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농의 가치를 높이는 과정

2022. 8. 15.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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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농사만 지어도 바쁜 농번기다.

게다가 텃밭 교사, 귀농교육 강사, 생태해설사, 종자 기사, 숲밧줄놀이 지도사, 작가 등 여러 '부캐(부캐릭터)'로 틈틈이 활동도 한다.

전업농으로 살고자 해도 농사만 지어서는 먹고살기 어려운 현실.

지역에서 1차 농산물 가치를 기반으로 가공해 제품을 만들거나 글램핑장·교육장·카페·임야 등 공간을 조성해 치유와 교육, 관광과 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식주(食住)의 경험을 기획하는 이들과 함께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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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농사만 지어도 바쁜 농번기다. 폭염이 심할 땐 창고에서 택배를 포장하고 저녁에는 아이들을 재우고 온라인 직거래 쇼핑몰을 관리하는 등 시간을 쪼개 쓰고 있다.

게다가 텃밭 교사, 귀농교육 강사, 생태해설사, 종자 기사, 숲밧줄놀이 지도사, 작가 등 여러 ‘부캐(부캐릭터)’로 틈틈이 활동도 한다. 마땅히 농촌 가치를 알리고자 하는 역할이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다 속사정이 있다.

전업농으로 살고자 해도 농사만 지어서는 먹고살기 어려운 현실. 1년에 한두번 수확기에 벌어들인 자금으로 열두달을 나누어 쓰기란 넉넉지 않다. 이마저도 가뭄·장마·태풍 등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와 이에 따른 병충해 발생을 무탈하게 넘어갔을 때야 가능한 소득이다. 인건비와 자재값 등 생산비가 급등해 손익도 안 맞는다. 설상가상으로 농산물 관세가 철폐되니 저가수입 농산물과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오죽하면 자기 인건비를 벌면 농사가 잘된 축이라 할까. 대다수 중소농들은 저금 없이 당장 먹고사는 형편인 것이다.

사실 약초 농사를 짓는 우리가 가공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약용 작물을 판매하며 알게 된 소비자들의 불편에서 비롯됐다. 설명서를 동봉해도 얼마나, 어느 정도로 팔팔 끓여서 먹어야 최적의 맛과 향을 찾을 수 있는지 직접 문의하는 사례가 많았다. 처음 먹는 사람들도 간편하게 바로 먹을 수 있도록 또 토종 약초의 약효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가공 사업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 결과 수확기에만 생기던 소득원이 분산되며 우리 가족 경제 기반이 생겼다.

가족이 오롯이 고군분투하는 동안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도움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모른다. 얼마 전 6차산업 사업인증자 모임에서 민관 협력으로 선진농업 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다. 지역에서 1차 농산물 가치를 기반으로 가공해 제품을 만들거나 글램핑장·교육장·카페·임야 등 공간을 조성해 치유와 교육, 관광과 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식주(食住)의 경험을 기획하는 이들과 함께한 자리였다.

참가자 모두 연수 내내 오가는 버스 안 시간조차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차례로 마이크를 넘기며 각자가 지금까지 달려온 궤적을 공유했다. 지역에서 고군분투하는 6차산업 농업인들의 이야기가 서로 닮아 포개지기도 했다. 비록 농촌에서 가치를 찾는 일이 좁은 길이지만 주저하지 않고 계속 걷다 보니 길이 넓어지는 순간을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네 꿈은 비슷했다. 자연의 가치를 알고 드높이는 것. 그래서 농촌을 지키고 지역 고유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데 한뜻이었다. 연수 후에도 우리는 함께 제품을 만들기도 했고 같이 갔던 공무원 네분은 직접 각 농장을 찾아다니며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니 말이다.

혹자는 농업의 미래가 6차산업에 있다고 하지만 또 다른 이는 몇십억 단위로 빚을 내 6차산업을 하는 몇몇 사례가 뜬구름 아니냐는 말도 한다. 소수의 성공사례를 쫓아가다 다리가 찢어지면 안될 일이지만 6차산업은 탄탄한 지역 영농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박효정 (농부와 약초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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