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 '대통령님 파이팅!',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해서는 안 돼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2022. 8. 15. 03: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8월8일 출근길에 기자와 대화하는 시간을 재개했다. 그리고 대통령의 발언 도중에 한 언론사 기자가 ‘대통령님 파이팅’이라고 외쳐서 화제가 됐다. 주변에서는 기자인지 수행원인지 웃는 소리가 들렸다. 대통령실 출입기자가 대통령 응원을 외쳤다는 것 자체가 기이하다. 속으로 지지하는 거야 자유이지만 겉으로 지지를 밝히는 것은 제반 권력을 감시 견제해야 하는 언론의 본질을 망각한 처사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설마 기자들일까 하는 의구심은 있지만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렸고 야유는 들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위에 있던 기자들이 기자의 본분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다면 깊은 탄식을 하거나 그 기자의 어이없는 행동을 질타했어야 마땅하다. 그 기자의 행동은 다른 기자들 더 나아가 언론계 전체를 비난받게 할 가능성이 높은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기존 언론을 신뢰하지 않고 새로운 소통 매체로 이동하는 작금의 수용자들에게 이 행동이 그 기자 개인의 돌출행동으로만 비쳤을까?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대통령실 기자단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문제의 기자는 십중팔구 기자단 소속이었을 것이다. 기자단의 명예를 실추시킨 기자를 하다못해 주의·경고라도 징계할지 또다시 웃고 넘어갈지 의문이다. 기자단이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 진실을 드러내어 큰 기여를 한 적도 있지만, 기자단은 폐쇄적 운영으로 비판을 받아 왔다. 그 폐쇄적 운영의 가장 큰 폐해가 취재원과의 유착이다. 취재원과 밀착되면서 취재원으로부터 갖가지 편의를 제공받고 취재원에게 유리한 보도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예를 들어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 기자단은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와 관련한 부당한 엠바고를 깨면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려 했던 경향과 한겨레 기자들을 오히려 징계했다. 지금의 대통령실 기자단은 이번 사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의문이다. <청와대 출입기자의 반성문>에서 저자인 김두수 기자는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질문조차 할 수 없었다고 반성하였다. 질문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기자들과 대통령을 대놓고 응원하는 기자 사이, 그 형태는 다르지만 본질은 유사하다.

이 사안을 다룬 언론들의 보도 행태도 문제다. 기자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비판한 일부 언론도 있었지만, 사실을 단순하게 전한 기사들이 많았다. 국민일보는 제목에서 ‘뜬금포’라 표현했다. 어이없는 행동이라는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이없음의 본질은 언론의 자세를 포기했다는 데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날카로운 비판을 했어야 함에도 일종의 해프닝으로 다룬 것이다. 게다가 ‘이게(기자의 응원) 진짜 여론’이라는 전여옥 전 의원의 페이스북 발언을 찾아내 기사화한 세계일보의 기사는 더욱 심각하다. 이 사안의 심각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 기자의 행동에 동의하는 것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그 기사의 마지막은 ‘전날 윤 대통령 도어스테핑에서 한 기자는 “대통령님 파이팅”이라고 외쳤고 이에 윤 대통령은 발언 중 눈웃음과 손짓으로 화답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로 끝난다. 전혀 문제의식이 없다.

우리 언론들이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기자가 대통령 발언 중에 ‘대통령님 파이팅’이라고 외치는 것을 단순 해프닝이라고 간주할지, 아니면 심화하는 언론의 위기를 드러내는 하나의 징표라고 인식할지는 매우 중요하다. 빅데이터를 분석한 빅터뉴스의 기사는 이 사안을 매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댓글과 공감의 현상을 짚었다. 이게 언론을 향한 민심이다. 부디 언론들은 ‘뾰두라지가 뿌리 깊은 화농의 징후임을 이해하는 환자는 그나마 치료의 가능성이 있지만, 단순 부스럼으로 치부하는 환자는 그 회생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