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하루바삐 없애야 할 일본말 찌꺼기
우리말 바르게 사용하기를 이야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것이 ‘일본말 찌꺼기’다. 하지만 일본식 한자말과 관련한 지적에는 수긍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 특히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 말까지 ‘일본어 찌꺼기’의 굴레를 씌워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공식적으로’ ‘추가적인’ 등처럼 쓰이는 ‘-적(的)’도 그중 하나로, 많은 사람이 이를 일본어식 표현으로 지적한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은 ‘온라인 가나다’에서 “우리말에서 ‘-적’ 대신 사용할 다른 말이 뚜렷이 존재하지 않으며 ‘-적’이 결합한 말들이 이미 활발히 사용되고 있으므로 그 사용을 잘못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힌 적 있다.
‘일본말 찌꺼기’와 관련해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말로 쓸 수 있음에도 이를 사용하지 않고 일본어 발음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들이다. “무슨 일을 그렇게 ‘유도리’ 없이 해. 앗싸리 집어치워” “보고서에 ‘가라’로 적었다가 ‘쿠사리’만 잔뜩 들었다” 따위 표현에서 보이는 ‘유도리’ ‘앗싸리’ ‘가라’ ‘쿠사리’처럼 말이다. 유도리는 융통성, 앗싸리는 아예, 가라는 가짜, 쿠사리는 핀잔 등 우리말로 써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런데도 일본말 소리를 그대로 흉내 내 적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하늘색을 ‘소라색’으로, 물방울무늬를 ‘땡땡이무늬’로, 뒷단속을 ‘단도리’로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외래어 표기에도 이런 것이 많다. ‘샐비어(salvia)’를 ‘사루비아’로 쓰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은 영어 ‘mammoth(매머드)’를 자기네 식으로 맘(mam) 모(mo) 스(th)로 나눠 쓰는 말 습관이 있다. 샐비어도 사(sa) 루(l) 비아(via)로 소리 낸다. 그러나 우리가 ‘샐비어’로 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표기법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일본 발음을 따라 쓰는 것은 옳지 않다.
외래어 사용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언어환경에서 ‘일본어 찌꺼기’만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말로 쓸 수 있음에도 일본어 발음을 흉내 내 사용하는 것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일이다. 오늘은 광복절이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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