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진국은 허리띠 졸라매는데, 빈약한 윤 정부의 긴축 의지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 편성을 앞두고 경제부총리가 “내년 본예산은 올해 추경을 포함한 총지출(679조원)보다는 대폭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와 선거 등을 이유로 사상 최대 규모로 불려 놓은 올해 총지출보다는 줄여서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본예산이 그 전해 총지출보다 작아지는 것은 13년 만에 처음이라며 마치 ‘재정 긴축’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자랑거리이긴커녕 새 정부의 재정 건전화 의지를 의심케 하는 ‘위험신호’로 읽힌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마지막 해에 편성한 올해 본예산 607조원은 작년 본예산보다 8.9%나 늘린 것이다. 여기에다 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79조원의 추경을 편성하는 바람에 총지출이 679조원으로 불어났다. 작년 총지출(605조원)보다 12% 이상 급증한 규모다.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늘려 놓은 총지출보다는 내년 본예산을 적게 편성하겠다니, 이게 무슨 ‘긴축’인가. 선진국들은 코로나 사태 때 많이 늘린 재정 적자를 줄이려 올해 예산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미국(-17%), 독일(-19%), 프랑스(-8%) 등은 올 예산을 작년보다 평균 15%가량 줄였다.
윤 정부의 시대적 사명 중 하나는 문 정부가 망쳐놓은 재정을 다시 건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문 정부는 집권 첫해부터 마지막 해까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추경을 10차례나 편성했다. 그 결과 나랏빚이 5년 새 450조원이나 늘어나 1000조원을 넘어섰다. 국민 1인당 국가 채무가 1200만원대에서 1900만원대로 불어났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국가 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치고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재정 건전성은 대외 환경 변화에 취약한 한국 경제로선 최후 방어선이나 다름없다. 외환 위기도 재정 건전성 덕분에 쉽게 넘길 수 있었다. 윤 정부는 임기 중 추진할 120대 국정 과제 중 ‘재정 정상화’를 다섯 번째 순위에 올려 놓았다. 그런데 첫 예산 편성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려는 의지가 빈약해 보이기 짝이 없다. 이 정도로 재정 건전화의 목표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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