발표한다. 직원 수가 많고 자산 규모가 큰 공공기관 중심으로 기재부의 관리를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현재 직원 정원 50명, 총수입액 30억원, 자산규모 10억원 이상인 공공기관을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으로 분류하고 있다. 총수입 중 자체수입액 비중이 50% 이상인 기관은 공기업, 50% 미만인 기관은 준정부기관이다. 이 외의 기관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 올해 지정된 350개 공공기관 중 공기업은 36개, 준정부기관은 94개, 기타공공기관은 220개에 이른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대해선 매년 기재부가 경영평가를 실시하고, 평가에 따른 성과급이 지급된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규정돼 있는 직원 정원과 총수입액, 자산규모 기준을 상향해, 기재부가 감독을 맡고 있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130개 중 30여개를 기타공공기관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주무 부처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타공공기관을 늘려 개별 기관과 주무 부처의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게 기재부의 판단이다. 각 부처에 공공기관 관리의 자율성을 높이면서 책임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재부로선 관리 대상 기관이 줄어든 만큼 피감기관을 더 밀착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처에서 관리·감독을 하게 되면 부처의 권한과 책임이 강화될 것”이라며 “기재부가 공공기관을 하나하나 평가하기보다는 부처에 관리 감독을 맡기고, 주무 부처가 검토해 제출한 기관별 혁신계획의 적정성을 각 부처의 업무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 등급인 'E'를 받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서울본부 전경. /연합뉴스

관가에선 이번 공공기관 관리 체계 개편을 통해 각 부처별로 시행하는 산하기관 경영 평가의 구속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각 부처 자체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기관장 해임 건의를 할 수 있는 권한이 부처 장관에게 부여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기재부가 주도하면서,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부처 장관의 인사권 행사가 제한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각 부처에서 공공기관장 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자체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의결을 통해서만 해임 등의 조치가 가능한 구조였다.

각 부처에서 공식적으로 기관장에 대한 해임을 건의할 수 있는 방식은 경영평가가 유일하다. 다만 경영평가는 정해진 평가 지표와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경평 위원회 등 객관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특정 기관을 찍어 낙제점수를 주기 어려운 구조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소 기관의 경영평가 부담을 줄여주고, 주무부처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관리체계 개편”이라고 말했다.

◇ 경영평가 지표도 대폭 수정…사회적 가치 10점 하향

기재부는 이번주 열리는 공운위에서 경영평가 지표 수정안도 내놓는다. 그간 정부는 11월쯤 경영평가편람 수정본 발표를 통해 경영평가지표의 변경된 내용을 공개해 왔다. 하지만 내년도 평가부터 재무관리의 배점을 대폭 상향할 계획인 만큼, 공공기관이 내년도 경영 계획을 수립할 때 반영할 수 있도록 예년보다 빨리 지표 수정안을 공개하기로 했다.

2022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각 항목별 배점.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며 사회적 가치 구현에만 25점의 점수를 부여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평가지표가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요인이 됐다고 보고 지표를 수정 중이다. /기재부 제공

현재 기재부 내에선 현행 25점으로 전체 평가에서 4분의 1에 해당하는 ‘사회적 가치 구현’ 점수를 10점 가량 줄이고, 재무관리와 주요사업에 대한 배점을 늘리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균등 기회, 사회 통합 등 사회적 가치 구현 항목의 배점을 25점으로, 박근혜 정부 때의 11점 보다 두 배 이상을 배점을 높였다. 공공을 통한 고용 확대에 제동을 거는 재무건전성이나 효율성 지표를 최소화하고, 사회적 가치 배점을 늘렸다.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평가 지표가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유발해 재무건전성을 약화시킨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보고, 평가지표의 정상화 차원에서 배점을 조정 중이다. 평가지표 논의 과정에서 내부적으로는 사회적 가치의 배점을 한 자릿수로 줄이는 안도 검토했지만, 최근 민간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중시한다는 점을 고려해 안전·환경과 윤리 경영이 포함된 사회적 가치 영역의 배점을 15점 이상 낮추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평가 배정 조정만으로 만성 적자로 과다 부채 상태인 공공기관들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성과금을 받을 수 있는 C등급 이상의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줄어든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재무적 성과에 대한 비중 반영이 늘어나기 떼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혁신 TF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사회적 가치 배점이 과도하다’ 지적하고 있다”면서 “각 평가지표별 가중치 기준이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사회적 가치를 대폭 내리고 재무관리는 상향하는 방향은 맞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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