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스태그플레이션의 아린 기억

2022. 8. 15.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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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한국은행 같은 역할을 하는 금융기관을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라고 한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요즘 세계 경제 대통령이다.

네번째 금리 인상을 하며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미국의 고용유지세는 견조하다는 취지의 말을 덧붙였는데 이것은 미국이 아직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미국이나 우리나라 모두 아직은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위협에 노출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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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세계 석유파동 경험
물가상승 선제 차단 필요 체득
최근 심각한 인플레이션 우려
미국 이어 한국 기준금리 인상
물가억제책, 실업률 제고 위험
경기둔화 진입 여부 판단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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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한국은행 같은 역할을 하는 금융기관을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라고 한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요즘 세계 경제 대통령이다. 최근 세계 경제 기사는 온통 연준의 기준금리 조정으로 채워지고 있고 모두가 연준의 추가적인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변동은 세계적으로 이자 부담은 물론 투자자산 가치와 환율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향을 미친다.

연준은 지난달 27일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올들어 벌써 네번째 인상이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한국도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

사실상 제로금리를 유지하던 미국이 잇달아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심각한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유동성이 풀리고 중국 견제가 겹쳐 공급망이 흐트러지며 세계 곳곳에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며 전례 없는 인플레이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왜 이렇게 최근 인플레이션에 세계가 긴장하는 걸까? ‘예상’이라는 변수 때문이다. 1970년대 세계는 석유파동으로 심각한 물가상승을 경험했다. 그때 처음으로 인플레이션이 ‘예상’과 결합할 때 어떤 악순환을 가져오는지를 뼈저리게 체험했다.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면 경제주체들은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예상을 근거로 행동한다.

근로자들은 임금협상에 예상 인플레이션을 반영하려고 하고 기업들은 원료와 임금 인상을 예상해 상품가격을 정하려고 한다. 정부가 물가를 잡고자 다양한 정책을 내놓아도 기업과 근로자들이 인플레이션을 예상하고 행동하면 물가상승이 다시 물가상승을 촉진하는 악순환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해법은 정부가 나서서 기업과 근로자들의 예상을 끊는 설득을 하는 것이었지만 도달하기가 쉽지 않았다.

세계 중앙은행들이 높은 물가상승에 강력한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는 것은 악순환이 오기 전에 미리 물가상승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러한 물가억제책에는 함정이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처방은 경기를 둔화시켜 실업률을 높일 위험이 있다. 불황 속에서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면 물가억제와 고용안정이라는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진다.

물가를 잡으려고 하면 실업률이 높아지고 일자리를 늘리려면 물가가 오르는 악마의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물가안정책을 사용하려면 지금의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이미 진입하였는가 아닌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미국과 한국이 최근 경기를 진단하고자 활발한 논쟁을 벌인 것은 그 때문이다.

네번째 금리 인상을 하며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미국의 고용유지세는 견조하다는 취지의 말을 덧붙였는데 이것은 미국이 아직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경기상황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아직은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한 것은 아니라는 응답이 많았다. 미국이나 우리나라 모두 아직은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위협에 노출되진 않았다.

역으로 이것은 지금이야말로 물가를 잡아야 하는 마지막 타이밍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까지는 힘들고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당시 고통과 갈등에 대한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예상인플레이션’이 경제에 파고들어 우리 모두를 스태그플레이션 악순환에 던져버리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것을 지난날 아픈 추억이 다시 일깨워준다.

김대래 (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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