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코로나 불안감이 성공 욕망 부추겼나

윤상진 기자 입력 2022. 8. 15. 03:01 수정 2022. 8. 1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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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힐링보다는 흙수저들 성공담 베스트셀러로

최근 ‘성공’을 앞세운 자기 계발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4~5년 전까지 젊은 층에서 많이 읽던 ‘위안’이나 ‘힐링’ 관련 책 대신, 짦은 기간에 경제적 부(富)를 이룬 사람들의 스토리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 이후 부동산 폭등 등 자산 격차가 커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현상으로도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교보문고 자기 계발 베스트셀러 15권 중 절반(7권) 정도가 ‘성공’을 다룬 책으로 나타났다. 소녀공에서 연매출 6000억원의 기업 회장이 된 켈리 최의 책 ‘웰씽킹’(다산북스·자기계발 분야 1위), 32살에 연봉 3억원 이상 수입을 올리게 된 유튜버 드로우앤드류가 쓴 ‘럭키 드로우’(다산북스·6위) 등이다. 최근 자수성가한 이들이 들려주는 경험담에 20~30대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 반면, ‘미움받을 용기’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 등 과거에 유행했던 이른바 ‘힐링’형 책들은 밀려나는 추세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코로나와 부동산 폭등 등 경제적 양극화가 극심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IMF 직후나 2000년대 중반 글로벌 금융 위기 등 경제적 불황 때 봤던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성공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자기계발서의 인기가 코로나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작년엔 자기계발 베스트셀러 15위 중 성공 관련 도서가 6권을 차지했고, 2020년엔 4권으로 나타났다. 2020년엔 부와 행운의 비밀에 대해 쓴 ‘더 해빙’(수오서재)이 자기계발 1위에, 작년엔 성공하기 위한 마음가짐을 설명한 ‘마지막 몰입’(비즈니스북스)이 2위에 올랐다.

2020년 이전만 해도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지 않는 대화법” 등의 메시지를 담은 위로, 처세술 관련 자기계발서가 많았다. 2018년 교보문고 자기계발서 15위 중 성공 키워드가 들어간 책은 단 2권뿐. 높은 순위에 오른 책들은 ‘신경 끄기의 기술’(갤리온·자기계발 분야 1위)과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홍익출판사·3위) 등 주로 인간관계와 대화법에 관련된 도서였다. 2019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너에게’(오월구일) ‘아들아, 삶에 지치고 힘들 때 이 글을 읽어라’(다연) 등 잔잔한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스토리텔링’식 자기계발서가 인기를 끌었다. 이 시기 에세이 분야에서는 “요즘 책 표지엔 지쳐 누워있는 사람들만 나온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위로와 공감을 담은 책들이 주를 이뤘다.

반면, 최근 성공 자기계발서들은 부를 얻는 구체적 노하우를 전달하거나, ‘흙수저’에서 부자가 된 경험담 등이 주를 이룬다. 5월 말 출간돼 한 달가량 종합 1위였던 유튜버 자청의 책 ‘역행자’(웅진지식하우스)가 대표적 사례. 책엔 ‘오타쿠 흙수저에서 월 1억 자동수익 실현한 성공 이야기’라는 카피가 적혀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이 책을 구매한 10명 중 6명(64.7%)은 2030세대로 나타났다.

‘성공’을 추구한 책들이 인기를 끄는 현상이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엔 ‘경제적 성공’을 강조한다는 점이 차이점. 실제로 1995년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스티븐 코비의 책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김영사)은 자기혁신에 대한 이야기였고, 2000년대 중반 종합 1위에 올랐던 ‘마시멜로 이야기’(한국경제신문사)나 ‘시크릿’(살림Biz)은 삶의 자세와 마음가짐에 대한 책들이었다.

교보문고 김보령 자기계발서 MD는 “코로나 이후 투자 열풍으로 높아진 ‘부자’에 대한 열망이 ‘성공’ 계발서 인기로 이어졌다”며 “노동소득만으론 살 수 없다는 분위기가 2030 사이에서 퍼지며 경제적 성공 관련 서적을 찾는 젊은 세대 비율이 늘어났다”고 했다. 여기에 근면한 삶을 강조하는 ‘갓생(God+生, 모범적인 삶)’ 트렌드 역시 젊은 세대가 성공을 좇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공을 담보했던 시대에는 자신을 성찰하는 우화형 자기계발서가 많았다”면서, “코인과 주식을 제외하곤 노력해서 이룰 수 있는 것들이 점점 줄어드는 지금은 ‘성공’을 앞세운 투자 지침서형 계발서들이 인기를 끄는 서글픈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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