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군기지 토양 오염, 할 말은 해야 한·미관계 성숙

문형철 변호사 2022. 8. 1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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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들어서자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고, 집무실과 인접해 있는 미군이 반환한 기지 내에 시민 공원을 조성한다는 구상이 발표되었다. 그러자 언론 매체들이 반환받은 미군 기지의 토양 오염에 대해 보도를 하고 있고, 환경 단체에서도 미군 기지의 오염이 아주 심각하므로 시민 공원 조성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 기회에 미군 기지의 실태와 기지의 오염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문형철 변호사

첫째, 한국에 있는 미군 기지의 현황이다. 한국 전쟁으로 미군이 우리 영토에 들어오면서 전국 곳곳에 미군 기지가 설치되었고, 그 후 많은 미군 기지를 한국에 반환하였으나, 아직도 이 땅에는 미군의 지휘소, 전투 기지, 비전투 시설 등 수십 곳이 남아 있다. 그중 평택 미군 기지는 미군이 해외에 설치한 미군 기지 중 최대로, 여의도 면적의 5배에 달한다고 한다.

둘째, 반환받은 미군 기지의 오염 실태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용산에 조성하기로 한 시민공원 부지는 토양 오염 정도가 기준치의 수십 배에 달하고, 지하수 오염 정도는 기준치의 195배에 이른다고 한다. 또 환경공단의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 보고서’에 의하면, 미군 기지 내 학교 부지의 경우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다이옥신이 기준치의 34.8배, 크실렌은 7.3배, 그 외에 인체 유해 물질인 석유 계층 탄화수소가 23.4배, 비소는 39.9배, 벤조피렌·구리·납·아연 등은 각각 5배 정도 검출되었다고 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는 용산 시민공원 부지는 금년 9월 개방될 때까지 토양 오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무슨 근거로 그런 발표를 했는지 알 수 없다. 언론 매체에 의하면, 정부는 반환받은 토지에 대하여 수십억원 또는 수백억원의 막대한 돈을 들여 토지 정화작업을 완료하였으나, 그 후 각종 공사 과정에서 다시 기름에 오염된 토양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반환받은 토지에 대한 오염이 심각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직까지 토지 정화에 소요되는 비용 부담에 대하여 미국 측과 논의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셋째, 이제는 반환받은 토지의 정화 비용 부담에 대하여 미국 측과 진지한 논의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합중국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에 시설과 구역을 반환할 때에 원상 회복 의무 및 보상 의무를 지지 아니한다’라는 소파협정 제4조 제1항을 이유로 미군 측에 어떠한 비용 부담을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나 지자체의 토지나 시설을 이용하는 자가 그 이용으로 인하여 공공의 이익에 손실을 끼쳤다면 그 이용자는 그 손실에 원인을 제공한 것이므로, 원인자 부담의 법리에 의하여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행정법의 원칙이다.

앞으로도 미군 기지를 계속 반환할 것이고 그에 수반한 토양·지하수 오염 문제는 우리 사회의 큰 숙제로 대두할 것이다. 정부는 소파협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고, 반환 부지의 오염으로 인한 비용 부담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성숙한 한·미관계를 수립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문형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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