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중증 512명, 1주새 배 가까이 늘어
슬금슬금 늘어나던 코로나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4일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297명(7일)에서 512명(14일)으로 일주일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 4월 29일(526명) 이후 107일 만에 가장 많았다. 사망자 증가도 이어졌다. 이날 0시 기준 사망자는 57명이었고, 전날 13일엔 67명이었다. 석달여 만에 가장 많았다. 지난 10일(50명) 이후 5일 연속 하루 사망자 수가 50명을 넘어섰다. 하루 사망자 50명대는 지난 5월 22일(54명) 이후 처음이다. 대부분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발생했다. 이날 위중증 환자 중 60세 이상이 87.9%(450명)였고, 사망자 중 60세 이상이 91.2%(52명)였다. 일 신규 확진자는 11만9603명으로 일주일 전 같은 요일인 지난 7일(10만5468명)의 1.13배 수준이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는 최근 석달 전 수준으로 다시 올라갔다. 최근 확진자가 늘어나는 속도는 재유행 초기에 비해 둔화됐지만, 확진자 증가와 2~3주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휴가철에 이어 개학·추석 연휴 등으로 재유행이 길어질 경우 의료 대응 여력에 한계가 오면서 제때 치료를 못 받는 환자도 늘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위험군 감염·중증화 예방을 위주로 대응한다는 정부의 ‘표적 방역’ 정책 효과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는 “코로나 병상은 적절한 수준”이라고 했지만, 병상 가동률이 차오르는 속도가 빠르다. 자칫 현장 인력 부족 등으로 의료 대응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날 위중증 병상 가동률은 전국 42.5%(1790개 중 761개 사용)였다. 준중증 병상 가동률은 62.1%(3039개 중 1886개)로 전날(60.4%)보다 1.7%포인트 올랐다. 중등증 병상 가동률도 45.5%(2256개 중 1026개 사용)로 전날(44.3%)보다 1.2%포인트 높았다. 위중증 병상은 주로 인공호흡기 등 기계에 의존해 호흡하는 중환자를 위한 것이며, 준중증은 중환자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산소 치료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일부 지역이나 병원에 따라 상태가 악화된 재택 치료자나 요양시설·병원 입소자가 병상을 찾기까지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며 “환자와 가족이 발만 동동 구르는 일들도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중증 질환 환자인데 응급실에 자리가 없어 애를 태우는 등 과거 코로나 유행 시기 나타났던 병폐도 조금씩 다시 발견되고 있다. 코로나 환자가 일반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았는데도 격리 병상 부족으로 입실을 거절당하거나, 발열 등 코로나 의심 증상 때문에 진료가 지연되는 일이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는 “코로나 확진 환자 중 다른 질환 응급 환자에 대한 응급실 이송이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소아용 전담 병상이나 응급실도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 영유아 환자들이 구급차를 타고 빈 병상을 찾아 헤매는 일들이 곳곳에서 다시 벌어진다.
올 3월 오미크론 대유행의 경우 정점 때 하루 사망자가 300~400명씩 나왔다. 이번 재유행은 정점 시 하루 확진자 규모가 20만명 정도로 이전 유행에 비해서는 적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기간이 길어지고 정점 이후에도 감소세가 뚜렷하지 않다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여름 휴가철에 이어 오는 8월 말 개학, 9월 초 추석 연휴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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