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회 영농·생활수기 우수작-청년부문] 감귤아가씨가 제주밥상을 미국까지 배송합니다

YJ관리자 2022. 8. 15.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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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모델 구상 중 미국 탐방 기회
현지 기업들 살펴보며 큰 도움 얻어
푸드테크 스타트업 ‘제주밸리’ 창업
도내 유휴지 활용·노인 일자리 창출
대학·청년교육기관서 경험도 나눠
창업경진대회 대상·장관상 등 결실

제39회 영농·생활수기 우수작-청년부문 당선작 - 강민경(33·제주 서귀포시)

사업 모델 구상 중 미국 탐방 기회

현지 기업들 살펴보며 큰 도움 얻어

푸드테크 스타트업 ‘제주밸리’ 창업

도내 유휴지 활용·노인 일자리 창출

대학·청년교육기관서 경험도 나눠

창업경진대회 대상·장관상 등 결실

●미국 연수와 시장 할머니의 꼬깃꼬깃한 돈=학점, 어학성적, 공모전, 인턴, 봉사활동, 수상경력, 방송 인터뷰 등 스펙 7종 세트를 채운 이력서가 무려 4페이지 반을 넘고 대기업 공채도 딱 두군데만 써서 두군데 모두 합격한 전설의 청년으로 저는 20대를 보내왔습니다. 

고향인 제주도를 떠나 처음 시작한 서울 생활은 5년 차가 되자 어느덧 가족의 품이 그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족, 친척이 아무도 없는 서울에서 처음에는 많은 문화생활 기회와 제 이력을 닦을 기회를 얻을 수 있어 행복했지만 가끔 떠오르는 가족 생각이 점점 커져 결국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제주도는 대기업이나 대규모 공장이 전혀 없습니다.

제주도 사람의 절반은 감귤을 키우는 등 1차 산업에 종사합니다. 많은 제주 청년이‘도전의 설렘과 열심히 산다는 자긍심’으로 청춘을 보내지만 결국 일자리 문제에 부딪힙니다.

저도 제가 여기서 어떤 일을 하고 다시 자리를 잡을지 고민하던 중 일단 뭐라도 해야 발전이 있겠다 싶어서 부모님의 일을 함께 도왔습니다. 저희 집안은 전통 시장에서 농산물과 감귤을 유통하는 사업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흔히들 전통시장은 그 지역의 삶이 스며든 문화유산이라고 합니다.

무작정 제주로 돌아온 저는 가족이 하는 사업을 어떻게 하면 하나의 소셜벤처로 키워서 저와 같은 제주 청년들이 함께 제주의 가치를 높이는 일을 할 수 있을지를 늘 고민했습니다. 
제가 전통시장의 현장에서 여러 특징을 찾았습니다. 많은 관광객이 제주를 찾아서 귤과 생선류 외에도 젓갈과 건고사리를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할머니와 어머니들 역시 고사리 철이 되면 근처 동네에 있는 자기만 아는 고사리가 매번 많이 자라는 텃밭에서 수확 작업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종종 사람이 실종되거나 저혈압으로 실신하거나 뱀에 물리는 사고가 매년 여러 건이 발생하는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저는 위의 두 가지를 문제를 해결하고자 저와 뜻이 맞는 다른 두명의 친구와 함께 외국 전통시장과 농산물 유통시장을 다녀오고 제대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로 했습니다. 마침 비슷한 시기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에서 ‘제주 청년 해외 배낭 연수’라는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고 7대1의 경쟁률을 뚫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전통시장 및 농산물 유통시장을 8박10일이라는 일정으로 탐방을 다녀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해당 프로그램의 심사위원님으로부터 “지역 기반의 식재료와 문화산업(전통시장)을 기반으로 한 소셜벤처를 준비한다면 샌프란시스코 방문 시 반드시 실리콘 밸리를 다녀오라. 그리고 그 결과물을 토대로 사업의 방향을 구체화하고 어떻게 해야 사업을 잘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라” 는 조언을 받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제까지 실리콘밸리는 책이나 인터넷상의 콘텐츠로만 보면서 세계 유명한 스타트업의 시작이 되고 끝을 맺는 장소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드디어 꿈의 기회를 잡는다는 마음에 들떴습니다.
연수를 가기 전 두달 동안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새벽 2시에 일과를 끝내는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전통시장에서 일을 시작하고 저녁 11시에 일을 끝낸 후 집 근처 도서관에서 빌려온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구글, 해외 전통시장, 비즈니스 매너 등에 관련된 서적을 반복하며 읽었습니다.

매일 육체노동에 시달린 후 피곤해서 졸릴 때도 있었지만 고3 생활을 다시 하듯 소리 내 읽고, 받아쓰고, 암기했고, 스타트업 기반의 피칭자료 PPT 자료와 영어로 만든 명함도 별도로 만들었습니다. 

사실 저희에게 운이 좋아서 해외 연수 기회가 왔지만 이 기회를 2000명의 올레 시장 상인 가족들이 삶의 방향을 정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이 정도는 준비해야 현지에서도 잘할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미국으로 떠나기 며칠 전 시장의 생선가게를 30년을 해온 할머니께서 어린 친구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며 앞치마에서 꼬깃꼬깃 접어진 10만 원을 꺼내시며 “미국 가서 과자 사먹으라”고 말씀하시며 안아주셨습니다. 
2019년 9월16일. 추석 대목 영업을 마친 후 우린 미국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현지에서 8박 일정은 다음과 같은 일정으로 진행됐습니다.

샌프란시스코 4박, LA에서 4박이 계획돼 있었고 실리콘밸리 내 기업 탐방 및 지역 내 전통시장, 농산물 유통시장의 현황조사, 로컬 기반 F&B(식음료시장) 성공사례 조사 등을 수행하게 됐습니다. 실리콘밸리 내 기업탐방을 위한 정장과 구두, 명함, 노트북도 따로 챙겨 갔습니다. 

◆그 문제 우리가 해결합니다=미국 현장에서 본 스타트업 기업 탐방은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 시키는 데에 아주 큰 역할을 했습니다. 사업과 창업이 어떻게 다른지 왜 우리가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확장할 기회였습니다.

실리콘밸리 탐방 프로그램은 매체에서만 보던 유명한 회사를 여러 곳 방문하며 경영 현장을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돌아오고서 제주에서 실리콘 밸리까지(From Jeju to Silicon valley)라는 의미로 제주 밸리라는 푸드테크 스타트업을 시작했습니다. 또 미국 연수 중 현지에서 온라인으로 지원한 ‘2019 예비창업패키지 일반부문’에 최종 선발돼 7000만 원의 사업비도 지원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주도 안에는 토지 소유자가 노동력을 상실하거나 토지 형태가 맹지라는 이유로 수년간 거래가 되지 않아 방치된 유휴지가 무려 축구장 8개 크기만큼 존재합니다.
또한 지역에서 공공기관 노인 일자리를 제공하지만 노년 인구에게 균등한 기회가 가지 않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사리 철에 많은 사람이 고사리를 채취하고자 야산을 들어가서 크고 작은 사고를 당하는 일이 매년 발생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돼왔습니다.

저희는 도내 유휴지를 저렴한 가격에 임차해 제주도 고사리를 재배합니다. 고사리를 재배하고 수확하는 인력은 인근의 만 65세 이상의 노인 중 영농경험이 있는 사람을 뽑습니다. 이들은 고사리와 냉이, 쑥 등의 작물을 키우고 수확하는 일을 하며 일자리를 보장받습니다.

우리는 수확한 고사리, 냉이, 쑥 등의 작물로 해외 유통용 장아찌를 만들어서 해외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수출하면서 수익을 냅니다. 지역 유휴지와 노인 일자리, 지역 먹거리를 매개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탄생시켰습니다. 또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는 제주의 전통시장 먹거리를 유통가능한 형태의 제품으로 만들어 해외로 유통하는 플랫폼 사업입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 일부분은 전통시장의 상인에게 직접 제공하는 방법이기에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시국에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습니다.

◆창업경진대회 1등의 영광=서귀포 내 스타트업베이라는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사무실을 1년 동안 무료로 지원받는 사업인데 이 과정에 세무회계 컨설팅, 투자 유치, 피칭 교육을 중점적으로 받습니다. 4.5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11개의 입주기업 중 유일한 제주도민이었고 최연소 대표로 뽑혀 영광스러웠습니다. 

회사 기반을 다지는 첫 업무가 도내 유휴지를 임차하여 영농활동을 관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밖에 수확한 농작물로 만든 시제품으로 식품 성분표시를 받고 CI와 BI 작업에 전통시장 해외 플랫폼 개발까지 하는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보니 에너지 소모가 꽤 컸습니다.

행여나 급하게 진행하다 무언가를 놓친다면 다시 첫 과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기에 모든 작업을 문서로 남겼습니다. 여기에다 팀원 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매뉴얼을 구체화해서 이들의 업무효율성과 창안능력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매일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도내 대학교와 청년 창업 교육기관에서 강의 요청이 오면“내가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제주도의 미래가 될 친구들에게 용기를 심어주자”라는 마음으로 책 한권 정도의 방대한 강의자료를 만들어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누군가의 꿈이 된다면 다른 청년들도 같이 목표에 도달할 수 있으니 말이죠. 현재 우리 회사에서 만든 제주산 고사리, 장아찌는 미국 한인 마트에서 얼마든지 살 수 있을 정도로 판로를 꽤 많이 확보했습니다. 지난 2년간 흘린 땀과 눈물이 값지다는 것을, 노력해서 못 이룰 것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제주의 밥상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홍보대사=우리 회사의 신조는 ‘제주 감귤 아가씨가 전해 드리는 제주의 맛’입니다. 제주도에서는 똑 부러지고 예의가 바른 여자 어린이들에게 어른들이 칭찬으로 “야이 잘도 요망지다. 나중에 감귤아가씨 꼭 돼라”는 칭찬을 해주십니다. 우리 회사는 제주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스타트업에 도전했습니다. 

창업경진대회에서 만났던 심사위원께서 “아이디어가 매우 좋아요. 감귤 아가씨라는 단어처럼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되세요”라는 칭찬을 받은 후 이 비즈니스의 방향이 옳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팬데믹으로 사람들은 혼자서 배달 앱으로 밥을 먹는 것에 익숙해졌습니다.

주변인과의 소통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정도로 우리의 삶은 생각보다 간결해졌습니다. 편리한 점도 있지만 고독함을 느끼는 사람도 생겨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제주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정성 들여 키운 제주 반찬으로 외롭지 않은 따뜻한 식사 시간을 갖게 해드리는 것이 우리 브랜드 목표입니다. 
오늘도 도전의 설렘과 열심히 산다는 자긍심을 갖고 사는 청년농업인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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